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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코로나 확산의 그늘…돌봄 사각지대의 아이들

중앙일보 2020.09.01 07:00

[더,오래] 손민원의 성인권이야기(39)

몇 달 전부터 강의하기로 약속돼 있던 한 중학교를 방문했었다. 학교에서 강의를 담당한 선생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과 관련한 방송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강의 시간에 맞춰 그 학교에 도착해 안내를 받기 위해 교무실 밖에서 기다리는 상황. 갑자기 교무실 안에서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강의를 주관하는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의 승강이가 있었다.
 
교감 “왜 강의를 취소하지 않았느냐.”
선생님 “방송 강의로 변경하기로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코로나19로 처음 겪는 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문제가 여기저기서 물밀 듯이 터져 나오는데, 그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없고, 새로운 길을 열자니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사진 pikist]

코로나19로 처음 겪는 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문제가 여기저기서 물밀 듯이 터져 나오는데, 그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없고, 새로운 길을 열자니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사진 pikist]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강의 취소 전화가 줄줄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의도하지 않았고, 누구 탓도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은 참 씁쓸한 경험이었다.
 
누구나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문제가 여기저기서 물밀 듯이 터져 나오는데, 그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없고, 새로운 길을 열자니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코로나19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감염되는 바이러스지만 그 고통을 마주하는 무게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누구에게 더 취약한가?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노동자에게서 코로나 19 감염은 먼저 시작됐고, 하루 노동이 없으면 생계가 불안한 사람은 생계를 위해 바이러스19에 더 가까이 직면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나 장애인, 돌봄 공백으로 인한 아동도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어린이집은 다시 무기한 휴원 상태고, 13개 시도의 7000개가 넘는 학교는 문을 닫았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혼자 있어야 하는데 시댁·친정 어디에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요”, “지난 4월 쓸 수 있는 휴가도 다 써서 이제는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재택근무가 허용되지 않으면 실직해야 할 판이에요”, “어찌할 수 없어 가게 문을 닫고 아이들을 봅니다”, “당장 아이를 어찌할 수 없으니 그간 쌓아 온 경력을 포기해야 하나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해요”…. 엄마들은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도 한다. 여기저기서 발을 동동 구르며 하루를 견뎌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다.
 
코로나 19의 재확산으로 어린이집은 다시 무기한 휴원 상태이고, 13개 시도의 7000개가 넘는 학교는 문을 닫았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초등학교 4학년. 엄마, 아빠가 출근하면 오전 8시부터 문을 걸어 잠그고 온종일 혼자 집에 방치된다. [뉴스1]

코로나 19의 재확산으로 어린이집은 다시 무기한 휴원 상태이고, 13개 시도의 7000개가 넘는 학교는 문을 닫았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초등학교 4학년. 엄마, 아빠가 출근하면 오전 8시부터 문을 걸어 잠그고 온종일 혼자 집에 방치된다. [뉴스1]

 
긴급 돌봄 시스템이 돌아간다고는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학생은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운영되는 돌봄 교실은 거리 두기를 제대로 하면서 안전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 돌봄 교실 선생님의 안전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학교에 갈 수 없는 초등학교 4학년. 엄마, 아빠가 출근하면 오전 8시부터 문을 걸어 잠그고 온종일 혼자 집에 방치된다. 8월 31일부터 본격적인 원격수업을 한다고 하는데, 부모님의 지원 없이 혼자서 척척 자기 주도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초등학교 6학년생은 부모가 출근하면 2학년인 동생을 챙기며 하루를 보낸다. 아이 둘만이 있는 상황이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가?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컴퓨터 이용 시간이 많아진다. 컴퓨터로 게임도 많이 하고, 게임 도박도 해 볼 수 있다. 심심할 땐 마음에 맞는 사람과 채팅도 한다. 무분별하게 노출된 미디어의 영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 중독 포럼에서 발표한 스마트폰 이용 수준을 보니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성인과 아동 모두 스마트폰이나 온라인 게임 이용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러한 과의존은 신체·심리적 영향은 물론 여러 가지 사회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부작용에 따른 우려가 무척 크다.
 
최근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집 안 아동 학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간다면 그나마 조금은 덜할 텐데,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학대 부모와 접촉시간이 많아진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나도 이제 쉬고 싶다. 다들 나 없이도 행복해라…그냥 따뜻한 말 한마디…나는 언제나 배고프다….” 이 글은 3개월을 배고픔과 외로움에 시달리다 자살을 결심한 중학생이 쓴 글이다. 지난 6월 코로나 19로 학교엔 갈 수도 없었고, 부모는 자신에게 나오는 수당을 가로채면서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 돌봄 공백과 부모의 방임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실제 중독 포럼에서 발표한 스마트폰 이용 수준을 보니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성인과 아동 모두 스마트폰이나 온라인 게임 이용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 pexels]

실제 중독 포럼에서 발표한 스마트폰 이용 수준을 보니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성인과 아동 모두 스마트폰이나 온라인 게임 이용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 pexels]

 
5월 29일 여행 가방에 아이를 일곱 시간 넘게 방치해 숨지게 한 천안 아동 사건은 또 어떤가? 이미 5월 5일 인근 병원 의사가 아동학대로 신고했지만 아이는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집으로 돌아간 아이는 계속 학대에 시달리다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학교의 출결 사항을 보면 아이가 사망한 바로 그 시간에 온라인상에는 출석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게 학대받는 동안 교사와 학대 부모는 세 번에 걸쳐 아이가 아주 잘 지낸다는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 사망사건 또한 코로나 19로 인한 미비한 돌봄 공백이 만들어낸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본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권리를 ‘아동이 인류사회의 성원으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와 함께, 아동이기 때문에 가진 특성을 정당하게 보장받고 행사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아동이기 때문에 더 많은 권리로 잘 성장·발달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학대 아동이 원가정으로 돌아가 다시 재학대로 숨지는 사건, 부모나 사회의 방임으로 아이가 굶는 것,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들만 방치시키고 더 큰 위험에 밀어 넣는 것, 돌봄 사각지대의 취약한 아동을 찾아내는 것, 안전한 긴급 돌봄을 구축하는 일…. 재난 상황에서 아동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많은 어른이 준비 없이 맞이한 이 재난에 아동이 더는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인권 강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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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원 손민원 성ㆍ인권 강사 필진

[손민원의 성·인권이야기]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이 있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젊은이와 노약자. 비장애인과 장애인. 남자와 여자..... 모두 다른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들의 인권 이야기, 폭력예방, 성평등.... 교육을 통해, 나와 이웃 모든 사람이 가진 자유, 평등, 존엄에 대해 공감하는 힘을 키우기를 소망합니다. 강의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목소리를 글을 통해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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