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공의 파업 지지" 서울대병원발 집단사직 전국 곳곳 번졌다

중앙일보 2020.09.01 18:47

교수들 "제자들과 함께할 것" 파업 지지 

1일 오후 조선대병원 접수 창구 앞에서 이 대학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정부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의료계 집단 휴진이 지난달 21일부터 12일째 이어지면서 접수 창구가 썰렁하다. 프리랜서 장정필

1일 오후 조선대병원 접수 창구 앞에서 이 대학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정부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의료계 집단 휴진이 지난달 21일부터 12일째 이어지면서 접수 창구가 썰렁하다. 프리랜서 장정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달 21일부터 무기한 파업 중인 전국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대병원·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 전공의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한 데 이어 1일에는 전북·부산·대전·충북·경남 등 상당수 대학병원 전공의 전원 또는 대다수가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전북대·원광대 병원 299명 전원 제출
충북대병원 116명, 부산대병원 239명도

 1일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에 따르면 전날 두 대학병원 전공의 299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북대병원 181명, 원광대병원 118명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뜻을 함께하고 있는 두 대학병원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료 정책 철회 혹은 재논의 등의 결정이 있지 않은 한 투쟁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북대 의과대학 교수들도 전날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여 행동에 나선 의과대학생과 젊은 의사들이 정부의 무리한 법 집행으로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라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교수들은 단체 행동을 포함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제자들을 옹호했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사표는 냈지만 수리가 될지는 모르겠다"며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 한 전공의가 1일 이 병원 본관 1층에서 정부 의료 정책을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대병원 한 전공의가 1일 이 병원 본관 1층에서 정부 의료 정책을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단휴진에 전공의 사직까지 '일파만파' 

 전북대와 원광대 의대생들도 정부에 항의하는 '동맹 휴학'을 준비하고 있다. 전북대의 경우 졸업 학년을 제외한 의대생 695명 중 현재 660여 명이 동맹 휴학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원광대 의대생의 휴학 참여 인원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앞서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한다는 취지에서 소속 전공의 953명 중 895명(93.9%), 전임의 281명 중 247명(87.9%)이 업무 중단에 동참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같은 날 광주광역시에서는 전남대병원(본원·화순·빛고을 3개 병원) 314명, 조선대병원 142명, 기독교병원 46명, 광주보훈병원 27명 전공의의 90% 이상이 파업에 참여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의대 교수들도 제자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회는 지난달 31일 "의대 학생, 전공의, 전임의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정부가 정당한 의사 표현을 힘으로 억눌러 피해가 생기면 우리도 제자들의 행동에 동참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의료전문가로서 현 정부의 근시안적인 의료정책에 반대한다. 교육자로서 제자들이 정당한 의사 표현을 했다고 정부의 철퇴를 맞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조선대 의과대학 교수평의회도 성명을 내고 "의과대학 학생의 동맹 휴학 및 의사국가시험 거부, 전공의 동맹 휴업, 젊은 의사들의 파업을 지지한다"며 "정부의 일방적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제자 및 의사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1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병원 앞에서 이 대학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병원 앞에서 이 대학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대·단국대·충북대·부산대병원 전공의 사직서 제출  

 충북대병원 전공의 116명도 1일 정부 정책에 반발해 사직서를 냈다. 이 병원 전공의 대표는 "회의를 거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뜻을 모았고, 전공의 전원과 전임의 12명이 병원에 사직서를 냈다"며 "정부 정책이 철회되거나 원점에서 재논의될 때까지 무기한 집단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전날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 대부분이 담당 교수에게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안다. 사표 수리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충북대병원 전공의들은 청주 성안길과 복대동, 육거리시장 등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충북대병원 의과대학 교수회와 임상교수협의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집단 행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업 사태는 정부가 의료계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라며 "학생들이 환자를 돌보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경남에서도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냈다. 부산대병원 전공의 239명은 1일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진주 경상대병원 전공의 126명 전원과 창원 경상대병원 전공의 14명 중 10명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양산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140명 중 일부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현재도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어 정확한 숫자는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비대면 진료' 등 정부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비대면 진료' 등 정부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참여연대, 의료계 파업 비판 시위 

 대전·충남에서도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이 이어졌다. 대전 을지대병원 전공의 96명 전원과 대전 건양대병원 전공의 111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충남대병원 전공의 202명과 천안 단국대병원 전공의 132명도 사직서를 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전공의 119명은 파업에 동참하면서도 현재까지 사직서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의료계의 집단 파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1일 충북도청 앞에서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시국에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국민 건강을 담보로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는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더 많은 의료인 확충과 공공의료기관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천안·진주·부산·전주·청주=김방현·신진호·위성욱·이은지·김준희·최종권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