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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에서 갑으로”…플랫폼에 사용료 인상 요구나선 콘텐트 업계

중앙일보 2020.09.01 05:00
유료방송시장과 콘텐트프로바이더(CP) 간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기존에는 플랫폼을 제공한 유료방송시장이 우월적 지위를 누렸다면, 넷플릭스 등의 영향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CP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이로 인해 힘의 균형을 이루며 공생 관계에 있던 둘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서 각종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CJ ENM, 딜라이브에 "수신료 인상해달라"     

CJ ENM

CJ ENM

유료방송(케이블 TV)인 딜라이브와 CP인 CJ ENM은 31일 수신료를 둘러싼 ‘최후 협상’에 나섰지만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양 측은 “정부 중재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케이블TV 업계 3위 사업자인 딜라이브는 CJ ENM이 지난 3월부터 요구한 인상안을 거부하자 CJ ENM은 자사 계열 13개 채널에 대한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그럼에도 두 회사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지난달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재에 나섰다. 당시 두 회사는 31일까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과기정통부의 중재안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딜라이브 측은 “케이블 TV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매출이 주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사용료는 증가하고 있다”며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하단 입장이다. 이에 비해 CJ ENM 측은 “지상파 방송과 종편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증가한 데 비해 CJ ENM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6년간 거의 오르지 않은 실정”이라고 주장한다. 
 

방송 5사, SK브로드밴드에 "콘텐트 제값 내라"  

모델이 SK브로드밴드의 ‘Lovely B tv’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SK브로드밴드]

모델이 SK브로드밴드의 ‘Lovely B tv’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SK브로드밴드]

유료방송시장과 CP 간 팽팽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은 또 있다. 인터넷TV(IPTV)를 서비스하는 SK브로드밴드와 CP인 방송사 5곳이다. 이들 5곳은 지상파(KBSㆍMBSㆍSBS)와 종합편성채널인 JTBC, PP(프로그램프로바이더)인 CJ ENM 등이다. 앞서 방송 5사는 개별적으로“SK 브로드밴드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콘텐트 정책을 변경함으로써 계약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보냈다. SK브로드밴드가 지난달 자사 IPTV 서비스를 ‘러블리 Btv’로 개편하면서 ‘모바일 Btv’ 서비스 계획을 밝힌게 불씨가 됐다. Btv의 콘텐트를 모바일을 통해서도 볼 수 있게 한 서비스인데, 최대 4개 계정까지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미디어 시청 환경 변화로 월정액 가입자 유지를 위해 필요한 서비스라는 데는 공감하나, 회선이 늘어난만큼 콘텐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 등의 영향으로 IPTV 지상파 월정액 가입자와 이용 시간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윈윈(상생)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점유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점유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넷플릭스 효과'로 몸값 높아진 콘텐트 업계  

업계는 유료방송시장과 CP 간의 갈등이 분출되는 배경으로 미디어 환경 변화를 꼽는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OTT)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CP 입장에선 자사의콘텐트를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몸값’이 높아졌다. 여기에 ‘대작’콘텐트 등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제작비 부담도 상승했다. 
 이에 비해 플랫폼 사업자는 수익성 악화나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워 콘텐트 사용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콘텐트 제작 비용이 올라갔기 때문에 CP는 이를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비해 딜라이브와 SK브로드밴드는 각각 매각(딜라이브)이나 상장(SK브로드밴드)을 앞두고 있어 비용 절감을 통해 시장 가치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갈등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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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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