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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서 中 신랄히 때렸다" 시진핑이 극찬하던 피케티 배신

중앙일보 2020.09.01 14:16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 파리경제대 교수가 지난 2014년 4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방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 파리경제대 교수가 지난 2014년 4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방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소 찬사를 보냈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중국 본토에서 출간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가디언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라는 중국 측의 검열 요구를 피케티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출간 앞서 검열 요구
"시주석, 불평등 개선 개혁 조짐 안 보여" 비판도
SCMP, "10장 가량 신랄한 비판, 중국 심기 건드려"

 
피케티는 지난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 출판사인 씨틱 출판사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모두 중국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하라는 요구였다.
 
피케티는 가디언과 인터뷰에 “중국 측은 중국의 불평등과 불투명성에 대해 다루고 있는 10장 정도의 분량을 삭제하길 요구했다”면서 “기본적으로 현대 중국에 관한 거의 모든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측의 수정 요구를 거부했다”며 “다른 중국 출판사들도 같은 요구를 할 것으로 보여 현 단계에서는 중국 본토에 신간이 출간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에는 중국 불평등과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내용이 10장 정도 담겨있다. 상위 10%가 보유한 중국 부의 비율이 1990년대 초반 40~50% 수준에서 2018년 70%까지 급증했다는 것이다. 특히 피케티는 중국 불평등의 정도는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적기도 했다.
 
피케티는 “고소득 납세자 정보 등 부와 소득의 재분배를 위한 공적 정보 공개는 러시아보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책에 적었다. 이어 “세대 간 부의 대물림 등 부의 재분배가 전혀 없는 ‘중국적 특성을 가진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공산당의 역설”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 아래서 중국 내 불평등을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개혁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시진핑 주석을 비판하는 부분도 있었다.
 
2020년 4월 출간된 토마스 피케티 교수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한국에서는 지난 5월에 출간됐다. [AP=연합뉴스]

2020년 4월 출간된 토마스 피케티 교수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한국에서는 지난 5월에 출간됐다. [AP=연합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에선 책의 검열이 출판의 전제 조건인 경우가 많다. 출간, 방송 심지어 온라인상 공유되는 게시물까지 중국 공산당의 엄격한 통제 속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피케티의 신작이 주로 중국을 다룬 책은 아님에도 10장가량의 신랄한 비판이 안 그래도 통제가 강한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 SCMP의 분석이다.
 
중국의 검열 요구 소식을 전한 외신들은 피케티는 시 주석이 극찬해온 경제학자라는 점에 주목했다. 시 주석은 종종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언급하며 “국제학계에 격론을 가져왔다”며 “무분별한 자본주의가 부의 불평등을 가져온다는 피케티의 주장은 우리가 깊게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해왔다.
 
현대 중국 정치를 연구하는 달리 양 시카고대 교수는 “시 주석이 피케티의 책을 인용했다고 해서, 피케티가 중국의 조사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피케티는 중국 검열관들의 더 많은 감시를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부분 삭제를 요구한 중국 현지 출판사는 SCMP에 “『21세기 자본』을 쓴 피케티와 같이 일하게 돼 영광”이며 “그의 신간에 관해서는 여전히 협상 중”이라고 답변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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