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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발생하면 직 걸겠다"더니, 내용 모른다는 이흥구

중앙일보 2020.09.02 13:08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흥구(57·사법연수원 22기) 대법관 후보자가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법농단 사태가) 또 발생하면 대법관이 아니라 판사로서 거부하고 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여당 청문위원인 김용민 의원이 "사법농단 사건을 잘 아실텐데. (양승태) 대법원장이 정점이 되어 발생한 사태다. 그런 상황에 처하신다면 어떻게 하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野의원 "무책임한 답변" 지적에 李 "지적 받아들이겠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여당과 검찰은 '사법농단'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대법원에서 사용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보다 강도높은 표현이다. 하지만 이 대법관은 '사법농단'에 대한 질문에 호응하며 "그런 상황은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野반발하자 "구체적 내용 모른다"

이 대법관의 답변에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야당 청문위원이자 검사장 출신인 유상범 위원은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고 (4명의 전현직 판사)가 연거푸 무죄를 받았다"며 "사법농단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아시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가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 재판에 외부 개입이 있다는 취지로 들었다"고 말했다. 앞선 답변과 다소 결이 달라진 것이다.
 
유 위원은 "사법농단 내용도 모르시는데 어떻게 대법관 후보가 그렇게 답할 수 있냐. 무책임하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잠시 침묵하다 "위원님의 지적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李후보자, 정말 모르고 모른다 했나 

이 후보자의 "사법농단의 구체적 내용을 잘 모른다"는 답변은 이 후보자가 앞서 국회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와 다소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자의 서면답변서에는 이른바 '사법농단' 혹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이 후보자의 견해를 묻는 청문위원들의 질문이 다수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서면답변서에서 "사법농단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개선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여 법원행정처에 집중되어 있던 사법행정의 권한을 분산하고 의사결정 과정이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발 방지를 위해 구성한 사법행정자문회의 재판제도분과위원장이다. 법원 내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법관이란 뜻이다. 이에 이 후보자의 "직을 걸겠다"는 답변이 이 후보자의 솔직한 견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자는 다만 법관 탄핵을 묻는 김용민 의원의 질문에는 "구체적 생각은 하지 안해봤다"고 답했다. 
 

"법관 비판은 독립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야당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에게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비판한 '8.15 광복절 집회 허가 판결'에 대한 견해를 묻기도 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과 판결에 대한 논평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법관의 독립을 어떻게 지킬 것이냐"는 야당 조수진 위원의 질문에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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