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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성, "미·중 일방적 편들기 위험…강군으로 외교 뒷받침해야"

중앙일보 2020.09.01 05:00
미군의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은 스텔스 전투기 F-35B 이착륙이 가능해 사실상 소형 항모라 불린다. 한국 해군이 도입할 경항모는 아메리카함과 규모와 역할이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록히드마틴 제공]

미군의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은 스텔스 전투기 F-35B 이착륙이 가능해 사실상 소형 항모라 불린다. 한국 해군이 도입할 경항모는 아메리카함과 규모와 역할이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록히드마틴 제공]

 
미·중간 전방위 패권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동북아에서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은 불안하다. 19세기 말 쇠락하는 중국과 부상하는 일본 사이를 연상시키는 일도 벌어진다. 미국은 ‘대중국 봉쇄 전략’에 한국의 합류를 요구하고 중국도 한반도 미래를 무기로 팔을 비튼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보복이 대표적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19세기 대한제국과 다르고, 달라야 한다.

美 대선 앞둔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 연쇄 인터뷰①

 
전재성(55)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자기편에만 서라고 강요하는 건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제3세력인 한국은 중견국 외교의 원칙을 세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휘둘리지 않는 강국이 되는 독자적 부국강병 전략이다. “원자력추진잠수함과 경항공모함 도입 등 국방력을 키워 외교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방법론도 제시했다.
 
전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향후 군사도발 가능성은 미국 대통령 선거 판도에 따라 결정된다”며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미ㆍ중 관계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퇴진 이후 한·일관계 변화를 포함해 격변기 외교·안보 주요 과제를 진단했다.
 
*중앙일보는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 6명에게 올 하반기 북한의 행보를 포함한 한국의 외교 과제와 전망을 물어 연재한다. 1일 전 교수를 시작으로 오는 6일까지 6명의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매일 연재할 예정이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가 청와대 본관이 보이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신무문 앞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전재성 서울대 교수가 청와대 본관이 보이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신무문 앞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첨예해진 미·중 대결, 한국의 생존전략은 

전 교수는 미ㆍ중 사이에 나오는 쟁점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이 한국의 동참을 요구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한국의 ‘신(新)남방정책’과 동시 추구도 가능하다”며 “원칙 없이 미·중 사이에서 그때그때 사안별로 판단하거나 이념적 기준으로 한쪽 편을 들어주는 건 위험한 선택”이라고 경고했다.  
 
규범과 원칙을 바탕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홍콩 보안법 제재나 화웨이 5G(세대) 네트워크 장비 사용 금지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교수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홍콩 보안법은 사실 한국 국익에 큰 부분이 아니다. 원칙적 규범을 강조하고 특정 사안에 대한 언급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웨이 장비는 국익과 연관돼 있지만, 일본이나 영국처럼 장비 사용을 거부하더라도 중국과 업체를 특정해 거론하지 않고, 보안 문제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지혜롭게 넘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미·중 대결이 약화하거나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칙 없이 사안별로 중국에 대응한다. 그에 따라 한국과 같은 동맹국 입장도 어려워진다”며 “미·중 대결은 전략적 충돌이라 누가 당선되더라도 계속되겠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하면 대중국 압박의 구도는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는 바이든 후보 당선될 경우 한국이 대응하기에 수월할 것이란 판단이다.
 
전 교수는 “바이든의 대중국 정책은 세계질서의 규범을 두고 중국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동맹의 피해를 막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중 경쟁이 심해지더라도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져 한국이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바이든이 당선하면 미군 철수는 없던 일이 되고 방위비 문제도 수용할 만한 수준에서 타결할 것"이라며 "트럼프도 재선에 성공한 2기에선 주한미군 문제나 방위비 협상에서 온건한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전작권 전환 추진하고 한·미동맹 다시 세워야

 
지난달 31일 청주 공군기지에 배치된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훈련을 마친 뒤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한국 공군은 올 2월까지 F-35A 16대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까지 총 40대의 F-35A 스텔스 전투기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제공]

지난달 31일 청주 공군기지에 배치된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훈련을 마친 뒤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한국 공군은 올 2월까지 F-35A 16대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까지 총 40대의 F-35A 스텔스 전투기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제공]

 
전 교수는 한·미동맹을 지속해야 하지만 역할과 위치는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중 관계 악화 국면에 한·미동맹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판단할 시점이 다가오는데, 한·미동맹은 대중국 봉쇄용은 아니면서 한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은 지역 안보에 대한 평가를 다르게 하고 있다.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동맹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하며, 북한 비핵화 이전에 추진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 교수는 “연합훈련을 통한 전작권 전환 준비는 필요하다. 그러나 위협 평가에 관한 조건을 턱없이 강조하면 영원히 하지 말자는 말”이라며 “한·미동맹이 제공하는 핵우산으로 대북 억지력을 갖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 이전이라도 전작권 전환 추진에 문제는 없다. 비핵화는 선결과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중견국 외교의 원칙을 세우는 동시에 군사력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전 교수는 “중견국 외교는 규범과 원칙을 강조하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외교에 힘을 실어 줄 군사력이 중요하다”며 “원자력잠수함과 항모는 미·중 대결 구도에 영향받지 않고 한국 스스로 해상 수송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북간 재래식 군사대결의 틀을 벗어나 전략적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 군사력과 최소 수준의 균형을 맞출 군사력으로 전방위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또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오더라도 주변국과 균형을 이루는 군사력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향후 행보는 미 대선 판도에 따라 결정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올 하반기 한반도 정세를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올 하반기 한반도 정세를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전 교수는 올해 하반기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은 11월 미국 대선 판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밀어주겠다고 판단했다면 대선 전 도발 가능성은 작고, 바이든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하는 추세라면 도발할 수도 있다”면서도 “대신 도발하더라도 신형 잠수함 공개 또는 열병식에서 신무기를 공개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트럼프 낙선 이후 출범할 바이든 정부 출범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대선 전 북·미 대화가 성사되기 어렵다고도 봤다.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당선이 확실해야 회담에 나설 수 있으며 낙선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트럼프 역시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대선에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작다”고 했다.
 
전 교수는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북·미 관계가 안 풀리면 한국에서 받을 게 없다고 판단한다”며 “그래서 최근 북한 입장은 경제 때문에 안보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이 집권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바이든이 추진할 정책안을 보면 북한은 ‘TOP10’ 안에도 끼지 못한다"며 "내년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바이든의 대북정책을 바꾸려는 설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북한을 국제규범을 위반하면서 돕는 건 문제가 된다. 그러나 한국이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진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왼쪽부터). [중앙포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왼쪽부터). [중앙포토]

 

시진핑 방한 후 한한령 해결 , 한·일관계 점진적 변화 가능성 

전 교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물러나더라도 당장 한ㆍ일 관계의 큰 변화는 없지만, 점진적 변화의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아베가 퇴진하더라도 집권 자민당은 바뀌지 않고 극우세력의 영향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극적인 한ㆍ일 관계 변화는 어렵지만, 점진적 변화의 ‘방아쇠’(촉발요인)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를 연내에 추진하고 일본은 이에 보복할 것"이라며 "한·일 양국은 이런 수순을 알지만 한국은 지금 일본의 보복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전 교수는 다만 “바이든이 당선하면 트럼프처럼 한·일 갈등을 방치하지 않고,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연내 방한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전 교수는 “시진핑 방한은 이미 추진된 것으로 코로나 때문에 미뤄진 거다. 지난달 21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방한했던 건 시진핑 방한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드 이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은 일부는 풀리기도 했고 여전히 안 풀린 부분도 있는데 시 주석이 다녀가면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확인을 요구할 것”이라며 “현재 한·중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데 더 높은 관계로 격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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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성 교수는=서울대 외교학과 학·석사,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숙명여대 교수를 지냈다.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장,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연구센터장. 문재인 정부 외교부·통일부·국방부 자문위원, 남북회담본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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