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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중·러의 밀월, 이젠 차세대 잠수함도 공동설계 한다

중앙일보 2020.09.01 05:00

"잠수함을 같이 만든다고?"

[신화망 캡처]

[신화망 캡처]

지난달 25일 러시아발 기사 하나가 군사 전문가들 귀를 자극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잠수함을 공동 설계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지난달 25일 러시아와 중국이 공동으로 차세대 잠수함 설계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리아노보스티통신 캡처]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지난달 25일 러시아와 중국이 공동으로 차세대 잠수함 설계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리아노보스티통신 캡처]

소식을 전한 건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이다. 통신은 러시아 연방군사기술협력청(FSMTC) 관계자를 인용해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FSMTC 관계자는 통신에 “최근 우리는 중국 측과 공동으로 차세대 비핵 잠수함 설계를 하고 있다”며 “(초기 단계라) 완료 시점을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잠수함은 해군 전력 중 첨단 분야다. 바다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 적이 상상하지 못할 때 기습 공격하는 ‘게임 체인저’라서다. 세계 각국이 잠수함 전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잠수함 선진국’ 들은 잠수함을 수출하지만 ‘육수 국물 레시피’인 핵심 기술을 알려주지 않는다. 최신형 잠수함은 수출도 안 한다.

[중국군망 캡처]

[중국군망 캡처]

그러니 중국과 러시아의 차세대 잠수함 공동 설계 소식은 ‘뉴스’가 된다. 카드 판에서 서로가 가진 패를 공유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서다. 더구나 러시아는 전통의 잠수함 강국이다. 냉전 시절 러시아의 전신인 옛 소련은 사회주의 동맹 중국에 골프급, 로미오급 잠수함을 제공하며 중국 해군 전력을 강화해줬다. 하지만 기술 이전은 꺼렸다. 결국 중국은 잠수함 건조 기술은 자체 개발해야 했다.

그런 러시아가 중국과의 잠수함 공동 설계 사실을 먼저 밝혔다.

러시아 디젤 잠수함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 잠수함.[타스=연합뉴스]

러시아 디젤 잠수함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 잠수함.[타스=연합뉴스]

이유가 뭘까. 중국이 러시아가 가지지 않은 잠수함 기술을 가졌기 때문이란 추측이 나온다. 미국 잠수함 전문가 H.I.서튼 연구원은 27일 포브스(Forbes)에 쓴 글에서 “중국은 현재 공기불요추진체계(AIP) 분야에서 러시아보다 앞서 있다”며 “러시아는 자국군이 운영 중인 라다급 디젤 잠수함에 아직 AIP를 장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주요 잠수함 전력. [포브스 캡처]

러시아와 중국의 주요 잠수함 전력. [포브스 캡처]

AIP는 디젤 잠수함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이를 장착하면 정기적으로 급유를 위해 수중으로 가야 하는 구형 디젤 잠수함과 달리, 최대 수 주간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 작전을 할 수 있다.
인민해방군 해군의 잠수함 편대 훈련 장면 [중국라디오망 캡처]

인민해방군 해군의 잠수함 편대 훈련 장면 [중국라디오망 캡처]

서튼 연구원은 최신 리튬이온 배터리 잠수함 개발에서도 중국이 러시아를 앞섰다는 추정도 한다. 각국은 디젤 잠수함의 동력을 리튬이온 배터리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일본이 세계 최초로 자국 소류급 잠수함을 디젤 엔진에서 리튬이온 전지 동력으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 서튼 연구원은 “중국도 리튬이온 동력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며 “이 기술에서도 러시아보다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094형 잠수함. [사진 위키피디아]

중국의 094형 잠수함. [사진 위키피디아]

그럼 이번 공동 설계는 중국엔 손해일까. 아니다. 러시아가 전통의 잠수함 강국이란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잠수함은 동력만 중요한 게 아니다. 탐지와 타격 기술에서 러시아를 무시해선 안 된다. 다시 서튼 연구원의 말이다.

"러시아제 소나(SONAR·수중음파탐지기)와 무기가 중국 잠수함에, 중국제 AIP나 리튬이온 배터리가 러시아 잠수함에 장착될 수 있다."

중국 033형 잠수함.[사진 위키피디아]

중국 033형 잠수함.[사진 위키피디아]

그는 양국이 공동 설계한 차세대 잠수함의 큰 그림도 이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한 가지는 알아야 할 게 있다.

공동 설계하는 게 ‘비핵 잠수함’ 이란 점이다.

러시아 핵잠수함 베르호투르예함. [타스=연합뉴스]

러시아 핵잠수함 베르호투르예함. [타스=연합뉴스]

잠수함의 최강 전력은 누가 뭐래도 핵잠수함이다. 물속에서 무한정 동력이 생산돼 식량과 승조원 정신건강만 해결되면 이론적으론 몇 년 동안도 잠항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선 양국은 절대 양보가 없다. 지난 6월 러시아 관세청은 폐기된 핵잠수함을 중국으로 수출하려던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기업을 적발했다. 폐기된 핵잠수함도 ‘군사기밀’. 절대 중국에 넘길 수 없는 노릇이다. 양국이 핵심 기술까지 협력하는 건 아니란 얘기다.

러시아 핵잠수함 베르호투르예함. [타스=연합뉴스]

러시아 핵잠수함 베르호투르예함. [타스=연합뉴스]

두 나라의 잠수함 협력, 목적이 돈일 수도 있다. 서튼 연구원은 “중국은 태국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 잠수함을 수출하는 국제 시장의 큰손”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의 합작 잠수함도 자국 해군을 위한 것이 아닌 상업적 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두 나라의 정확한 목적은 아직 알 수 없다.

어쨌든 잠수함 협력은 가까워진 두 나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군망 캡처]

[중국군망 캡처]

영국과 인도 등이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선언하는 와중에 러시아는 화웨이와 5G 관련 기술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은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만든 코로나19 백신을 러시아와 공동으로 임상 시험하겠다고 밝혔다. 어려운 와중에 두 나라가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형국이다. 미국의 반중 드라이브가 이어질수록 둘의 협력은 더 공고해질 수 있다.
영화 '강철비2'의 한 장면. 북한 핵잠수함을 배경으로 남북미와 중국, 일본이 모두 등장한다.[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강철비2'의 한 장면. 북한 핵잠수함을 배경으로 남북미와 중국, 일본이 모두 등장한다.[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중요한 건 우리다. 이미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나아가 영공까지 침범했던 중국과 러시아 군이다.
 
수심이 깊은 동해는 각국 잠수함의 국제적 활동 무대가 된 지 오래다. 두 나라의 잠수함 협력,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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