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팩플] K-OTT 주도권 싸움, 과기부·방통위·문체부 왜 이래?

중앙일보 2020.09.02 05:00
국내 4대 OTT 사업자 웨이브, 왓챠, 티빙, 시즌. [중앙포토]

국내 4대 OTT 사업자 웨이브, 왓챠, 티빙, 시즌. [중앙포토]

 
웨이브·티빙·왓챠 같은 국내 서비스를 ‘한국판 넷플릭스’로 키워주겠다고, 정책과 법안이 연일 쏟아진다. 정작 업체들은 혼란스러워 표정 관리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가 제각각 ‘나랑 얘기하자’며 나선 탓. 국회에서 ‘왜 이렇게 각각 대책을 세우냐’고 장관에게 지적할 정도다.
 

무슨 일이야

정부 3개 부처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 관련해 법안과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꾸려진 ‘협의체’만 해도 여러 개다.
· 과기부는 지난달 31일 OTT를 ‘특수유형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인터넷 기반 서비스 업체들은 이 법에 따른 부가통신사업자이고, OTT 업체도 그래왔다. 앞으론 OTT를 ‘특수 유형’으로 따로 구분해 관리하겠다는 것.
· 방통위는 지난달 20일 ‘OTT 정책협력팀’을 만들고 담당자 3명을 배정했다. 28일에는 업체와 ‘OTT협의체’도 만들어 첫 회의를 가졌다. 앞서 지난달 18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국내 OTT 사업자들을 만나 얘기한 대로다.

· 문체부는 이광재(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OTT를 법적으로 정의하는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진흥법(가칭, 이하 온라인영상법)’을 준비하고 있다. 문체부와 OTT 사업자들과의 협의체는 이미 지난 4월부터 운영 중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내 OTT 4개사와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내 OTT 4개사와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이게 왜 중요해

OTT라는 산업 분야 하나를 놓고, 정부 부처끼리 ‘이건 내 소관’이라고 선언하는 모양새다. 업체 입장에선 오늘 이 부처와 논의했는데, 얼마 뒤 다른 부처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상황.
·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윤영찬(더불어민주) 의원이 최기영 과기부 장관과 한상혁 방통위원장에게 “각 부처가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처럼 외부에 비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 이들은 “먼저 부처별로 계획을 세워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 최 장관은 “앞으로 (부처끼리)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 관련 부처가 같이 모여서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다”며 소통하지 않은 것은 인정했다.

· 업계에서도 ‘채널 정리부터 해줬으면’ 하는 입장. 한 OTT 업체 관계자는 “의견을 내보라고 하시지만 부처마다 관점이 제각각이라, 어디에 뭘 말씀드릴지 헷갈린다”고 했다.
 

법 문제 : 규제 아닌 지원이라지만…

OTT 사업이 어느 법에서 정의되느냐 따라 받는 규제와 지원이 달라진다. 부처들은 하나같이 ‘규제가 아니라 지원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 과기부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OTT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한다. 'OTT는 플랫폼'이란 관점이다. 현재의 법은 OTT에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올해 말 시행). 
· 문체부 추진 법안에서 OTT는 ‘온라인비디오물제공업자’(영화비디오법 개정안)이자 ‘온라인영상콘텐츠제공업자’(온라인영상법)다. 이 법에 따라 OTT는 영상물을 자체 등급분류 할 수 있다. 문체부 담당자는 “해외진출 지원과 사업자 간 저작권 갑질 방지 등의 조치가 포함된다”고 했다.
· 방통위는 '유사 방송'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며 “유사 서비스를 하는 OTT도 방송발전기금 징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방통위 내 신설된 OTT 담당 팀은 방송기반국 산하다. 업계에서 긴장하는 이유다. 방통위는 1일 중앙일보의 문의에 “신설 팀이 방송기반국 산하이긴 하지만 OTT 업무를 총괄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넷플릭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사진 넷플릭스]

 

사업 문제 : 국산이면 같은 편?

정부가 ‘국내 OTT’를 한 묶음으로 보는 것도 업체 입장에선 곤혹스럽다. 각자의 특징이 있는데, ‘넷플릭스에 맞서라’며 한 편을 요구받기 때문.
·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업체 간담회에서 ‘정부의 K-OTT 지원’을 언급하며 “넷플릭스 등 해외 OTT가 성장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사업자 간 제휴와 협력”이라고 했다.
· 웨이브는 통신사와 방송국(SK텔레콤+지상파 3사), 티빙은 대기업 엔터계열사(CJ ENM), 왓챠는 스타트업, 시즌은 통신사(KT)의 서비스다. 동영상 서비스를 한다는 것만 같을 뿐, 출신이 다른 만큼 사업 지향점도 다르다.
·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업체마다 사업 모델이 제각각이고, 이렇게 해야 국산 OTT가 잘 된다는 확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업자도 없다”고 했다.
 

이걸 알아야 해

각 부처가 OTT 활성화에 적극적인 건, 정부의 하반기 주요 경제정책 ‘디지털 뉴딜’과 관련 있어서다.  
· 지난 6월 22일 정부 관계부처 통합으로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국내 미디어 시장을 1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것.
· 당시 정부는 글로벌 콘텐트 플랫폼 기업을 5개 이상 육성하며, 3200억원을 들여 넷플릭스에 맞서는 K미디어 생태계를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뉴스가 답답할 땐, 팩플

레터 구독신청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3985

레터 구독신청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3985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