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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측 “검찰, 이 부회장 기소라는 목표 정해놓고 수사”

중앙일보 2020.09.02 00:03 종합 3면 지면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9일 대기 중이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법원은 당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 부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1일 검찰이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그는 다시 재판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9일 대기 중이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법원은 당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 부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1일 검찰이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그는 다시 재판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삼성 관련 임직원 11명을 검찰이 기소하면서 삼성 내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용 국정농단 재판 70차례 출석
경영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 제동
삼성 ‘사법 리스크’ 장기화 우려
“재판 길어지면 정상 경영 힘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갈등 같은 외부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라는 악재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의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굵직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은 1일 검찰의 불구속 기소 발표에 “혹시나 했던 기대가 무너졌다”며 냉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 수사로 시작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기는커녕 장기화 국면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기소유예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 섞인 관측도 있었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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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구속기소된 뒤 1심 재판에서 실형(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이 부회장은 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다.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더라도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이후 회사 경영에 전념할 틈이 없었다. 특별검사 등의 소환조사는 열 차례,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세 번을 받아야 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한 뒤에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만 70여 차례 출석했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4년반 동안 검찰 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했다”며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재판이 진행되면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투자 결정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은 2016년 11월 세계 1위 전장업체인 미국의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했다. 삼성의 M&A에서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 이후에는 눈에 띄는 M&A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33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 등 굵직한 투자 계획은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나온 뒤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삼성은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은 지난달 사내방송에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순간적으로 빨리빨리 결정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총수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글로벌 경쟁에서 총수의 결단과 투자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지난달 말 22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밝혔다. 2㎚(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공정 개발과 생산에서 삼성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목표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 부회장이 재판에 전념해야 한다면 차세대 기술 개발에서 다른 기업과의 긴밀한 협업도 어려워진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M&A나 투자와 관련해 총수가 외부 전문가를 두루 만나고 직접 결단을 내려 왔다. 사법리스크 장기화로 그걸 할 수 없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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