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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집 불났구먼요"…카카오게임즈 청약, 벌써 16조 몰렸다

중앙일보 2020.09.01 17:07
“호떡집에 불났구먼요.”

 
1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길게 늘어선 상담 대기줄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카카오게임즈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 관심이 쏠리면서, 한때 일부 증권사 영업점에선 상담 대기시간이 100분을 넘기기도 했다.
1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및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1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및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카카오게임즈 상장 공동주관사인 한국투자·삼성·KB증권에는 ‘대어’를 낚으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오후 4시 기준 청약증거금 16조4000억원이 몰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 중임에도 증권사 영업점은 상담하려는 투자자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삼성증권 여의도점에서 만난 신모(44)씨는 “작년부터 카카오게임즈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영업점에 전화했는데 계속 통화중이어서 일하다가 직접 방문했다”며 “현금을 최대한 끌어모아서 왔다. 3억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성모씨는 “5000만원 정도 신청했다. 게임을 좋아해서 처음 공모주 청약을 신청해봤는데, 수익이 얼마나 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 모르는 고령층도 청약 

60, 70대 고령층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점에서 만난 윤주현(67)씨는 이날 영업점을 방문해 생애 첫 증권계좌를 개설한 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에 청약했다. 윤씨는 “오늘 아침 동생이 추천해줘서 통장도 개설하고 돈도 넣으려고 왔는데, 1시간 기다렸다”며 “요즘 은행 예‧적금 금리도 너무 낮은데, 그대로 두면 ‘망한다’고 해서 투자를 하고싶다”고 했다. 삼성증권 여의도점을 방문한 70대 여성 A씨도 “투자할 곳이 마땅찮은데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대출을 해서 왔다”며 “휴대폰으로 하는 게 있던데 어려워서 영업점에 왔다”고 말했다. 윤씨와 A씨 모두 “카카오게임즈라는 회사 이름은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공모주 청약 열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SK바이오팜의 학습효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코스피시장에 상장해 공모가 대비 3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노정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상무는 “과거에도 삼성SDS 등의 공모 청약이 인기가 있었지만, 이번엔 훨씬 더 열기가 뜨겁다. SK바이오팜 학습효과 때문”이라며 “카카오게임즈 총 청약경쟁률은 1000대1은 넘을 것 같다”고 전했다. 주부 홍모(65)씨는 “저번에 SK바이오팜을 15주 배정받아 이익을 좀 봤다”며 “이번에도 식구들 현금을 끌어모아 2억원을 청약했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일반 공모 청약 경쟁률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각각 이미 366대1(한국투자증권), 491대1(삼성증권), 594대1(KB증권)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의 최종 청약경쟁률인 323대1을 하루 만에 이미 넘겼다. 
 
카카오게임즈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일 오전 삼성증권 마포지점에 투자자들이 모여있다. 삼성증권

카카오게임즈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일 오전 삼성증권 마포지점에 투자자들이 모여있다. 삼성증권

경쟁률 1000대 1 넘나? 영끌·빚투 속출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된 주식은 전체 공모물량(1600만주)의 20%(320만주)다. 청약증거금을 많이 낼수록 배정되는 주식 수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주식 배정을 많이 받으려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투자’와 ‘빚투(빚내서 투자)’이 속출했다. 방송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B(59)씨는 “2주 전 환매한 펀드자금 6억원을 몽땅 청약에 넣었다. 그래봤자 20~30주나 배정받을지 모르겠다”며 “너무 기관에만 많이 배정해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공모주관사 3곳은 이미 신용공여대출을 모두 중단한 상태여서, 대출을 노리고 영업점을 방문했다가 ‘헛물’을 켠 투자자들도 있었다. 삼성증권 여의도점에서 만난 주부 C(70)씨는 “대출이 안 되는 줄 모르고 왔다. 현금은 얼마 없어서 투자를 못 하게 생겼다”며 아쉬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청약신청을 하는 투자자도 폭증하면서 일부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지연되기도 했다.이날 삼성증권의 MTS는 카카오게임즈 공모 청약신청 폭주로 오전 9시34분부터 17분 동안 시스템 지연이 발생했다. 삼성증권 측은 “청약 첫날부터 이례적으로 신청이 몰렸다. 오전 8시에 청약신청을 받기 시작해 2시간 만에 9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카카오게임즈 일반 투자자 공모 청약은 2일까지 진행된다. 업계에선 “SK바이오팜처럼 이틀째에 투자 수요가 더 폭발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청약경쟁률이 1000대1까지 치솟을 경우 1억원을 내도 10주도 배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중에 현금이 너무 많이 풀려있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보니 공모주 청약에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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