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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6개월 연속 감소에도 회복 조짐?…"방심하긴 일러"

중앙일보 2020.09.01 18:39
8월 수출이 1년 전보다 9.9%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세가 본격화한 지난 2월(-12.5%) 이후 6개월 연속 감소다.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읽힌다. 감소 폭만 본다면 7월(-7.1%)에 이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난해와 비교해 지난 8월 조업일수가 1.5일 적기 때문에 하루 평균 수출액 감소 폭(-3.8%)은 더 줄어든다. 부진했던 수출이 회복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지만,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 아직 변수가 많은 만큼 방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오히려 선전한 IT 업종

15대 업종 8월 수출현황. 반도체·컴퓨터·가전 등 IT 업종이 선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15대 업종 8월 수출현황. 반도체·컴퓨터·가전 등 IT 업종이 선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8월 수출 증가를 이끈 1등 공신은 코로나19로 오히려 수혜를 입은 IT 업종이다. 한국 수출의 맏형님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의 선방이 눈에 띈다. 8월 반도체 수출액(82억3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2.8% 증가했다. 7월(5.6%) 이후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누적 수치도 0.1% 증가로 돌아섰다.
 
최근 반도체 업황은 좋은 편은 아니다. 코로나19 초창기 서버업체들이 재고를 많이 쌓아둔 탓에 하반기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신규 CPU(중앙처리장치) 출시 지연으로 개인용 컴퓨터 판매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주요 생산기지인 중국·베트남 지역의 코로나19 상황이 누그러지면서 스마트폰 공급망이 회복되고 있다.
 
컴퓨터와 가전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나는 '언택트' 시장의 수혜를 봤다. 8월 컴퓨터 수출(106.6% )은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엔터테인먼트 및 게임 수요가 늘면서 저장 매체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판매가 급증한 덕이다. 실제 SSD 수출액은 지난해 8월 3억8000만 달러에서 올해 10억150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8월 가전 수출도 1년 전보다 14.9% 늘면서 2개월 연속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늘어난 '집콕족'의 덕을 봤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초고화질·초대형·스마트로 TV 성능을 높이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탁기 냉장고 등 홈코노미 수요도 늘었다.
 

바이오헬스·2차전지 신규업종도 성장

새로운 산업의 성장도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효자 업종으로 등장한 바이오헬스(58.8%)는 12개월 연속 성장세 이어갔다. 바이오시밀러의 해외시장 판매가 늘었고, 의약품 위탁생산 수요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이미 호평을 받는 국내진단기기 수출도 호재로 작용했다.  
 
2차전지의 8월 수출액은 1.0% 감소했다. 하지만 하루 평균 수출액으로 따지면 1년 전과 비교해 5.8% 증가로 선전했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리튬이온전지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 신규 전기차 판매 회복세가 늦어지면서 이온전지 수출은 소폭감소 했다.
 

유럽 일평균 수출↑…3대 시장 회복세

8월 들어 3대 시장(중국·미국·유럽) 하루 평균 수출이 성장으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

8월 들어 3대 시장(중국·미국·유럽) 하루 평균 수출이 성장으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지역별로 보면 유럽 시장의 회복이 눈에 띈다. 8월 유럽 수출은 1년 전보다 2.5% 줄었지만, 일평균 수출액(4.1%)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시장이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셈이다.
 
유럽 시장의 호조는 코로나19로 막혔던 경제활동 재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큰 폭으로 감소했던 일반기계와 자동차 업종의 수출 감소 폭이 줄었다. 바이오헬스와 2차전지 등 신산업의 진출도 유럽 시장 수출 회복에 기여했다.
 

코로나19 재확산, 미·중 무역갈등이 변수

이런 긍정 신호에도 수출 회복세가 하반기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 재확산이다. 지난 3~4월 급격한 수출 부진은 코로나19 유행으로 각국의 경제 활동이 마비된 탓이다. 만약 올 하반기에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다시 반복되면 수출 반등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갈등도 변수다. 미국이 오는 15일부터 중국 화웨이(華爲)를 상대로 미국 기술로 만들어진 반도체 부품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제재를 발표한다. 한국 업체가 만든 반도체 수출도 막히게 된다. 우리 입장에서는 큰 시장을 잃는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좋지 않았던 수출의 기저효과를 고려한다면 지금의 대외여건은 더 좋지 않다고 할 수 있다”면서 “미·중 갈등 역시 개선될 상황이 현재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출 부진 역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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