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재용 기소에 불안감 휩싸인 삼성...불구속 재판에도 "경영 차질 불가피"

중앙일보 2020.09.01 17:52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1일 검찰이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기소하면서 삼성 내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ㆍ중 무역갈등 같은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사법리스크라는 악재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굵직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혹시나 기대했지만…실망스러운 삼성  

삼성은 이날 검찰의 불구속 기소 방침에 ‘혹시나 했던 기대가 무너졌다’며 냉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기는 커녕 장기화 국면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구속기소돼 1심에서 실형(징역 5년)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르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대법원이 항소심을 파기환송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기소를 피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했지만 ‘불기소는 아니더라도 기소유예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도 일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를 택하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도 사라지게 됐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이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다.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더라도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이후 회사에 전념할 틈이 없었다. 소환 조사 10차례, 구속영장 실질심사 3번을 치러야 했다. 특검 기소 후 국정농단 재판에만 70여 차례 출석했다. 이 회장뿐 아니라 임직원들도 수시로 재판과 수사에 불려 나가야 했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4년 반 동안 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했다"며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재판이 진행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너 결단 필요한 투자-M&A, 멈출 수도 

이 부회장이 회사 경영에 전념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삼성은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뒤쳐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은 2016년 11월 세계 1위 전장업체인 하만을 M&A 사상 역대 최대인 9조원에 인수한 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M&A 활동이 없는 상태다. '180조원 규모 투자·고용계획'과 133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 등 굵직한 투자 계획은 모두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출소한 이후 발표됐다.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은 지난달 사내방송과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순간적으로 빨리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총수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치열한 경쟁에서 오너의 결단과 투자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지난주 22조원을 투자해 삼성보다 먼저 2나노 반도체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개발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충남 온양사업장을 방문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개발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충남 온양사업장을 방문했다. 뉴스1

 
다른 기업과의 긴밀한 협업도 어려워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논의하기도 했는데, 재판에 전념해야 할 경우 이런 활동이 어렵게 될 전망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M&A나 투자와 관련해서 오너가 외부 전문가를 두루 만나고 직접 딜에 나서면서 결단을 내려왔는데 사법리스크 장기화로 그걸 할 수가 없게 된 셈”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투자가 줄어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겠지만 5년 후, 10년 후 삼성에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