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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 분위기 커질수록, 김정은 도발 가능성 커진다"

중앙일보 2020.09.01 05:00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스1]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스1]

 
11월 3일 미국 대선 전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것이라는 국내 외교ㆍ안보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왔다. 다만, 도발 수위와 관련해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전략적 도발보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저강도 도발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우세했다.  

美 대선 앞둔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 연쇄 인터뷰(종합)

 
중앙일보는 31일 문재인 정부 하반기 북한의 행보와 한국 정부의 최우선 외교 안보 과제는 무엇이어야 할지 국내 전문가들에게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는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조동호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가나다 순)이 참여했다.
 
① 미국 대선 전 북한은 군사 도발할까=전재성 교수는 “북한이 과거 미국의 대선 등 주요 선거 일정 전에 도발을 해온 전례에 따라 이번에도 군사 행동이 있을 것”이라며 “바이든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는 추세가 되면 도발 수위도 올라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흥규 교수는 다만 “북한은 현재 신종 코로나와 수해 등으로 내부를 수습하기도 버겁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려는 중국의 견제도 전례 없이 강한 상황”이라며 “굳이 도발한다면 한국과 중국을 향해 경제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전술적 도발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도발 수위와 관련해선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ICBM 발사는 유엔 안보리 소집과 추가 제재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최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보다 더 낮은 수위에서 신형 잠수함 공개나 열병식을 통한 신무기 공개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성한 전 차관은 다만 “북한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하면 ICBM에 준하는 도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병연 교수도 “코로나19에 따른 북한 경제 상황이 변수”라고 말했다.  
 
조동호 전 원장은 이와 관련 “지난해까지 2년간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를 앞세운 ‘선경(先經)’ 정치를 도모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며 “아버지 대(代)의 선군정치로 갈 것이냐를 고민하며 끊임없이 도발 여부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과거보다는 선군 노선에 대한 검토가 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이 불거졌을 때 ’적절한 시점에 할 말이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이 불거졌을 때 ’적절한 시점에 할 말이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AP=뉴시스]

 
②트럼프ㆍ김정은 ‘옥토버 서프라이즈’ 회담 가능성은=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열세를 만회하려고 깜짝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10월의 깜짝쇼'가 열릴지에 대해 6명의 국내 전문가 모두 가능성을 낮게 봤다. “미국 대선에서 외교 문제가 득표에 영향을 크게 미친 적이 없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해서 김 위원장을 만날 유인이 없다”(김흥규ㆍ김성한ㆍ조동호)는 이유가 다수였다.
 
천영우 전 수석은 “김정은 입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확실시되지 않은 상황에선 거래할 생각이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재가 될 만한 정도의 딜을 북한이 내놓을 용의가 있다면 더더욱 차기 미국 대통령과 협상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회담을 하기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간ㆍ장소의 제약이 생겼다는 현실적 한계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해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③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북한 호응할까=경제 상황이 극도로 악화한 북한이 하반기 한국 정부에 손을 내밀 가능성에 대해 김병연 교수는 “북한이 대미용 도발 카드를 구사하려면 한국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한다”며 “남북관계에 호응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김흥규 교수는 “북한은 이미 문 정부의 프레임을 넘어 독자적인 국제 정세 인식을 바탕으로 자력갱생의 전략적 판단을 마쳤다”며 “그런 북한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유엔 제재를 넘어서는 경제적 지원이나 강력한 군사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동호 원장도 “북·미 관계가 풀리기 전에 남북관계가 풀리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18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18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④ 문재인 정부가 하반기 꼭 피해야 할 외교·안보 정책은=임기 2년을 남겨 놓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팀이 최대한 피해야 할 전략이나 자세로 국내 전문가들은 “무리한 대북정책 밀어붙이기”(김흥규ㆍ김성한ㆍ김병연ㆍ조동호)를 꼽았다. 조동호 전 원장은 “임기 말 급하게 추진하는 남북 정상회담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영우 전 수석은 큰 틀에서 “여론을 추종하는 외교·안보 정책”을 꼽았다. 천 전 수석은 “외교·안보 분야는 필연적으로 일반 시민들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 분야”라며 “현재의 여론에 휩쓸려 미래의 국익을 해치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조언했다.
 
반드시 필요한 외교·안보 정책 과제로 김흥규 교수는 “북한과의 '대항적 공존'을 하려면 일단 군사적 기초 체력부터 확보해야 한다”며 국방력 강화를 주문했다. 조동호 전 원장은 “대북정책뿐 아니라 대미, 대일, 대중 정책에 있어서 남남갈등 관리”라고 말했다.  
 
정용수ㆍ박용한ㆍ이근평ㆍ김다영ㆍ백희연 기자, 정리=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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