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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1승' 권순우 "5개월 휴식이 메이저 첫 승 비결"

중앙일보 2020.09.01 12:56
"5개월 휴식이 오히려 약이 됐어요."
 
1일 US오픈 1회전에서 승리 후 주먹을 불끈 쥔 권순우. [AFP=연합뉴스]

1일 US오픈 1회전에서 승리 후 주먹을 불끈 쥔 권순우. [AFP=연합뉴스]

 
권순우(23·CJ후원·세계랭킹 73위)가 메이저 테니스 대회 5번 출전 끝에 첫 승을 거뒀다. 권순우는 1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본선 1회전(128강)에서 타이-손 크위아트코스키(25·미국·187위)에게 세트스코어 3-1(3-6, 7-6, 6-1, 6-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권순우는 이형택(44·은퇴)과 정현(24·제네시스 후원·144위)에 이어 한국 남자 선수 통산 세 번째로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첫 승을 따냈다. 권순우는 지난 2018년 호주오픈에서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 데뷔전을 치렀고, 이후 2019년 윔블던과 US오픈, 올해 호주오픈에 나갔지만 본선 1회전에서 탈락했다.
 
권순우는 이후 상승세를 탔다. 지난 2월에 4주 연속 투어 대회 8강에 오르면서 개인 최고 랭킹 69위까지 올랐다. 라파엘 나달(34·스페인·2위), 밀로시 라오니치(30·캐나다·30위) 등 세계적인 톱 랭커들과도 겨뤄봤다. 나달에게는 멕시코오픈 8강에서 만나 0-2로 졌고, 라오니치는 뉴욕오픈 2회전에서 2-1로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 투어 대회가 중단됐다. 한창 경기력이 좋았던 그에게는 아쉬운 결정이었다. 국내에 들어왔지만 코로나19로 테니스장이 문을 닫아 제대로 훈련할 수도 없었다. 
 
권순우는 기술훈련 대신 체력훈련을 하기로 했다. 하루 반나절을 웨이트 트레이닝에 힘쓰고, 휴식 시간에는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하체 근력을 키웠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몸무게가 70㎏ 안팎이었는데 75㎏까지 증가했다. 늘어난 5㎏이 전부 근육이다.
그는 "라면, 빵 등 밀가루 음식을 피하고 다른 음식은 잘 먹으면서 식단 관리도 신경 썼더니 배에 왕(王)자가 처음 생겼다. 이렇게 몸이 좋았던 적이 없다"고 했다. 
 
5개월 동안 몸을 단련하고 지난달 15일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경기력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탓인지 지난달 22일 US오픈 전초전인 웨스턴&서던오픈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후 일주일 동안 기술훈련에 집중했다. US오픈 첫 경기 1세트에선 몸이 풀리지 않았는지, 크위아트코스키의 강서브에 주춤했다. 크위아트코스키는 서브 에이스를 11개나 넣었다. 권순우는 3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2세트를 7-6으로 가져오면서 자신의 리듬을 찾았다. 침착한 권순우의 모습에 크위아트코스키는 3세트 도중 성질을 내는 등 멘털이 흔들렸다. 
 
 
권순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 서브가 빠르고 강해서 전날 임규태 코치님과 영상을 보면서 공략법을 연구했다. 그런데 경기 초반에 몸이 풀리지 않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2세트 후반부터 분위기를 가져왔고 생각대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왕'자 복근에서 나온 힘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메이저 대회에서 5세트 경기를 하면 체력적으로 지쳤는데, 투어 대회를 중단한 5개월 동안 체력을 단련한 덕에 4세트 동안 힘들지 않았다. 대회를 더 나갔다면 기술은 향상됐을 수 있지만, 체력이 떨어져 부상을 당했을 수 있다. 긴 휴식이 오히려 약이 됐다"고 전했다.  
 
권순우는 올해 목표로 세웠던 메이저 대회 첫 승을 거뒀지만 목소리가 차분했다. 그는 "대회가 무관중으로 열리면서 연습경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첫 승을 거뒀지만 많이 들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테니스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US오픈 대회 테니스장 곳곳을 가득 메웠던 수만명 관중 함성이 사라졌다. 선수들은 4일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5성급 호텔 숙소 엘리베이터에는 3~4명만 탈 수 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등 대회 관계자들은 테니스장과 숙소 이외의 다른 곳은 갈 수 없다. 임 코치는 "예전에는 경기가 없으면 선수들이 가족과 뉴욕 거리를 구경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다르다. 훈련과 경기만 하다보니 선수들끼리 경쟁이 더 뜨겁다"고 전했다. 
 
권순우도 더 높은 곳을 향해 고삐를 조였다. 그는 3일 열리는 2회전(64강전)에서 데니스 샤포발로프(21·캐나다·17위)를 상대한다. 샤포발로프는 투어 대회 단식 우승 경력도 한 차례 있고, 지난 1월 13위에 오르면서 개인 최고 랭킹 기록을 세웠다. 임 코치는 "왼손잡이로 한 손으로 치는 백핸드 샷이 좋다. 그래도 어린 나이라서 멘털에서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권순우도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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