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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불법체류 외국인까지 긴급생활비?…체류자격·거주기간·소득기준 충족해야 지급

중앙일보 2020.09.01 17:58

“그럴 돈 있으면 우리 국민을 챙기라”

서울시가 외국인에게도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서울시가 이 같은 방침을 공식화한 건 26일이지만, 하루 전인 25일 은평구에서 제작한 '외국인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안내 포스터가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외국인에게도 긴급생활비를 주는 것이 맞느냐’는 갑론을박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지난 4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이주민 차별·배제하는 재난지원금 정책 국가인권위 진정 공동기자회견'에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인권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이주민 차별·배제하는 재난지원금 정책 국가인권위 진정 공동기자회견'에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인권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원 수가 194만명에 이르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몇달 전에 외국인은 (긴급생활비를) 줬던 것으로 아는데 또 준다는 것 같다. 어이가 없다”는 글이 올라왔다. “당연히 세금을 안 내는 외국인을 주면 안 된다”는 글도 있었다. 반면 “쟤네(외국인)가 내는 세금도 많다. 하위 50%까지만 준다는 건데 주식을 굴리거나 큰돈을 만지는 사람은 다 제외될 것”이라며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①서울시 외국인 긴급생활비 지원,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달 외국인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에 반대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외국인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에 반대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시는 지난 3월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서울시민에게 40만~100만원 수준의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급했다. 당시 결혼이민으로 한국인 가족이 포함된 가구와 난민 등 총 160만 가구에 5423억원이 지급됐다. 당시 편성된 9조1000억원의 예산 중 약 6%에 해당한다. 
 
서울시가 지난달 31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재난 긴급생활비에는 기존 수령자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4일 이상 입원·격리돼 '코로나19 생활지원비'를 수령했거나 실업급여, 코로나19 유급휴가비용 등을 받은 외국인도 대상에서 빠진다. 2차례 중복 지원은 아닌 셈이다.
 

②불법 체류자까지 다 준다?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 지급 조건에 대한 안내문. [서울시]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 지급 조건에 대한 안내문. [서울시]

 
이번 외국인 긴급생활비 지원 대상에는 조건이 있다. 먼저 가족대표(세대주)가 취업·영리활동이 가능한 비자를 소지한 순수 외국인 가구만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취업·영리활동이 금지된 유학(D-2), 일반연수(D-4) 등 체류자격 소지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불법체류자도 제외된다.
 
소득 기준도 있다. 중위소득 100% 이하가 돼야 한다. 월 소득이 ▶1인가구 175만7194원 ▶2인가구 299만1980원 ▶3인가구 387만577원 ▶4인가구 474만9174원 ▶5인가구 562만7771원을 초과하면 받을 수 없다. 또 세대주가 서울시에 외국인 등록을 신고한 지 90일을 초과해야 한다. 지난 5월28일 이전부터 거주해야 한다는 의미다.
 

③외국인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온 외국인 긴급 생활비 지원에 대한 찬반 의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온 외국인 긴급 생활비 지원에 대한 찬반 의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결과 57만3000여명의 외국인이 신고한 소득세는 7836억원이다. 2017년(7707억원)보다 액수가 129억원 늘었다. 소득세 외에 국내에 1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 매년 1회 부과되는 주민세 역시 (올해 서울시 기준) 457만건, 752억원 수준이다. 소비 등을 통해 부담하는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등 간접세도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이번 지원 대상에서는 국내에 거주하면서 2018년 이후 소득신고 이력이 없는 외국인 가구도 제외됐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합법적인 영리활동이 가능한 비자를 갖고 있어도 실제로 소득 신고를 한 사례가 없는 외국인 가구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지난 6월 서울시가 외국인에게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급하기 위해 편성한 예산은 총 330억원 규모다.

 

④ 몇 가구에 얼마나 주나 

지난 4월 16일 시민들이 서울 성동구 왕십리도선동 주민센터에서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를 오프라인으로 접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월 16일 시민들이 서울 성동구 왕십리도선동 주민센터에서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를 오프라인으로 접수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가 추산하는 수령 대상은 약 9만5000가구다. 법무부의 '등록외국인 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총 126만4686명으로 서울시에는 22.1%에 해당하는 28만126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지급 기준에서 제외되는 유학(D-2) 4만6382명, 일반연수(D-4) 1만4874명, G1(기타) 7501명과 지난 3월 지급 당시 대상이었던 결혼이민(F-6) 2만1411명을 제외하면 총 18만9958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시는 가구원 수를 따져 1~2인가구 30만원, 3~4인가구 40만원, 5인이상가구 50만원을 선불카드로 지급할 방침이다.
 

⑤재정 악화했다는데…외국인까지?

다만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재정이 악화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 재난지원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경 논의가 나오면서다. 한 네티즌은 “나랏빚이 어마어마하다는데 자꾸 현금질 할 생각만 한다”며 “결국은 세금으로 돌아올텐데 국회의원의 급여를 깎아서 준다면 받을 것”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지난해 본예산 기준 740조8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3차 추경 기준 839조4000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3.5%로 지난해 본예산(37.1%)과 비교하면 한 해 만에 6.4%포인트 늘어나는 셈이다. 1일 정부가 발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4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 적자규모는 올해 71조5000억원에서 내년 109조7000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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