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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분할·Fed·백신 삼박자'에 뜨거운 美증시 “정점은 아직”

중앙일보 2020.09.01 16:27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 증시의 여름은 뜨거웠다. 미국 주요 지수 세 개 모두 8월에 정점을 찍었다. 상장 기업 중 30개 기업만 추린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500개 우량 기업으로 산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모두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미국 주식장에 8월은 최고의 달이었다”며 “5개월 연속 상승을 지속하며 역사상 가장 긴 황소장(강세장)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월간 수익률로 따지면 지난 8월 다우지수(7.6%)는 1984년, S&P500(7%)은 지난 86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달 31일 싱가포르 애플 매장에서 신제품을 살펴보는 시민.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싱가포르 애플 매장에서 신제품을 살펴보는 시민. 로이터=연합뉴스

곰(약세장)을 물리치고 황소가 득세한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백신, 주식분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 속 돈을 푼 Fed, 백신 개발과 관련한 장밋빛 전망이 더해지면서 시장은 탄력을 받았다. 애플과 테슬라 등 빅테크 기술주가 선전하며 주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황소의 힘을 북돋운 건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다.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전례 없는 수준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풀고 양적완화(QE)에 나선 영향이다.  
 
시중에 흘러넘친 돈은 증시로 모여들었다. 유동성이 넘치며 돈의 가치가 떨어진데다, 이어지는 저금리 속에 수익을 쫒는 돈이 증시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달 27일 잭슨홀미팅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넘어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며 초저금리 시대를 선언한 것도 증시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리처드 던바 자산운용 연구수석은 WSJ에 "Fed는 앞으로 최대한 길게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확신을 심어줬다"며 "(QE 등으로 인해) 돈 값이 싸지면서 최고의 주식장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초저금리 시대를 약속했다. [중앙포토]

제롬 파월 Fed 의장. 초저금리 시대를 약속했다. [중앙포토]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한 장밋빛 전망도 호재로 작용했다. 백신 개발과 관련한 뉴스가 등장할 때마다 시장은 들썩였다. 지난 7월3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백신 승인 속도를 빨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백악관이 백신 긴급 사용 승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모더나·화이자 등 백신관련 제약사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미국 대선일인 11월3일을 앞두고 백신 유통이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는 상황에서 백신 개발 속도와 효능에 대한 뉴스에 따라 시장이 또 다시 흥분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주식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테슬라. AP=연합뉴스

미국 주식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테슬라. AP=연합뉴스

최근 주식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호재는 애플과 테슬라의 주식분할이다. 두 회사는 지난달 31일 예고했던 주식분할을 실행에 옮기며 주가 상승세에 가속도를 붙였다. 4대1로 주식을 분할한 애플은 이날 3.4%, 5대1로 분할한 테슬라는 12.6%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3월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려온 탓에 애플과 테슬라는 일반 투자자가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값이 비싸졌다. 이 피로감을 떨치려 주식분할에 나선 것이다. 주식분할로 몸무게를 가볍게 해서 투자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주식분할 뒤 주당 129.04달러, 테슬라는 498.32달러 수준으로 몸값이 내려갔다. 
역대 미국 증시, 주식분할하는 기업 수는↓, 평균 주가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역대 미국 증시, 주식분할하는 기업 수는↓, 평균 주가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 “첨단기술 기업이 택한 방법이 주식분할이라는 낡은 방식을 택한 것은 의외”라며 “경제학 이론상 주식분할은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중요한 건 투자자들의 심리로, 코로나19 시대 투자자들은 주식분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애플과 테슬라에 이어 다른 기업들이 주가 상승을 노리고 주식분할에 나선다면 시장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랭클린 템플턴 투신운용의 스티븐 도버 주식 담당 수석은 FT에 “다른 기업들도 주식분할에 뛰어들면 거품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장이 오를 수는 있겠으나 곧 꺼질 거품”이라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들 로고. AFP=연합뉴스

빅테크 기업들 로고. AFP=연합뉴스

최고의 시간을 보낸 증시가 이 기세를 더 이어갈 수 있을까. 투자그룹인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은 지난달 3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이 속도로 계속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소의 질주는 이어지겠지만, 속도는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별로 상황이 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적어도 애플에 대해선 앞으로 호재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춘 '홈패드' 등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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