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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에 쏟아진 '상임위원장 재배분' 요구…"여전히 문제는 법사위"

중앙일보 2020.09.01 17:39

“원 구성 협상 과정에 과거 지켜오던 관행이 깨져 협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아직도 정상적으로 국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할지 고심이 많다.”(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1일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차례로 만난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국회 상임위 독식 사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5월~7월 원구성협상 당시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신경전 끝에 "18개 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이 다 가져가라"(6월21일 주호영 원내대표)고 던져버렸지만 상임위원장 자리를 재배분해야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새롭게 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에 여러 정치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주 원내대표도 “상생과 협치의 정치가 이뤄졌다는 얘기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1일 미래통합당 당대표실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1일 미래통합당 당대표실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지난 원 구성 협상 과정을 “우여곡절”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통합당은 관례를, 민주당은 책임 정치의 필요성을 앞세워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을 수 없다고 버티다 결국 176석 거여의 힘에 통합당이 눌렸다. 모든 상임위의 과반을 점유한 상태에서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민주당은 부동산 관련 법률들을 상임위부터 본회의까지 모두 단독 처리했다. 
 

'협치' 강조한 이낙연, 상임위 재분배 물꼬 틀까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 6월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제사법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소집한 본회의에 출석하는 모습. 당시 통합당 의원들은 '국회 독재'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뉴스1]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 6월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제사법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소집한 본회의에 출석하는 모습. 당시 통합당 의원들은 '국회 독재'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뉴스1]

실제로 상임위원장 자리 재배분 논의는 가능한 상황이란 게 민주당 측의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국민의 5대 명령' 중 하나로 통합의 정치를 꼽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상임위 배분과 관련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주 원내대표의 진의를 파악해보고 서로 접점을 찾도록 서둘러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당이 주도해 온 갈등 소지가 큰 정책들이 모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점도 정상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민주당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방역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다른 쟁점 법안들을 당장 밀어붙일 생각이 없고 이미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대정부질문 등 9월 의사일정의 뼈대는 이미 여야 합의가 끝났다"며 "재배분 논의를 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추석 이전에 상임위원장 재배분 논의와 야당몫 국회부의장 공석 사태가 해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29일 여야 국회 원구성 협상이 결렬된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당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29일 여야 국회 원구성 협상이 결렬된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당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1]

문제는 여전히 법사위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법사위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운을 띄운 재협상론의 목적이 결국 법사위원장 자리 탈환을 노린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도 이부분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에게 이 대표는 “개원 협상 과정의 우여곡절이 다시 반복되면 국민들이 걱정할 것”이라며 말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재론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전재수 민주당 원내선임부대표 역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버스 떠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사위가 아니라 다른 상임위라면 저희도 한 번 이야기를 해볼 의향은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생각하는 상임위원장 자리 재배분의 마지노선은 원구성 협상 당시 통합당에 제안했던 11:7 안이다. 하지만 어떤 상임위를 넘겨줄지는 다시 고민해봐야할 상황이다. 원구성 협상 당시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거론됐던 국토교통위원장 자리는 부동산 정책 관련 논란을 거치며 입법 주도권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한층 커지면서 거론하기 어렵게 됐다. 예산결산위원장도 4차 추경과 내년도 슈퍼예산(총액 555.8조원)을 큰 삭감 없이 통과시키기 위해선 내주기 어려운 자리다. 현재 비교적 쉽게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상임위원장 자리는 이번 박광온 사무총장, 한정애 정책위의장 인선으로 공석이 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보건복지위원장 자리 정도다.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법사위원장을 고집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핵심 상임위를 내어줘야 한다는 점이 딜레마”라며 “국토위·예결위를 통합당 측에 넘길 경우 부동산 안정화와 코로나19 대처 등 정책의 연속성을 잃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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