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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망신에도 트럼프 '집단면역 실험'...WP "213만 숨질것"

중앙일보 2020.09.01 12:14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62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전략으로 ‘집단 면역’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월 12일 백악관 신임 의료 고문으로 임명된 스콧 아틀라스 스탠포드 후버연구소 신경방사선학 박사. [AP=연합뉴스]

8월 12일 백악관 신임 의료 고문으로 임명된 스콧 아틀라스 스탠포드 후버연구소 신경방사선학 박사. [AP=연합뉴스]

 
'집단 면역'이란 구성원 상당수가 서서히 감염돼 사회 전체적으로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 확산 초 스웨덴이 느슨한 방역 지침을 고수해 집단 면역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스웨덴은 감염률이 급격히 올라가고, 올해 상반기 151년 만에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해 논란이 일었다. 스웨덴은 사실상 ‘집단 면역’ 전략 실패를 인정했다.
 

아틀라스 신임 의료 고문, 집단 면역 도입 주도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전·현직 관료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 의료 고문이 백악관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으로 집단 면역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집단 면역 전략을 일부 시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의 집단 면역 전략을 주도하는 인물은 스콧 아틀라스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신경방사선학 박사다. 아틀라스는 8월 초 백악관 신임 의료 고문으로 임명됐다.
 
보도에 따르면 집단 면역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개인 자유 침해나 경제적 타격이라는 부작용이 없어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다. 보수 성향인 아틀라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재개 주장을 옹호하면서 백악관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틀라스는 스스로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의 반대파라 밝혔다고 한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대응법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해왔다.
 
WP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재개 방침을 옹호하며 백악관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WP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재개 방침을 옹호하며 백악관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아틀라스는 학교 수업 재개와 거리 두기 완화 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전날 플로리다주를 방문해 “바이러스를 두려워하지 말라”며 봉쇄 정책 완화를 주장했다. 그는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낮다”면서 등교 수업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또 “코로나19 검사는 노인 등 질병 취약계층을 위한 것으로, 무증상자는 검사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지난 7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젊고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없다. 건강한 사람까지 고립하면 면역 형성을 방해해 사태를 장기화시킨다”고 말해 집단 면역을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봉쇄 전략이 건강 유지 비용을 상승시키고, 실업률을 높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재개 주장에도 힘을 실었다.
 

WP “미국, 집단 면역 성공하려면 213만 명 사망해야”  

 
트럼프 행정부가 집단 감염 전략을 추진하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아틀라스가 최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거의 매일 면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고령층 등 고위험군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저위험군은 학교와 직장에 다시 나가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해 집단 면역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무증상일 경우 검진받을 필요가 없다는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지난주 발표도 트럼프 행정부의 집단 면역 전략 채택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WP는 자체 분석 결과 미국이 집단 면역에 성공하려면 미국 인구 65%가 감염될 때까지 213만명이 목숨을 잃어야 한다고 전망했다. 또 코로나19 재감염 우려와 고위험군·저위험군 분리 기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간호사들이 지난 4월 백악관 앞에서 코로나19로 숨진 동료 의료진의 사진을 들고 부족한 개인 보호장비 해결 촉구 시위를 벌이고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간호사들이 지난 4월 백악관 앞에서 코로나19로 숨진 동료 의료진의 사진을 들고 부족한 개인 보호장비 해결 촉구 시위를 벌이고있다. [EPA=연합뉴스]

  

美 공공보건학계 “수많은 사람 목숨 잃을 것” 우려 

아틀라스의 ‘집단면역’ 도입 주장에 공공 보건의학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집단 면역 전략을 택하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며 “한 번 퍼지기 시작되면 사회 전역으로 퍼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의 스튜어트 레이 교수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집단 면역은 코로나19 사망과 장애만 증가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할 전략”이라고 밝혔다. 레이 교수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집단 면역은 적용할 수 없는 전략”이라며 “미국은 코로나19 취약 인구가 너무 많아 그 효과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재개에 의욕을 보이는 가운데 전염병 전문가가 아닌 신경방사선학 전문가인 아틀라스의 집단 면역 주장까지 나와 코로나19 보건 당국자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코로나19 저위험군은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며 집단 면역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코로나19 저위험군은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며 집단 면역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UPI=연합뉴스]

백악관, “집단 면역 전략 채택 준비한 바 없다”

 
이같은 보도에 아틀라스 자신은 성명을 통해 적극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집단 면역 전략 정책을 준비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그는 WP의 인터뷰 요청은 거절했다.
 
알리사 파라 백악관 전략공보국장도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전략 수정을 논의한 바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 치료와 백신을 통해 코로나19를 퇴치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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