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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이주민 90% 아랍에미레이트, 중동 코로나 방역 모범된 이유

중앙일보 2020.09.02 09:30

〈코로나19 확산과 이주민의 연관성〉

*인구 100만 이상 국가만 포함
순위국가인구(만)이주민비율(%)인구100만당 확진자인구100만당 사망자
1카타르28078.7(2위)4만2303 70
2바레인17145.23만 380111
3칠레1914 5.02만1507590
4파나마432 4.42만1494463
5쿠웨이트42872.1(3위)2만  45125
6페루33042.41만9730876
7미국3억313315.41만8775567
8브라질2억1281 0.41만8377571
9오만51246.01만6759134
10아르메니아296 6.41만4803297
11이스라엘91923.01만2747103
12콜롬비아5097 2.31만2068386
13룩셈부르크10247.41만 638198
14남아공5943 7.21만 550238
17싱가포르58537.1   9705  5
20사우디아라비아349038.3   9073113
26UAE99187.9(1위)   7087 39
전세계약 77억8699 3.5   3293109.8
대한민국2.3    394  6
자료: 이주민은 2019년 유엔 통계

열악한 이주노동자 많아 확산 기폭제로
이주민 비율 높을수록 확산 가속화 경향
주거·의료·위생 삼중고 겪으며 피해자로
이중적·차별적 사회구조 아킬레스건 돼
불평등 해소가 방역 주요 과제로 대두
아랍에미리트, 중동권선 방역에서 선방
코로나 사망률, 미국·이스라엘보다 낮아
서로 다른 집단과 소통, 배려심 돋보여
교황 초청, 대화 시도의 관용문화 미덕
기부·원조로 공존 추구 국가로 평가돼
보건의료·사회··정치 함께하는 방역 교훈

       인구 및 인구 100만 당 확진자와 사망자는 월도미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정부 관계자가 지난 4월 28일 이주 노동자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지난 4~5월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 동안 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인 두바이에서만 1000만 개의 도시락을 이주민들에게 나눠줬다. 공존을 위한 관용 정책이다. AF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정부 관계자가 지난 4월 28일 이주 노동자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지난 4~5월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 동안 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인 두바이에서만 1000만 개의 도시락을 이주민들에게 나눠줬다. 공존을 위한 관용 정책이다. AFP=연합뉴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숫자가 지난 8월 29일로 2500만 명을 넘어섰다고 글로벌 통계사이트 월도미터가 밝혔다. 누적 확진자는 8월 9일 20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20일 만에 500만 명이 늘었다. 앞서 지난 7월 21일 1500만 명에서 8월 9일 2000만 명까지 증가하는 데 19일이 걸린 것과 비슷한 증가세다. 앞서 6월 27일 1000만 명에서 7월 21일 1500만 명까지 느는 데는 24일이 걸렸다. 코로나19는 여전히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아랍에미리트(UAE)가 2019년을 '관용의 해'로 정했음을 알리는 정부 사이트. 사진=아랍에미리트 정부 사이트

아랍에미리트(UAE)가 2019년을 '관용의 해'로 정했음을 알리는 정부 사이트. 사진=아랍에미리트 정부 사이트

 

포용·소통·통합 아랍에미리트 방역 모범  

이런 상황에서 특히 위태로운 지역이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하는 중동이다. 카타르·바레인·쿠웨이트·오만에 유대국가인 이스라엘까지 이주민 비율이 많은 중동 국가에서 인구 100만당 코로나19 누적확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수많은 이주민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코로나 19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동 부자나라들은 이주민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인구 대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관용의 해’를 선포하면서 포용과 소통, 그리고 통합정책을 펼쳐온 아랍에미리트(UAE)가 중동 지역에선 비교적 방역 모범 사례를 보여줘 주목된다.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8월 13일 걸프지역 국가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수교를 발표했으며, 31일엔 이스라엘과 첫 직항편을 연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9년 2월 3일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도착, 왕세자 셰이크 무함마드 알나흐얀(앞쪽 오른편)과 알 아즈하르 사원의 이맘인 셰이크 무함마드 엘 타예브(앞쪽 왼편)의 영접을 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2019년을 '관용의 해'로 선포했다. 공존과 소통을 위한 노력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9년 2월 3일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도착, 왕세자 셰이크 무함마드 알나흐얀(앞쪽 오른편)과 알 아즈하르 사원의 이맘인 셰이크 무함마드 엘 타예브(앞쪽 왼편)의 영접을 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2019년을 '관용의 해'로 선포했다. 공존과 소통을 위한 노력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확진자 20일 만에 500만 늘어  

아랍에미리트 방역의 배경이 되는 전 세계 코로나19 통계를 잠시 살펴보자. 한국 시간 9월 2일 0시 현재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2528만3588명에 이르렀다. 전날 하루 확진자는 24만4706명이 늘었다. 누적 사망자는 85만5646명으로 전날 하루에만 4216명이 숨졌다.  
가장 많은 누적 확진자가 나온 나라는 미국으로 9월 2일 현재 621만2708명에 이르렀다. 전날 하루 확진자는 3만8560명에 이르렀다. 미국의 누적 사망자는 18만7793명으로 전날 하루 512명이 세상을 떠났다.  
미국에선 지난 8월 26일 누적 확진자 600만 명을 넘어섰는데, 지난 8월 6일 500만 명에 이른 이래 20일 만에 100만 명이 추가됐다. 7월 21일 400만 명에서 8월 6일 500만 명까지 증가하는 데 16일이 걸렸으며, 7월 6일 300만 명에서 7월 21일 400만 명에 이를 데까지 15일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약간 감소했다.  
2일 0시 현재 100만 명 이상 누적 확진자가 나온 나라는 미국과 브라질(391만190명), 인도(369만4878명), 러시아(100만48명) 등 4개국이다. 페루(65만2037명), 남아프리카공화국(62만7041명), 콜롬비아(61만5168명), 멕시코(59만9560명)이 50만 명을 넘었다. 브라질·페루·콜롬비아·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서 누적 확진자가 많다.  
지난 2019년 2월 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자이드 스포츠시티 경기장에서 6살 소녀 가브리엘라가 경호원을 제치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뛰어가고 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으로 중동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에서 13만 명의 이주민이 모여 가톨릭 미사를 드렸다. 타문화권과 소통을 시도하는 관용 정책의 실천이다. [트위터 캡처]

지난 2019년 2월 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자이드 스포츠시티 경기장에서 6살 소녀 가브리엘라가 경호원을 제치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뛰어가고 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으로 중동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에서 13만 명의 이주민이 모여 가톨릭 미사를 드렸다. 타문화권과 소통을 시도하는 관용 정책의 실천이다. [트위터 캡처]

 

인구 100만 당 확진자, 카타르·바레인 순

하지만 이 숫자는 인구를 고려하지 않은 절대 숫자여서 실제 발생률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월도미터가 제공하는 인구 100만 당 누적 확진자 숫자를 봐야 국가별 확진자 발생 상황이 더욱 정확하게 드러난다. 인구 100만 미만의 미니 국가를 제외할 경우 중동국가인 카타르가 100만 명당 4만2303명으로 가장 많고 바레인이 3만380명으로 그 다음이다. 카타르는 전체 인구의 4.2%, 바레인은 3%가 확진자인 셈이다.  
중남미 국가 칠레(2만1507명)와 파나마(2만1494명), 중동국가 쿠웨이트(2만45명)으로 2만 명대이며 그 다음이 중남미의 페루(1만9730명)이다. 미국은 그 뒤를 이어 1만8775명이며 브라질은 1만8377명에 이른다. 인구 100만 명당 1만 명, 즉 100명의 1명꼴 이상인 나라가 전 세계에서 14개국이나 된다.  
지난 8월 3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떠나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한 이스라엘 엘알 항공 소속 첫 직항기에 위로부터 아랍어(살렘)와 영어(피스), 히브리어(샬롬)의 순으로 '평화'를 의미하는 단어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비행기가 착륙한 뒤 조종사가 아랍에미리트, 미국, 이스라엘의 국가도 내걸었다. 아랍에미리트의 관용과 소통의 정책은 코로나19의 방역과 이스라엘 수교 모두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PA=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떠나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한 이스라엘 엘알 항공 소속 첫 직항기에 위로부터 아랍어(살렘)와 영어(피스), 히브리어(샬롬)의 순으로 '평화'를 의미하는 단어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비행기가 착륙한 뒤 조종사가 아랍에미리트, 미국, 이스라엘의 국가도 내걸었다. 아랍에미리트의 관용과 소통의 정책은 코로나19의 방역과 이스라엘 수교 모두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PA=연합뉴스

 

‘미국, 코로나 잘 대응’은 정치적 거짓

미국과 브라질은 전체 누적 확진자 숫자도 많을 뿐 아니라 인구를 고려한 발생률에서도 전 세계에서 상당히 높다. 큰 인구를 생각하면 확진자가 많은 편이 아니라는 정치 지도자들의 변명이 통계를 보면 억지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참고로 전 세계의 인구 100만당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293.4명이며, 사망자는 109.8명이다. 미국의 인구 100만당 누적확진자는 전 세계 평균보다 거의 6배가 많은 셈이다. 사망자도 567명으로 세계 평균보다 5.5배가 많다. 코로나19에 잘 대응했다는 미국 정치인의 발언은 거짓에 가까운 셈이다. 이처럼 통계는 코로나19 발생률의 진실을 알려주고 팩트체크를 명쾌하게 해준다.  
 
섬나라 바레인의 작은 부속도서인 시트라에 코로나19 중증 환자 수용을 위한 격리치료 시설이 마련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섬나라 바레인의 작은 부속도서인 시트라에 코로나19 중증 환자 수용을 위한 격리치료 시설이 마련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동권, 발생률 세계 최상위권

인구 100만당 확진자 숫자, 즉 발생률을 보면 중남미와 함께 중동이 눈에 띈다. 카타르·바레인·쿠웨이트와 함께 오만(1만6759명), 이스라엘(1만2747명)이 1만 명을 넘는다. 사우디아라비아(9073명)와 아랍에미리트(UAE·7087명)도 많은 편이다.  
이들 7개국은 지리적으로 중동에 위치한 것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외국인 이주민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2019년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통계를 보면 이주민 비율은 중동권에서 유난히 높다. 아랍에미리트(87.9%), 카타르(78.7%), 쿠웨이트(72.1%), 오만(46.0%), 바레인(45.2%), 사우디아라비아(38.3%)의 순이다.  
이들 나라는 산유국이라는 것 외에도 외국인 인력에 노동력을 크게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쿠웨이트는 도시 개발 등으로 필요한 외국인 인력의 숫자가 급속히 늘었다. 이주민의 대부분은 노동력이 풍부한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네팔 등 인도 아대륙 출신이다. 이 지역 출신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나 카타르는 ‘거대한 인디언 타운’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들의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는 식당이나 상점, 택시에서 아랍어 대신 영어가 사실상의 공용어로 쓰이는 이유다. 그 외에도 필리핀·미얀마·러시아·동유럽 출신의 이주민도 상당수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일하던 인도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6월 15일 확산하는 코로나19를 피해 자국으로 귀국하고 있다. 올해 들어 아랍에미리트에선 20만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자국으로 돌아갔다. AF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에서 일하던 인도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6월 15일 확산하는 코로나19를 피해 자국으로 귀국하고 있다. 올해 들어 아랍에미리트에선 20만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자국으로 돌아갔다. AFP=연합뉴스

 

이주민과 코로나19 발생 연관 보여줘

월도미터의 코로나19 발생 통계와 유엔 통계를 비교하면 중동 국가에서 코로나19 발생률이 높은 나라에서 이주민 비율이 함께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코로나 19 발생률이 높은 중남미의 경우 이주민 비율이 낮아서 이 둘이 반드시 연동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주민 비율이 높은 중동 국가는 한결같이 코로나19 발생률이 높다. 이는 중동지역에서는 높은 이주민 비율이 코로나19 발생률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보여준다. 중동국가는 아니지만 이주민 비율 37.1%에 인구 100만당 확진자 발생이 9705명에 이르는 싱가포르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부유하고 국가의 복지 혜택을 충분히 받는 해당 국가의 국민과 달리 이주민들은 주거·의료·위생의 삼중고를 겪으면서 코로나19의 타격을 직접 입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인 셈이다.  
아들이 대학을 마친 뒤 아랍에미리트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 부부. 아들의 졸업식 사진을 내보니며 코로나19의 확산 와중에 해외에서 일하는 자식을 걱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들이 대학을 마친 뒤 아랍에미리트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 부부. 아들의 졸업식 사진을 내보니며 코로나19의 확산 와중에 해외에서 일하는 자식을 걱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국가 내 불평등이 방역의 아킬레스건으로  

경제와 생활 수준이 현지 주민보다 열악한 이주민이 코로나19에 더 많이 시달린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주거비용 문제로 주로 밀집 거주하며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경제적·제도적 이유로 건강보험의 혜택도 힘들 수밖에 없다.  
같은 국가라는 시스템 속에서 부유한 국민과 가난한 이주자가 이중적·차별적 사회구조를 형성한 게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에 취약해진 이유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취약하고 불평등한 사회 구조가 보건위생의 열악함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전염병 방역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별적 상황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국가 전체의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중동의 경우 이주민 노동력에 대한 의존이 거의 절대적이다. 국가 경제의 기반인 에너지 산업은 물론 서비스 산업까지 이주 노동자 없이는 돌아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주민의 필요성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차별을 해소하고 격차를 완화해 보건위생과 사회적 통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국민과 이주민 사이에 인도주의적 통합이 필요한 셈이다. 이주노동자 의존국가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통합의 개혁적 조치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해변. AF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해변. AFP=연합뉴스

 

‘관용의 해’ 아랍에미리트 대응 성공적

이런 상황에서 아랍에미리트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높은 이주민 비율에도 확진자 발생이 중동 지역에서는 현저하게 낮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전체 인구에서 이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87.9%로 세계 1위다. 높아도 너무 높을 정도다. 그런데도 인구 100만당 코로나19 발생률은 7087명으로 세계 26위로 떨어진다. 게다가 인구 100만당 코로나19 사망자는 39명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적은 편이다. 중동의 선진국으로 자부하는 이스라엘(113명)보다도 적다. 전 세계의 인구 100만당 누적 확진자는 3293명이며 사망자는 109.8명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랍에미리트의 코로나19 방역은 중동 지역에선 모범인 셈이다.    
아랍에미리트가 이런 성과를 보인 배경에는 국가적으로 추진해온 ‘사회적 관용’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2019년을 ‘관용의 해(The Year of Tolerance)’로 선포했다. 아랍에미리트의 대통령이자 아부다비의 에미르(이슬람 군주)로 현재 와병 중인 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흐얀의 명의로 선포돼 무게를 더했다. 
입법과 제도화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관용과 대화, 공존, 개방의 가치 확립을 추진한다는 정책이다. 아랍에미리트 정부 홈페이지는 “관용은 건국 때부터 추구해온 가치”라며 “개방과 존중의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전 세계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공존을 추구해왔다”고 강조했다. 관용을 국가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이자 아젠다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도시 제다에서 현지인 관리자와 이주노동자가 희생제인 이드알아드하에 쓸 수입 양을 살펴보고 있다. 이드알아드하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해 자신의 아들 이삭을 번제에 바칠 희생으로 쓰려고 하는 순간 하느님의 천사가 나타나 이를 막았다는 일화에서 비롯했다. 아브라함은 대신 수풀에 걸려있던 숫양을 제물로 삼았다. 이슬람에선 이를 기리기 위해 메카 순례 기간이 끝난 뒤 사흘 동안 이드알아드하 촉제를 열고 소, 양, 염소, 낙타 등 가축을 잡아 희생제에 쓰고 그 고기를 가난한 이웃과 나눈다. 이슬람에선 쿠란과 함게 구약성서도 주요 경전으로 삼는다.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도시 제다에서 현지인 관리자와 이주노동자가 희생제인 이드알아드하에 쓸 수입 양을 살펴보고 있다. 이드알아드하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해 자신의 아들 이삭을 번제에 바칠 희생으로 쓰려고 하는 순간 하느님의 천사가 나타나 이를 막았다는 일화에서 비롯했다. 아브라함은 대신 수풀에 걸려있던 숫양을 제물로 삼았다. 이슬람에선 이를 기리기 위해 메카 순례 기간이 끝난 뒤 사흘 동안 이드알아드하 촉제를 열고 소, 양, 염소, 낙타 등 가축을 잡아 희생제에 쓰고 그 고기를 가난한 이웃과 나눈다. 이슬람에선 쿠란과 함게 구약성서도 주요 경전으로 삼는다. AFP=연합뉴스

 

2019년 교황 찾은 UAE, 최대 기부국

‘관용의 해’의 상징적인 사건이 2019년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13만 명의 신자를 대상으로 미사를 집전한 일이다. 가톨릭 수장인 교황이 이슬람의 발상지인 아라비아 반도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4일 아부다비에서 이집트 카이로 최초의 이슬람 사원인 알아즈하르 모스크의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과 함께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에 대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런 아랍에미리트의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주아랍에미리트 한국대사관의 권용우 대사는 홈페이지에서 “아랍에미리트는 개방된 경제체제와 관용의 문화를 바탕으로 9년 연속 ‘아랍 청년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나라‘로 선정됐다”고 지적했다. 권 대사는 “아랍에미리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인도적 연대의 정신 아래 전 세계 70개국에 무상으로 의료품과 식료품을 지원해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는 올해로 수교 40주년을 맞아 ’문화 교류의 해‘를 선포했지만 코로나19로 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유럽의회의 안토니오 타자니 의장(2017년 1월~2019년 7월 재임)은 지난 1월 “특히 여성과 젊은이들에게 관용을 강조하고 권한을 부여한 데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타자니 의장은 “아랍에미리트는 2013~2017년 320달러 상당의 기부와 지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대 규모의 공적 개발원조를 시행했다”고 칭송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시아파 신자들이 지난 8월 29일 동부 도시 카티프에 모여 종교 행사를 열고 있다. 이날은 태음력인 이슬람 달력으로 새해 첫 달인 무하람의 제10일인 아슈라(아랍어로 10이라는 듯)에 해당한다. 아슈라는 올해 8월 28일 저녁부터 29일 저녁까지다. 아슈라는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외손자로 시아파에서 성인으로 여기는 후세인이 680년 이라크 남부 카르발라에서 전투중 살해된 것을 기리는 시아파의 추념일이다. 시아파는 당시 무함마드의 외손자이자 시아파의 이맘인 후세인의 목숨을 구하지 못하고 적의 칼날에 순교에 이르게 한 한을 1000년 이상 매년 새기고 있다. 사진 속 시아파 신자들은 후세인의 순교를 추념하는 슬픔과 통곡의 시간을 마친 뒤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마스크는 쓰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을 자임하고 있으며 시아파와 거리를 둔다. 정부가 차갑게 대하면 대할 수록 소수 시아파는 더욱 자신의 신앙과 민음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왔다.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시아파 신자들이 지난 8월 29일 동부 도시 카티프에 모여 종교 행사를 열고 있다. 이날은 태음력인 이슬람 달력으로 새해 첫 달인 무하람의 제10일인 아슈라(아랍어로 10이라는 듯)에 해당한다. 아슈라는 올해 8월 28일 저녁부터 29일 저녁까지다. 아슈라는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외손자로 시아파에서 성인으로 여기는 후세인이 680년 이라크 남부 카르발라에서 전투중 살해된 것을 기리는 시아파의 추념일이다. 시아파는 당시 무함마드의 외손자이자 시아파의 이맘인 후세인의 목숨을 구하지 못하고 적의 칼날에 순교에 이르게 한 한을 1000년 이상 매년 새기고 있다. 사진 속 시아파 신자들은 후세인의 순교를 추념하는 슬픔과 통곡의 시간을 마친 뒤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마스크는 쓰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을 자임하고 있으며 시아파와 거리를 둔다. 정부가 차갑게 대하면 대할 수록 소수 시아파는 더욱 자신의 신앙과 민음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왔다. AFP=연합뉴스

 

방역, 보건의료 넘어 사회·정치적 사안

아랍에미리트의 사례는 코로나19가 단순한 방역의 문제를 넘어 사회 통합과 관용·대화·공존·개방과 연관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물론 아랍에미리트도 완벽할 수는 없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노동과 인권 분야에서 문제가 지적된다. 그런데도 세계 최대의 이주민 비율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중동에서 가장 돋보이는 방역 실적을 낸 것은 분명 ‘관용’ 정책이 한몫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인구 991만 명 아랍에미리트는 9월 2일 0시까지 누적확진자 7만231명, 사망자 384명으로 인구 100만당 누적확진자 7087명, 사망자 39명을 기록했다. 방역은 보건의료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정치적 문제임을 생생히 보여준 것이 아랍에미리트의 사례일 것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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