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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홍남기에 훈계같은 공개질의 "전문가 오만 벗어나 국민 뜻 따르는 게 대리인 의무"

중앙일보 2020.09.01 20:25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재난지원금에 대해 공개질의했다. 형식은 질문이지만 내용은 행정부에 대한 압박이 담겨 있다. 홍 부총리의 국회 답변과 관련해 두 사람이 미묘한 대립을 하고 있는 터라 더 관심이 컸다.  

이 지사는 "1370만 경기도민을 대표하여 몇 가지 여쭙는다"며 "국민이자 당원으로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의견을 낼 책임이 있다. 당론과 정부 정책이 정해지면 소신과 다른 결정이더라도 당연히 따르겠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재정경제정책 총책임자이신 부총리님께서 부족함이 많은 저의 질문이지만 진지한 답변을 부탁한다"고 공개 논쟁을 제안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중앙포토]

홍남기 경제부총리.[중앙포토]

이재명 경기 지사는 ^정부 지출은 수요와 공급 중 어느 쪽에 집중해야 하는가, ^서구 선진국이 국가부채를 늘려가며 국민 소비 진작에 힘을 쏟는 건 오류인가, ^현재 재정지출은 경제 정책인가 복지 정책인가, ^총액이 같다면 선별-보편 여부는 재정 건전성과  무관하지 않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현금 지원보다 매출 지원이 낫지 않은가 등 5가지다.  
 
질문의 형식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요를 진작하기 위한 과감한 재정 지출, 현금보다는 전 국민을대상으로 한 지역 화폐 공급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지사는 "가지 않던 길 만들어 가는 건 힘들지만,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 싸고 좋은 새 길을 찾아야 한다. 질적 전환의 시대에는 질적으로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며 "모든 것을 안다는 전문가의 오만이나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권위의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국민의 뜻이라면 따르는 것이 민주공화국 대리인의 의무라고 믿는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홍 부총리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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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국회 예결위에서  "이재명 지사의 철없는 정책"이라는 미래통합당 임이자 의원의 질의에 맞장구를 쳤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이 지사는 "당황스러웠다"고 발끈했고, 홍 부총리는 이튿날 "내가 어떻게 지사에게 철이 있다, 없다고 하겠느냐"고 해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님께 드리는 5가지 질문>
1,370만 경기도민도 국민으로서 부총리님이 결정하는 경제‧재정정책의 대상이니 도민을 대표하여 몇가지 여쭙겠습니다.
 
저 또한 국민이자 민주당원으로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정권의 성공을 위해 국가정책 결정과정에 의견을 낼 책임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당론과 정부정책이 정해지면 비록 저의 소신과 다른 결정이더라도 당연히 따를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너무 힘들고 경제상황 악화가 예정되어 있는 지금 재정경제정책은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재정경제정책 총책임자이신 부총리님께서 부족함이 많은 저의 질문이지만 진지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첫째, 현재 정부지출은 수요와 공급 측면 중 어떤 쪽에 집중해야 하는가요?
 
복잡해 보이는 경제문제이지만 시장경제는 공급과 수요, 조정기능을 하는 재정 3가지로 이루어집니다.
 
세계경제의 지속적 저성장은 기술혁명과 인간노동(일자리) 비중 축소에 따른 기업이윤 확대와 개인소득 축소로 수요(소비와 투자)가 구조적으로 부족해지며 생긴 것인데, 코로나19로 인한 수요위축으로 경제위기가 격화되었습니다.
 
투자확대도 어려우니 소비확대로 수요를 확충해야 합니다. 그런데 빚을 내 소비하는 것(부채성장)도 한계에 이른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쳤으니 정부재정지출은 공급역량 강화가 아니라 소비확대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우리 국가부채비율은 외국평균(110%)의 절반도 안되는 40%대이고, 가계소득 중 이전소득 비율도 3%대로 외국의 1/5도 안됩니다.
 
13조원으로 3개월간 온 국민이 온기를 느낄 만큼 효과 높은 재난지원금을 1인당 30만원씩 두세번 더 지급해 국가부채율이 2~3% 올라가더라도 국가재정운영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강제소비에 따른 매출과 생산의 연쇄적 증가로 세수가 늘고 경제총량도 늘어 국가부채비율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서구선진국들이 국가부채를 늘리며 전 국민 소비지원에 나선 것은 오류입니까?
 
부총리님께서 가장 중시하시는 우리 국가부채는 40%대로 외국평균(110%)의 절반에도 못미칩니다. 이들 외국도 경제위기 전에는 30~40%대의 국가부채율을 유지하다 여러 경제위기를 거치며 경제위기극복책으로 재정지출을 늘려 현재의 110%대가 되었고, 이번 경제위기를 맞아 10~30%에 이르는 부채비율 상승을 감수하며 고액의 국민직접지원으로 국민소비여력을 늘려 경제살리기에 나섰습니다.
 
이들 국가들이 무능하거나 경제와 재정을 몰라서 국가부채비율을 늘려왔거나, 이미 높은 국가부채비율의 추가증가를 감수하면서 국민들에게 소비용 직접지원을 했다고 보십니까?
 
셋째, 현재의 재정지출은 복지정책인가요 경제정책인가요?
 
복지정책이라면 복지부가 주관하는 것이 맞고 경제정책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기재부가 하는 것 아닌가요? 경제정책이라면 정책혜택을 국민이 모두 고루 누리는 것이 형평성에 맞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복지정책 조차도 보편적으로 해야 한다는 형국인데 복지정책 아닌 경제정책의 혜택을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은 왜 배제하며,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선으로 경계선상 사람들을 절망시키고, 엄청난 선별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뿐 아니라, 선정된 사람은 낙인으로 자괴감 느끼게 할까요?
 
학교급식과 아동수당, 기초연금에서 선별지급을 주장하는 보수야당과 싸우며 민주당이 쟁취해 온 보편복지와 공평의 가치에서 이번에는 왜 벗어나려는 것입니까?
 
넷째, 총액이 같다면 선별 보편은 재정건정성과 무관하지 않습니까?
 
10을 전원에게 나눠지급하나 절반에게 두배씩 지급하나 같은 금액이니 선별이냐 보편이냐는 재정건전성이나 국채비율과는 무관합니다.
 
따라서 지급여부가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준다는 건 이해되지만, 보편지급이어서 재정건전성을 해친다는 식의 주장은 도저히 납득이 안됩니다.
 
다섯째, 경제활성화에는 현금지급보다 매출지원이 낫지 않습니까?
 
소상공인에게 현금을 지급하기보다 ‘시한부 지역화폐로 가계에 지급해 소상공인에게 소비’하게 하면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 소상공인 매출증가, 생산자 생산증가로 연쇄효과(승수효과)가 발생하여 경제회복이 더 잘되고, 나아가 지원효과를 더 많이 더 많은 사람이 누릴 것입니다.
 
소상공인에게 현금지급하여 밀린 임대료 내고 불안한 미래 때문에 저축하게 하면 승수효과도 줄고 결국 효과없는 일본의 헬리콥터머니 되는 것 아닙니까?
 
혹 미래통합당 모 의원 말씀처럼 코로나 때문에 소비할 기회가 없어 경제효과가 별로 없을까 우려되십니까?
 
그러나 비대면으로 소비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살기 위해 소비는 계속해야 합니다. 소비할 돈이 없어 문제지 코로나 악화시키지 않고 소비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가지 않던 길 만들어 가는 건 힘들지만,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 싸고 좋은 새 길을 찾아야 합니다. 질적 전환의 시대에는 질적으로 새로운 대응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안다는 전문가의 오만이나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권위의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국민의 뜻이라면 따르는 것이 민주공화국 대리인의 의무라고 믿습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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