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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660조 물려받아 1000조 물려주는 文정부…이런 빚폭주 없었다

중앙일보 2020.09.01 10:30
2년 후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서고, 4년 후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에 육박한다. 국민 한사람이 짊어져야 하는 나랏빚도 2022년 2000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년 후 국가채무 1000조원 넘어
GDP대비 채무 비율도 60% 육박
1인당 2000만원대 빚 지고 사는 셈

정부는 이런 상황을 뻔히 예상하고도, 역대 최대 규모인 556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역대 정부가 미래 세대를 위해 어렵게 지켜 온 나랏빚 관리의 마지노선을 다 걷어내 버린 ‘재정 중독’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2021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2021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올해 본예산보다 43조5000억원(8.5%) 늘어난 555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올해 1~3차 추가경정예산을 더한 액수(546조9000억원)보다도 8조9000억원(1.6%)이 더 많은 초대형 예산이다. 불과 12년 전인 2009년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200조원을 쓰고, 정부 대표 사업인 한국판 뉴딜에 21조원을 쏟아붓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아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 기조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예산안과 함께 확정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재정 지출이 ‘감내 가능한’ 수준인지를 의심케 한다. 올해 839조4000억원인 국가채무는 2022년 1070조3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4년 500조원을 넘어선 국가채무가 불과 8년 만에 2배로 불어났다. 이전 정부로부터 660조2000억원(2017년)의 빚을 물려받은 문재인 정부는 1000조원 이상의 빚을 다음 정부에 넘겨준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빚을 늘린 정부는 없었다. 2024년이면 국가채무는 1327조원으로 치솟는다.  
 
나랏빚 폭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현기증이 날 정도의 속도다. 올해 43.5%인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4년 58.3%로 올라서겠다고 기재부는 예상했다. 앞으로 4년 후면 연간 경제 규모의 60%에 육박하는 나랏빚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전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대는 정부가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재정 마지노선 역할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 비율을 40% 안팎으로 관리하겠다”는 홍 부총리의 발표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만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뭡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 반문은 재정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는 신호탄이 됐다. 
연도별 국가채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도별 국가채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날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채무 비율 60% 이내 목표마저도 경제 성장 속도에 맞춰 총지출 증가율과 연간 재정수지 적자를 점차 줄여간다는 낙관론에 기초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3.7%, 2018년 7.1%, 2019년 9.5%, 올해 9.1%, 내년 8.5%(정부안 기준) 등 지출을 늘려 잡았다. 오는 2022년 6%, 2023년 4.5%, 2024년 4%로 지출 증가율을 점차 줄여나가야 국가채무 비율을 60% 내로 묶어둘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라는 게 중론이다. 경제가 살아나서 가계와 기업의 수입이 늘어야 세금 등 정부 수입도 따라 늘어난다. 그러나 정부가 지출을 급하게 늘려오는 동안 한국 경제 성장 속도는 거꾸로 곤두박질쳤다. 경제성장률(실질 GDP 기준)에 물가 상승분까지 더한 경상성장률을 기준으로 2017년 5.5%, 2018년 3.4%, 2019년 1.1%로 역주행했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경상성장률이 0.6%, 4.8%를 각각 기록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 아래 예산안과 재정운용계획을 짰다. 코로나19 충격으로 한국은행마저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1.3%로 내려 잡은 것과는 정반대다. 한은은 올 겨울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 성장률이 -2.2%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도 봤다. 이날 한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은 1분기(전기 대비 -1.3%)에 이어 2분기 -3.2%로 고꾸라졌다. 2008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경제성장률이 추락하고 물가까지 내려앉으면 정부 수입이 예상에 못 미쳐 빚만 더 불어날 수 있다. 정부 예측보다 더 빨리 국가채무 비율 60%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재부마저도 이 사실을 인정한다.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올해 경상성장률이 하락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도별 예산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도별 예산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전망에도 정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 안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50%대 후반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만 있을 뿐 ‘어떻게’는 공란이나 마찬가지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등 재정 여력이 상당 부분 약화한 측면이 있어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도입 검토를 9월 중 마무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나 재정수지 적자 같은 지표가 얼마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두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코로나 위기처럼 아주 극단적으로 위기가 와서 재정이 반드시 역할을 해야 할 상황에는 예외로 인정하는 등 여러 가지 유연성을 보강해서 재정준칙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문을 열어뒀다.  
 
게다가 국가채무 비율 60% 도달을 이미 예고한 상황에서 뒤늦게 만들어질 재정준칙이 어떤 내용일지, 제대로 효과를 낼지는 물음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올해에 이어 내년도 경기 불황이 예상돼 정부가 지출 증가율을 높게 가져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이전 3년간 지출을 지나치게 확대하면서 재정 여력을 소멸시킨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용하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이란 특수 상황에서 정부 말고는 나설 수 있는 경제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과거 잘못된 예산 편성으로 재정 여력까지 바닥”이라며 “한정된 재원을 무너진 경제 구조를 복원시키는 데 배정해야 하는데 다음 선거를 고려해 당장 외형적인 일자리 수만 늘리는 일회성ㆍ소모성 예산에 편중하며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재정 건전성을 훼손해가며 추진하는 재정 주도 성장은 한계가 분명하다”며 “정부 지출이 커지면 결국 조세를 더 걷어야 하고, 이미 악화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는 더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가채무로 부도가 난) 남미의 얘기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임기 내에 단기 성과를 올리는 데만 치중하는 ‘재정의 정치화’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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