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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위스키, 오래될수록 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이유

중앙일보 2020.09.01 11:00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83)

20년 숙성 위스키는 10년 숙성 위스키보다 2배 길게 숙성했으니 값은 2배일까? 아니다. 보통 4배 이상 비싸다. 또 30년 숙성 위스키는 10년 숙성 위스키의 10배 이상 가격표가 붙기도 한다. 위스키는 숙성 기간이 길수록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다. 위스키는 오크통에서 매년 일정량이 증발되기 때문이다. 또 장기 숙성 위스키를 만들려면 단기 숙성 위스키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이 기회비용도 장기 숙성 위스키값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굳이 장기 숙성 위스키를 마실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든다. 단기 숙성 위스키 4병과 장기 숙성 위스키 1병, 어느 게 더 가치 있을까. 하지만 위스키를 좋아한다면, 값을 떠나 꼭 장기 숙성 위스키를 마셔봐야 한다. 위스키의 ‘숙성의 미학’은 장기 숙성 위스키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위스키 증류소가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 오크통에 위스키를 장기 숙성하는 이유가 있다. 


장기 숙성 위스키 링크우드(LINKWOOD) 1975, 26년. [사진 김대영]

장기 숙성 위스키 링크우드(LINKWOOD) 1975, 26년. [사진 김대영]

 
우선, 장기 숙성 위스키는 단기 숙성 위스키보다 다양한 맛과 향을 낸다. 숙성 기간이 길수록 오크통에 있는 다양한 성분이 위스키에 배어든다. 단기 숙성 위스키는 오크통이 가진 성분을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 그래서 단기 숙성 위스키는 맛과 향이 단조로운 편이고, 장기 숙성 위스키는 더 복합적이다. 단기 숙성 위스키가 솔로 연주라면, 장기 숙성 위스키는 협주곡이다. 단기 숙성 위스키를 많이 마셔봤지만, 좋은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라도 장기 숙성 위스키의 풍부한 맛을 흉내 내는 건 못 봤다. 

 
장기 숙성 위스키의 또 하나의 특징은 ‘부드러움’이다. 장기 숙성 위스키는 숙성 과정에서 부드러움이 더해진다. 알코올이 코를 찌르는 향이나 입에 닿았을 때 혀를 수축시키는 느낌이 많이 사라진다. 대신 부드럽게 혀를 감싸는 느낌으로 변한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장기 숙성 위스키의 확실한 특징 중 하나다. 이것이 위스키 맛을 더 고급스럽게 한다.

 
 
부드러운 장기 숙성 위스키, 로얄살루트 32년. [사진 김대영]

부드러운 장기 숙성 위스키, 로얄살루트 32년. [사진 김대영]

 
증류소에서 출시하는 오피셜 장기 숙성 위스키가 비싸다면, 독립병입 위스키를 마셔보자. 같은 숙성 기간이라도 오피셜 위스키보다 훨씬 싸다. 또 대부분 하나의 오크통에서 나온 제품이라 각 오크통 고유의 개성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오피셜 위스키보다 질이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훨씬 좋을 수도 있다. 다양한 독립병입 위스키를 마시다 보면 좋은 위스키를 고르는 혜안도 얻을 것이다. 장기 숙성 위스키로 ‘숙성의 미학’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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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김대영 위스키 인플루언서 필진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 위스키 덕후이자 싱글몰트 위스키 블로거다. 위스키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서 살기도 했다. 위스키와 위스키 라벨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 등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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