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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엄청나" 판사도 놀랐다...조국도 거부 못할 檢 질문

중앙일보 2020.09.02 18: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 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출석한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재판에 출석하던 조 전 장관의 모습.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 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출석한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재판에 출석하던 조 전 장관의 모습. [뉴스1]

검찰의 질문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증언거부권을 뚫어낼 수 있을까. 조 전 장관이 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와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조국 부부가 한 법정에 서는 건 이날이 처음이다. 
 

조국, 증인지원절차 신청, 언론 접촉없이 입장할 듯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재판 때마다 법원 입구에서 언론에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정 교수 재판에선 '증인지원절차'를 신청해 기자 접촉 없이 별도의 통로로 들어간다. 재판과 관련한 조 전 장관의 SNS활동에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던 정 교수 재판장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의 '칼'과 조국의 '방패' 

검찰과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의 증인 출석 여부를 두고 "와야한다""불필요하다"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 6월 정 교수의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임정엽 재판장)가 "정 교수의 공소사실과 관련해 조국의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조 전 장관은 결국 나오게 됐다. 
 
당시 재판장이 "(검찰의) 질문의 양이 엄청나다"고 했을 만큼 검찰은 조 전 장관 출석을 벼르고 있다.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권(묵비권)'을 사용했던 조 전 장관 측은 법정에서도 증언거부권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이 지난해 검찰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던 만큼 법정에서 답변을 듣지 못한 질문을 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뉴스1]

검찰은 조국 전 장관이 지난해 검찰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던 만큼 법정에서 답변을 듣지 못한 질문을 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뉴스1]

검찰이 조국을 부른 이유 

검찰이 조 전 장관을 부른 이유는 딸 조민씨 때문이다. 조씨의 허위 인턴 의혹 중 정 교수가 관여 자체를 부인하는 혐의에 대한 조 전 장관의 역할을 묻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5월 법정에서 "정 교수가 '자기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라는 (조민의) 인턴 스펙 중 서울대 법대와 부산 호텔 인턴의 경우 조국의 역할이 디지털포렌식과 참고인 조사에서 확인된다"며 조 전 장관의 출석을 요청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신문을 통해 정 교수의 관여 정도가 드러나면, 이를 정 교수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수사과정에서 모든 걸 법정에서 얘기할테니 (법정에서) 물어달라고 했다"며 조 전 장관의 "법원에서 모든 걸 밝히겠다"는 주장을 역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사진)의 3일 재판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뉴스1]

정경심 동양대 교수(사진)의 3일 재판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뉴스1]

조국 측 "증언거부할 가능성 높아" 

이런 검찰의 주장에 조 전 장관 측은 "조 전 장관이 답할 법정은 정 교수 재판부가 아닌 조 전 장관의 재판부"라며 증인 출석을 반대했다. 형사소송법상 자신과 친족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한 증언거부 조항을 들며 "조 전 장관은 진술을 대부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출석이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조국 부부가 함께 출석하면 "법원의 소요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지만, 정 교수 재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의 전략 

검찰은 지난 4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 재판에서도 정 교수를 증인으로 불렀다. 조 전 장관 때와 마찬가지로 정 교수는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부를 설득해 정 교수를 증인석에 앉혔다. 
 
정 교수는 법정에서 증언거부권을 사용하거나 대부분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증거에 대한 검찰의 질문엔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질문들이 있었다. 검찰 측은 "그 정도의 답변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며 해당 증언을 정 교수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던 모습.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도 증언을 거부하기 어려운 질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메일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조 전 장관이 인턴 의혹에 관여한 부분을 묻는다면 진술거부권으로 논문까지 쓴 조 전 장관도 답변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령 조 전 장관이 모든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다해도, 그 역시 재판부의 심증형성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 입장에선 조 전 장관이 증거로 드러난 사안까지 증언을 거부한다면, 답변을 회피하는 것처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 임현동 기자

지난해 8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 임현동 기자

조국 공범 판단할 정경심 재판부 

정 교수 재판부 입장에서도 조 전 장관의 증인신문은 의미가 있다. 검찰은 정 교수 공소장에 조 전 장관을 허위 인턴 및 증거인멸 혐의 등에 공범으로 적시하는 공소장 변경을 했다. 현 재판부가 조 전 장관의 형(刑)을 선고하진 않더라도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공범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증인신문은 정 교수의 재판부가 조 전 장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조 전 장관이 검찰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해 조 전 장관의 입장이 담긴 검찰 조서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 교수 재판부가 조 전 장관을 정 교수 혐의에 '공범'이라 판단한다면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는 조 전 장관에겐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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