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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2차 냉전 중…호주·독일과 외교 공간 만들어야"

중앙일보 2020.09.02 05:00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이 서을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이 서을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많은 사람이 바이든의 승리를 전망하지만,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美 대선 앞둔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 연쇄 인터뷰 ②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국정책연구소장

김흥규(사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앙일보와의 외교·안보 전문가 연쇄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오는 11월 3일 열리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갈등 양상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한국의 외교 전략도 변해야 한다. 
 
김 교수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우세 분위기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가능성도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한다"며 "누가 당선되든 미·중 경쟁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호주·독일 등과 협력해 제3의 외교적 공간을 열어나가고, 재래식 군사력을 강화해 북한과는 '대항적 공존'을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중앙일보는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 6명에게 올 하반기 북한의 행보를 포함한 한국의 외교 과제와 전망을 물어 연재한다. 1일 전재성 서울대 교수를 시작으로 오는 6일까지 6명의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매일 연재할 예정이다.
 
 
11월 미국 대선의 승자는 누구일까? 
다들 바이든의 승리를 점치지만,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CNN 여론조사에 의하면 트럼프와 바이든의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또 올해 3~4분기 내 신종 코로나 백신이 나와 하반기 미국 경제가 급반등하면서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남은 세 번의 TV토론도 백병전에 능한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6개의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가운데 약간의 변화로도 대선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또는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외정책은?  
누가 되든 중국과의 경쟁은 지속할 것이다. 미·중은 이미 ‘제2차 냉전’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다지고, 중국과 연합하는 ‘결미연중(結美聯中)’ 전략을 펴야 한다. 한국이 미국에 대한 안보적 자율성과 중국에 대한 경제적 자율성을 확대해 나가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미·중 전략적 경쟁상황에서 조급하게 양자택일하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란 양대 진영 중 한 국가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바로 '복합적 냉전' 상황이다. 상호 의존이 강한 세계화 시대에 미·중은 계속 갈등하더라도, 나머지 국가들은 그 갈등을 우려하면서 각자도생하는 구조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기회도 있고 공간도 있다.
 
지난 4월 16일 백악관에서 브리핑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지난달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16일 백악관에서 브리핑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지난달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로이터=연합뉴스]

 
구체적으로 한국의 외교적 공간과 기회는 무엇인가?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과 같은 입장과 고민에 빠진 호주 및 독일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제3의 외교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특히 호주는 한국과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 미국과 동맹이지만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30%로 한국보다 높다. 그래서 한국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함께 할 준비가 이미 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호주와 일반적 관계를 넘어 '준(準)전략동맹' 차원까지 발전시켜 서로 보완재가 돼야 한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은? 
시간문제일 뿐 주한미군의 감축과 전환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현재 미군 배치는 한국전쟁 이후 냉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 현재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장사정포의 위협은 미국이 한국에 어떤 전략 자산을 가져다 놓아도 방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세계 최강 국가가 최정예부대를 '로그 스테이트(불량국가)' 앞에 놓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능하면 미군을 재배치하려고 할 것이고, 한반도에는 상징적인 부대만 남겨 놓으려 할 것이다. 미국의 이익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북·미가 3차 정상회담을 11월 대선 전 개최할 가능성은?
부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궁지에 몰려 김정은과의 극적인 쇼를 통해 반전을 꾀할 것이란 전제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트럼프 입장에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해제 등 위험을 감수하면서 북한이 지킬지, 안 지킬지 확실하지 않은 협상에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하반기에 군사적 도발을 할까? 한다면 어떤 도발일까?
지금까지 추이를 보면 북한이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도발을 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략적 도발 가능성은 작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와 수해 등으로 내부 문제를 수습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또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려는 중국의 견제가 전례 없이 강할 것이다. 미국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이 또 다른 변수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북한이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중국은 반드시 보복할 것이기에, 이것이 북한에 대단히 강력한 억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굳이 도발한다면, 미국을 향한 전략적 도발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을 향해 지원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전술적 도발’에 그칠 것으로 본다.  
 
남북관계가 최악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해야 할 대북정책 방향은?
문재인 정부는 '평화적 공존'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우리의 군사적 기초 체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떤 공존도 실행하기 어렵다. 이제 군사적 기초 체력을 확고히 하고 북한과 ‘대항적 공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대항적 공존'이란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때 한국은 반드시 보복한다는 인식을 북한에 명확히 전달하고, 그 기반에서 서로가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문재인 정부가 생각하는 프레임을 넘어, 국제 정세에 대해 독자적인 인식과 전략적 판단을 마친 듯하다. 즉, 어려움을 한국과 함께 타계하기보다 스스로 힘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 정부 임기 내에 북한과 큰 성과를 내려고 서둘러서는 안 된다.
 
지난 8월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 앞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이 회담을 마친 후 해운대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 등이 논의 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8월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 앞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이 회담을 마친 후 해운대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 등이 논의 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은 가능할까? 
시진핑 연내 방한 가능성엔 다소 부정적이다.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의 감염이라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방한으로 양국이 주고받을 선물이 마땅치 않다. 
 
그래도 방한한다면 언제쯤일까? 어떤 의제가 다뤄질까?
그래도 방한을 한다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10월이 지나 11월~12월 초가 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 상황에서도 방한을 강행한다면, 그건 중국의 반도체 수급을 위한 목적이 있을 것으로 본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중국의 필수적인 반도체 공급 회사 중 하나다. 최근 미국의 압박으로 대만의 반도체 회사가 9월부터 중국에 공급을 못 하게 됐다. 반도체 수급 문제 해결이 중국의 가장 큰 목적일 것이다. 두 번째 이슈는 미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아시아 배치 같은 한국의 군사적 변화에 대한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김흥규 교수는=서울대 외교학과 국제정치학 학ㆍ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외교부 혁신이행 외부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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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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