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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성 떠나고 방치된 청도 '철가방 극장'…70억 쏟아 되살린다

중앙일보 2020.09.01 13:51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에 있는 철가방극장. [중앙포토]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에 있는 철가방극장. [중앙포토]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 차를 타고 국도를 한참 달려야 도착하는 산골이다. 성곡리 마을 옆 저수지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2층 높이의 우스꽝스러운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화요리 배달용 철가방 모양의 건물에 벽면을 장식한 소주병과 면이 불어 넘친 짜장면 조형물. 개그맨 전유성씨가 이끌던 ‘코미디 철가방극장(372㎡)’이다. 전통 소싸움 고장인 청도군의 이색 명소로 각광받아온 곳이다.  
 

2018년부터 방치 중인 철가방 극장과 주변 시설
이르면 연말부터 리모델링해서 재활용 사업 추진

 그런데 철가방극장과 주변은 이제 더는 명소라고 불리지 않는다. 전유성씨가 2018년 청도군을 떠난 이후 인적이 끊겼기 때문이다. 극장 앞 주차장엔 차량 대신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고, 극장을 둘러싼 작은 숲에는 잡풀이 무성하다. 극장에 걸린 ‘웃음건강센터’ 간판이 무색할 정도다. 극장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을 못 받아 방치된 흔적이 가득하다. 전기도 안 들어온다. '철가방극장 방치' 같은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12억원짜리 극장 산골에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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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전유성씨가 철가방극장' 무대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사진은 예전 전씨가 청도군에 있을 때 촬영한 것이다. [중앙포토]

개그맨 전유성씨가 철가방극장' 무대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사진은 예전 전씨가 청도군에 있을 때 촬영한 것이다. [중앙포토]

 철가방극장의 이런 모습은 전유성씨가 3년 전 청도군과 코미디 관련 행사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떠난 게 그 시작점이다. 극장 주변은 원래 외지인이 거의 찾지 않던 마을이다. 2008년 저수지가 생기면서 수몰 마을 주민들이 옮겨와 정착했다. 외딴 마을은 2012년부터 딴 세상이 됐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면서 활기가 넘쳐났다. 청도군이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지원을 받아 예산 12억원을 들여 철가방극장을 열면서다.  
 
 철가방극장 개관은 2007년 전원생활을 하려고 청도에 와있던 전씨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이끌었다. ‘전유성’이라는 이름의 유명세와 개그맨 지망생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공연, 절로 웃음이 나오는 극장 모습…. 이곳을 찾으면 “배꼽이 빠진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관 후 20여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공연 횟수만 4400여 회나 됐다. 인구 4만여명의 청도에 새로운 관광명소가 생겨난 셈이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적잖았다. 극장 일대 마을(성곡리·현리리·수월리·봉기리) 주민들은 조합을 만들어 외지인들에 음식을 팔았다. 그린투어센터 같은 이름의 음식점과 숙박시설 같은 것도 지어 운영했다.
 

셀럽마케팅 실패, 재활용 사업 추진 

2013년 ‘코미디철가방극장’. 재밌다는 소문이 나면서 외지인 발길이 이어졌다. [중앙포토]

2013년 ‘코미디철가방극장’. 재밌다는 소문이 나면서 외지인 발길이 이어졌다. [중앙포토]

 한때 셀럽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꼽혔던 철가방극장. 이곳이 수년째 산골에서 방치되자 청도군이 70억원의 예산을 들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이 예전 철가방의 명성을 되찾아줄 수 있을까. Q&A(질문·답변)로 청도군의 재활용 사업을 살펴봤다.  
 
2019년 경북 청도 코미디철가방극장의 모습.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 있거나 문이 부서져 있다. 김윤호 기자

2019년 경북 청도 코미디철가방극장의 모습.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 있거나 문이 부서져 있다. 김윤호 기자

재활용 사업이 무엇인지.
철가방극장과 극장 앞 마을에 있는 그린투어센터를 동시에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청년 농부 육성, 도시 청년 시골 유입을 위한 기반 시설로 새롭게 꾸며 재활용할 방침이다. 청년들이 시골에 와서 북적이면 마을에 활력이 넘친다. 이런 의미를 담아 사업명도 '청도 농촌 신 활력 플러스 공감 프로젝트'로 정했다. 새 사업으로 철가방극장과 그 주변이 예전처럼 다시 명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업비가 많이 들 것 같다. 
예산은 농림축산식품부 국비 70%와 청도 군비 30%로 모두 70억원이 든다. 극장 등 건물 리모델링엔 18억원 정도가 투입될 예정인데, 실제 공사가 시작되면 다소 줄어들 것이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리모델링 공사부터 시작할 수 있다.
 
리모델링 후엔 무슨 시설이 들어가나.
철가방극장과 그 주변은 가공제품 판매공간, 사업추진단사무실, 창업 희망 청년들의 팝업스토어, 옥상 휴게시설, 레스토랑, 농촌 체험 시설 등으로 꾸며진다.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 본부로 철가방극장 일대를 만들어 청년 농부 육성, 청년 사업가 육성, 인근 도시 청년들 유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방침이다. 
 
또 세금을 들이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지금 상태로 계속 방치만 하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예산 70억원은 청년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청도군 전체에 접목하는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우선 2023년까지 1차로 70억원에 대한 사업을 진행하고, 이후 관련 후속 사업도 지속해 추진할 방침이다.
 
예석준 청도군 신활력사업 담당자는 "청도군의 재활용 사업이 셀럽마케팅 실패로 방치 중인 텅 빈 시설들을 다시 활용하는 선행 사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도=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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