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배 코스 전락 인권감독관…'에이스 기획통' 전양석도 사의

중앙일보 2020.09.01 12:19
대검찰청[뉴스1]

대검찰청[뉴스1]

박근혜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전양석(사법연수원 30기) 대전지검 형사1부장이 인권감독관 보임 후 사의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드루킹 특검'에 참여해 김경수 경남지사와 고(故) 노회찬 의원을 수사했던 장성훈(31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1부장 등이 인권감독관 발령을 받은 뒤 검사복을 벗은데 이어 신임 인권감독관 중에는 3번째 사의다.

 

기수 내 ‘기획통’

법조계에 따르면 전 부장검사는 지난 27일 단행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부산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보임된 뒤 최근 사직서를 냈다.
 
기수 내 ‘에이스’들이 배치되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초임을 시작한 전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정권 초부터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 근무했던 손꼽히는 ‘기획통’이다. 검찰 조직에 대한 애착도 컸으나 비(非)수사 부서인 인권감독관으로 보임된 뒤 사직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인권감독관 사실상 유배?

인권감독관 발령 이후 사표를 내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인권 강화 흐름 속에 신설된 보직이 사실상 ‘유배’ 코스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8월 검찰에 인권감독관 제도를 도입했다. 추 장관도 취임 이후 “검사는 ‘인권감독관’임을 절대 명심해 달라”며 인권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같은 기조의 산실이 23명으로 확대된 인권감독관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3일 임관하는 신임 검사들에게 ’검사는 인권 옹호 최고의 보루“라며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주문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3일 임관하는 신임 검사들에게 ’검사는 인권 옹호 최고의 보루“라며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주문했다. [뉴스1]

그런데 실상은 그 반대다. 정부에 쓴소리를 냈던 검사들이 좌천성 인사로 줄줄이 인권감독관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인권감독관에 보임된 검사들의 잇따른 ‘줄사표’ 역시 검찰 내부에서 인권감독관이 갖는 위상을 보여준다.  
 
장성훈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1부장검사는 고양지청 인권감독관으로 발령된 뒤 사의를 밝혔다. 장 부장검사는 2018년 ‘드루킹 특검팀’에 파견돼 김경수 경남도지사, 고(故) 노회찬 의원,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의 불법 정치 자금 의혹 등을 수사했다. 지난해 대검 감찰1과장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좌했던 신승희(30기) 인천지검 형사2부장검사도 울산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보임된 직후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항소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5.9 [뉴스1]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항소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5.9 [뉴스1]

관련기사

이재명 수사부, 검사도 나갔다

검찰 인사를 전후해 기수 내 ‘에이스’들의 좌천과 사표가 도미노처럼 이어지다보니 검찰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비판이 잇따른다. 법무부가 단행한 중간간부 인사를 전후해 검찰 내 허리 기수인 27~31기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검사 16여명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인 지난달 31일에는 최기식 서울고검 송무부장(27기)도 사의를 밝혔다. 검찰 내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인 최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부산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최 차장검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재직시절 은수미 성남시장에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까지 여권 유력 인사들에 대한 수사 지휘라인에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에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수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던 중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던 중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추 장관은 검찰 인사를 놓고 “이번 인사에서 형사·공판부에 전념해온 우수 검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고자 노력했다”며 “지금까지 한두 건의 폼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법률가인 검사 모두 고른 희망 속에 자긍심을 가지고 정의를 구하는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검찰) 인사를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