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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위 권고에도 이재용 기소…“왜 만들었나” 곳곳에서 비판

중앙일보 2020.09.01 16:58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왼쪽 첫번째)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 불법승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왼쪽 첫번째)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 불법승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시민의 시각에서 사안을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가 내려졌음에도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법조계 곳곳에서는 “제도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팀은 내·외부의 다양한 찬반 의견을 들은 뒤 이 부회장 등 주요 책임자에 대한 기소가 필요하다며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검찰 스스로 만든 제도를 부정했다는 비판 또한 직격으로 맞게 됐다. 일각에서는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의 명분을 쌓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추측까지 제기된다.
 

수사심의위 결론 67일 만에 처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1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총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 6월26일 수사심의위의 결론이 나온 지 67일 만에 내려진 처분이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의 권고 취지를 존중, 숙고해 현재까지 수사 내용과 관련 법리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했다는 입장이다. 그에 대한 근거로 기존 구속수사 단계보다 죄명 의율 및 혐의 재구성 등을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의 이복현 부장검사는 “향후 검찰이 신뢰를 받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가 달려 심의위 권고를 심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 “제도 무색” 곳곳에서 비판

 
수사심의위는 지난 2018년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살펴보고, 사법처리 적법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검찰이 아닌 외부 시민의 시각에서 사안을 판단하며 지난 2018년 1월 시행된 뒤 이 부회장 사건까지 8차례 열린 바 있다. 반드시 따라야 할 강제적 효력은 없지만, 검찰은 이 부회장 사건에 앞서 열린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따랐다.
 
그러나 검찰이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김으로써 수사심의위 제도 취지를 스스로 부정했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수사 과정의 정당성·투명성 등을 확보하겠다는 제도 취지와는 달리 여러 이유를 들며 권고에 따르지 않는다면 존재 자체가 무색한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럴 거면 제도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이 부회장 기소로 수사심의위 권고는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라며 “수사심의위의 존재 의의가 없는 것 아닌가. 제도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수사심의위원회 개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수사심의위원회 개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수사심의위가 상황 및 필요에 따라 운용될 수 있는 만큼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이렇게 된 이상 현재의 수사심의위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며 “정식으로 법을 만들어 제도를 정교하게 운용해야지, 지금과 같은 제도가 이어진다면 부적절한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지금 제도의 운용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검찰도 자인하고,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 나온다. 한 현직 검사도 “이 부회장 사건은 사실상 수사심의위의 처분 관련 권고를 따르지 않게 된 첫 사례”라며 “그간의 수사 과정이 있는 만큼 수사팀으로선 비판을 감내하겠다는 입장이겠지만, 향후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계속해서 빚어질 가능성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2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입장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2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입장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 수사 명분 쌓나

 

이 부회장 기소 결정으로 채널A 강요미수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기소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검찰 안팎의 관측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초유의 검사 ‘육탄전’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검사장에 대한 검찰 처분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선례’가 생긴 만큼 한 검사장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선례가 생긴 만큼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을 명분도 쌓이게 된 셈”이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한 신중한 처리를 위해서 수사팀 유지 등을 법무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이복현 부장검사는 법무부의 인사 발표에 따라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동한다. 반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에 이 부회장 기소 결정을 채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검찰 일각에서는 이 지검장이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가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은 첫 사례가 되는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한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이 부회장 기소 결정은 현재 공석으로 있는 3차장검사를 건너뛰고 이성윤 지검장이 직접 결재했다. 이근수 2차장검사의 대리 결재를 건너뛴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사안이 중대하고, 수사 내용을 파악해 온 차장검사가 부재 중인 만큼 검사장 결재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를 두고 기소 강행 의지가 엿보이는 기형적인 결재 방식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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