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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소송 114건인데 재판 ‘0’···"대법 꿀먹었다" 국민청원 등장

중앙일보 2020.09.01 05:00
 4·15 총선 이후 야당 국회의원 후보 등이 잇달아 선거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법원 판단이 늦어지자 재검표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4.15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14일 개표소가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지분류기를 시연하고 있다. 뉴스1

4.15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14일 개표소가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지분류기를 시연하고 있다. 뉴스1

  

4.15 총선 관련, 당선 무효 소송 등 114건
4개월 지났지만, 재판 열린다는 소식 없어
대법원 "예정된 게 없어 정확히 모르겠다"


 대법원과 각 총선 후보 등에 따르면 4·15 총선에 나섰던 야당 후보 등이 제기한 선거소송은 114건에 달한다. 1일로 총선이 끝난 지 4개월 보름(139일)이 지났지만, 재판이 열린다는 소식은 없다.  
 
 역대 소송은 대부분 3개월 안에 재검표 
 선거소송은 ▶선관위 위법행위 등으로 선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선거무효소송' ▶개표 오류 등으로 당선인이 뒤바뀌었다고 주장하는 '당선무효소송' 등이다. 현재 대법원에는 120여건의 선거소송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수(手)개표를 통해 재검표를 해야 하는 사안이다. 선거 관련 소송은 역대 선거 가운데 이번 총선이 가장 많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선거소송은 대법원 단심으로 진행된다. 공직선거법 제225조에 따르면 선거소송은 접수된 지 180일(6개월) 이내 선고하도록 돼 있다. 과거 국회의원 선거를 포함해 대부분은 선거소송이 제기된 지 2~3개월 안에 재검표가 진행됐다.  
 
 대법원이 아직 첫 변론 기일을 잡지 않자 법조계에선 "(법정 기한 6개월 내인) 10월 중 선고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정해지거나 예정된 게 없어 정확히는 모르겠다”며 “한꺼번에 선고 기일을 정해서 할 수도 있고 (소송별로) 순차적으로 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검표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비공개로 전환
 선거소송 재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속한 재검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인천에 사는 80 넘은 노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4·15 총선이 끝난 지 4개월이 훌쩍 지났다”며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이곳저곳에서 규탄대회가 계속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대법원에서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쓰다! 달다!’ 말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청원은 지난 31일 비공개로 전환됐다. 
 
 유승수 변호사는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이 국내는 물론 해외언론에서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법원은 선거 소송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국민의 의혹 제기를 말끔하게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NTD 방송은 지난 8월 29일 방송에서 “한국의 이번 총선에서 선거인 수와 투표인 수가 서로 맞지 않는 곳도 있었고,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관외 사전투표용지가 배달되기도 한 데다 투표보관함이 크게 훼손된 상태로 개표장에 운송되기도 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4·15 총선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선관위 주관으로 열린 사전투표 및 개표 공개 시연회에서 관계자들이 투표지 분류기를 분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선관위 주관으로 열린 사전투표 및 개표 공개 시연회에서 관계자들이 투표지 분류기를 분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2년 총선서 재검표 결과 당락 뒤바뀌기도
 역대 선거에서도 재검표 사례는 드물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2000년 16대부터 2016년 20대까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총 12차례 재검표가 진행됐다. 
 
 눈길을 끄는 재검표 사례는 2000년 4·13 총선 당시 경기도 광주 지역구에서였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문학진 후보는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에 3표 차로 졌다. 문학진 후보가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해 재검표를 한 결과 3표 차이가 2표로 줄긴 했지만, 당락이 바뀌지는 않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재검표가 이뤄졌다. 인천 부평갑에서 당시 새누리당 정유섭 후보가 국민의당 문병호 후보에게 26표 차이로 이겼다. 문병호 후보 측 요구에 따라 재검표를 한 결과, 표 차이가 26표에서 23표로 줄었다.
1992년 총선에서 재검표 결과 당선된 임채청 후보를 지지자들이 행가레를 치고 있다. 중앙포토

1992년 총선에서 재검표 결과 당선된 임채청 후보를 지지자들이 행가레를 치고 있다. 중앙포토

 
 재검표 결과, 표 차이가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16대 총선 당시 충북 청원 선거구에서 자유민주연합 오효진 후보는 한나라당 신경식 후보에게 16표 차이로 졌다. 오 후보가 결과에 불복해 재검표를 요청했다. 재검표 결과 두 사람의 표 차이는 17표로 1표가 더 벌어졌다.  
 
 16대 이전 총선에서는 재검표로 당락이 뒤바뀐 적이 있었다. 1992년 14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에서 당시 민주당 임채정 후보가 민주자유당 김용채 후보에게 36표차로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검표 결과 임 후보가 김 후보를 172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재검표에서 100장짜리 투표용지 한 묶음이 잘못 집계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선거에서도 재검표 결과 당락이 뒤바뀐 적이 있다. 2006년 치러진 5·31 지방선거에서 충주시의원 나 선거구에 출마한 당시 열린우리당 최병오 후보와 한나라당 우종섭 후보는 똑같이 1348표를 얻었다. 득표수가 같으면 연장자를 당선자로 정한다는 원칙에 따라 나이가 많은 우 후보가 당선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 후보 측 요청에 따라 이뤄진 재검표에서 최 후보의 무효표 중 한 표가 유효로, 우 후보의 유효표 중 한 표가 무효 처리됐다. 결국 2표 차로 최 후보가 당선됐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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