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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도 아닌데 보험 똑같이 내라니”…경제계 ‘특고 고용보험법’반발

중앙일보 2020.09.01 16:3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배달서비스 제공 업체들의 라이더 모시기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센터 모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배달서비스 제공 업체들의 라이더 모시기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센터 모습. 뉴스1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 고용근로자(특고)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이 9월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경제계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1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일반 근로자와 전혀 다른 특고종사자의 특성을 도외시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고종사자는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지대에 있는 노동자로, 그 규모가 약 2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택배기사와 퀵서비스기사를 비롯해 보험설계사·학습지방문교사·골프장캐디 등이 대표적이다.
 

전국민고용보험 신호탄 

문재인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을 내세우며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3일 차관회의에서 특고종사자 고용보험을 일반 근로자 수준으로 확대하는 ‘고용보험법·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논의한 뒤 국무회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문제는 특고종사자의 범위가 워낙 넓고 성격이 다양해 고용보험 테두리에 일률적으로 넣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회사에 직접 고용돼 있지 않고 위탁계약을 맺고 일한다. 예를 들어 국내 최대 배달앱 ‘배달의민족’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배민 라이더스’의 경우 직접고용된 근로자 ‘라이더’는 80명 정도다. 나머지 2300여명의 라이더는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특고종사자고, 1만4000여명은 아르바이트 형식인 ‘배민커넥트다. 
지난 7월2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쟁취 대리운전 노동자 생존권 사수 농성 투쟁 선포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2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쟁취 대리운전 노동자 생존권 사수 농성 투쟁 선포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특고종사자는 법적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소득관리나 업무방식 면에서 일반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반면,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불안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28일 노사정 협약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특성을 고려해 노사 및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전제로 특고종사자 고용보험 입법을 추진했다.
 

“직원 아니니 본인 부담율 높여야” 

하지만 경제계는 이번 입법안이 수혜자인 노동계와 특고종사자들의 입장만 반영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당연가입’여부와 ‘보험료 분담비율’이다. 정부안은 특고종사자도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보험료의 절반을 사업주가 내도록 했다. 고용보험 가입 의무 직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데 현재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13개 특고 직종부터 우선적으로 가입시킬 방침이다.  
고용보험법개정안주요내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고용보험법개정안주요내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경제계는 “사업주에게 특고 종사자는 공동체 관계인 직원과 달리, 계약기간 동안 수수료와 업무량 등에 따른 소득을 나눠갖는 외부의 ‘사업 파트너’”라며 “특고 종사자에 직접적인 책임이나 이해관계가 없는 사업주에게 재정적 부담을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별 사업이나 소득관리 차원에서 고용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는 특고종사자는 ‘적용제외’ 신청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료에 대해서도 “특고 종사자는 본인도 사업자이고, 근로 제공 여부와 사업소득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매우 높으므로 보험료 분담비율도 일반 근로자보다 높게 설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주가 고용보험에 참여하더라도 그 분담비율은 절반이 아니라 최대 3분의1 이하 등 특고종사자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미국·독일·일본·프랑스 등은 특고 종사자에 대해 ‘당연가입’ 규정이 없고, 가입이 가능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우 보험료 전액을 특고 종사자가 부담하고 있다.
 

재정 통합시 일반 근로자 부담 커질수도

마지막으로 특고 종사자와 일반 근로자의 고용보험 재정을 통합 운영하는 정부안에 강력 반대했다. 정부안은 정리해고나 권고사직 등 원치 않게 직장을 잃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자발적으로 이직하는 특고 종사자도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특성상 이직이 잦은 특고 종사자가 스스로 소득을 줄이고 실업급여를 받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어려워 전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계는 이번 고용보험 제도가 오히려 고용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주에게 과도한 고용보험료 부담을 줄 경우 ▶위탁계약 체결 감소 ▶업계 구조조정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발전 제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코로나19 경제·고용위기 속에서 특고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필요성은 높지만 경영상황도 매우 악화되고 있는 점도 함께 고려해 사업주가 수용 가능한 제도로 추진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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