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프 "폭도들과 바이든은 한 편"… 바이든 "권력 위해 무슨 짓도 하는 독소"

중앙일보 2020.09.01 14:45
미국 포틀랜드에서 97일째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포틀랜드 경찰은 폭력 시위대 수십명을 체포했다. 전날 트럼프 지지자들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트럼프 지지자 1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AP=연합뉴스]

미국 포틀랜드에서 97일째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포틀랜드 경찰은 폭력 시위대 수십명을 체포했다. 전날 트럼프 지지자들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트럼프 지지자 1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AP=연합뉴스]

 
최근 미국 일부 도시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폭력 사태로 격화한 책임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트럼프 "바이든, 급진 좌파 미치광이에 통제 잃어"
바이든 "트럼프, 미국 보호에 실패하자 겁주려 해"
"트럼프, 코로나19 화제 전환할 새 목표 찾아"
피해자는 안 만나고 경찰 격려차 커노샤行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폭력을 묵인해 도시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가 도리어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두 후보 모두 64일 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방을 뽑으면 미국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그로 인한 경기 침체 이슈가 뒤로 밀리고 '누구의 미국이 더 안전한가'가 논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바람대로 대선 핫 이슈가 코로나19에서 사회 불안으로 바뀌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바이든은 불법 시위를 하는 급진좌파와 한 편"이라고 공격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바이든은 불법 시위를 하는 급진좌파와 한 편"이라고 공격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은 평화 시위라는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파괴자들에게 정신적 지원을 해줬다"면서 "폭도들과 조 바이든은 한 편이다. 둘 다 급진좌파 편에 서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급진좌파 세력에게 권력을 내주면 지금 민주당이 이끄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을 이 나라 모든 도시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유혈 폭력사태로 번진 것을 가리켰다.
 
트럼프는 파시즘과 마피아를 언급하며 바이든을 공격했다. 그는 "바이든의 전략은 좌파 폭도에게 항복해 정부 권력에 대한 통제를 주겠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폭도에게 항복하면 자유를 얻는 게 아니라 파시즘을 얻게 된다"면서 베네수엘라를 보라고 했다.
 
이어 "바이든은 '원하는 것을 주면 폭도들이 내버려 둘 것'이라는 마피아식 화법을 구사하는데, 그들은 한 번 주면 계속 빼앗아 간다"면서 "민주당은 급진좌파 미치광이들에게 통제를 잃었다"고 공격했다. 바이든과 급진좌파, 폭력 시위대를 동일시해 보수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을 뽑으면 사회가 불안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3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한 연설에서 "트럼프가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3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한 연설에서 "트럼프가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AFP=연합뉴스]

 
이처럼 트럼프의 공격이 거세지자 바이든은 전날 긴급히 격전지 유세 일정을 잡았다. 바이든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한 연설에서 "트럼프가 너무 절박해서 권력을 잡기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왔다"면서 "그는 4년 동안 독소와 같은 존재였다. 우리가 말하는 방식, 서로를 대하는 방식, 소중히 간직해온 가치들, 민주주의를 독살했다"고 말했다. 
 
이어 "60여일 뒤면 이 독소를 제거할 것인가 아니면 영구적으로 이 나라의 일부분으로 만들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며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바이든의 미국에서 여러분은 안전할 수 없다'고 했지만,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폭력 사태는 '바이든의 미국'이 아닌 오늘 '트럼프의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트럼프 책임을 부각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지금 미국을 겁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숨진 미국인이 한국전쟁 이후 모든 전쟁 희생자보다 많고, 대공황 이후 가장 많은 실업자에 학생이 학교에 가는 것 같은 단순한 일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혼돈과 폭력 사태에 기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백악관은 포틀랜드와 커노샤의 폭력 사태를 바이든과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고 우위를 점할 중대한 기회로 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트럼프 진영이 오랫동안 코로나19로부터 화제를 전환할 수 있는 주제를 모색했는데, 시위대의 폭력이 격화하면서 마침내 새로운 목표를 찾았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을 코로나19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공공 안전에 대한 국민투표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경찰과 자경단 편을 들었다. 그는 "경찰은 0.25초에 판단해야 한다. 때로는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만약 다른 방향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자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면서 경찰관의 과잉 대응을 정당화했다. 
 
지난 29일 미국 포틀랜드에서 트럼프 지지자들과 인종차별 시위대가 충돌해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 한 명이 총에 맞았다. [AP=연합뉴스]

지난 29일 미국 포틀랜드에서 트럼프 지지자들과 인종차별 시위대가 충돌해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 한 명이 총에 맞았다. [AP=연합뉴스]

 
지난 25일 인종차별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살해한 17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를 지지하는 발언도 했다. 리튼하우스가 시위대로부터 달아나다가 넘어지자 시위대가 맹렬히 공격했다면서 "나는 그가 매우 큰 곤경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당방위로 총을 쐈다는 리튼하우스 변호인과 같은 주장이다. 리튼하우스는 트럼프 열혈 지지자로, 시위대의 약탈로부터 상점과 주민을 보호하겠다면서 총을 둘러메고 민병대처럼 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포틀랜드에서 인종차별 시위대와 논쟁을 벌이다가 총에 맞아 숨진 트럼프 지지자에게 트위터를 통해 애도를 표했다.  
 

관련기사

 
트럼프 대통령은 1일(한국시간 2일) 커노샤를 방문해 경찰관 등 법 진행 공무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시위를 촉발한 경찰 총격 피해자인 제이컵 블레이크 가족은 만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가족과 통화하려 했으나 변호인 입회를 주장해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만나지 않고 가해자를 격려하러 가는 트럼프 대통령 일정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와 트럼프 지지자들을 자극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인 위스콘신주와 바이든 후보가 연설한 펜실베이니아주는 모두 올해 대선에서 경합주로 꼽히는 곳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