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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삼시세끼 전쟁...온라인몰서 채소 담고 결제순간 "품절"

중앙일보 2020.09.01 05:00 종합 5면 지면보기

거리두기 2.5단계에 소비자 식재료 확보전 

코로나19 장기화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집집마다 장보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코로나19 장기화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집집마다 장보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마켓컬리에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려는 순간 ‘품절’이 떴어요. 쓱배송으로 주문한 상품은 계속 도착 시간이 밀리더니 환불됐다는 통보가 왔네요.”
 
서울 반포동에 사는 주부 김 모(34)씨는 요 며칠 온라인 장보기에 나설 때마다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며 푸념했다. 그는 “코로나 19 때문에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줄곧 이용해왔는데, 갑자기 배송이 안 된다는 공지에 가슴이 철렁했다”며 “당장 오늘 애들 먹일 과일이 없어 동네 마트라도 가야 하는데, 애 봐줄 사람도 없고 속이 터진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집집마다 ‘삼시세끼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된 동네 식당 중 일부가 8일간 아예 문을 닫으며 끼니를 해결할 곳이 예전보다 더 없어진 데다, 역대 최장 장마에 채소·과일값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주말 온라인·모바일 주문 급증과 물류센터 확진자 발생 사고가 맞물리며 배송 취소 혹은 지연 사고가 잇따르자 소비자들은 신선식품 ‘물류 대란’이 벌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주 2~3회 장봐야 4명 먹는데…"

마켓컬리는 30일 오후 5시 재고가 소진됐다는 공지를 올렸다. 마켓컬리 캡처

마켓컬리는 30일 오후 5시 재고가 소진됐다는 공지를 올렸다. 마켓컬리 캡처

마켓컬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달 30일 주문이 쇄도하면서 제때 배송을 진행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고 밝혔다. 당일 오후 5시 “금일 주문량 폭증으로 다수의 상품 재고가 소진돼 품절이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오후 11시 이후 재방문을 당부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물류센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일부 직원이 출근하지 못해 배송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지난달 31일 오전부터는 업무가 정상화됐다”고 했다. 다만, 인기 상품인 티라미수와 치즈케이크 등 일부 제품은 여전히 품절 상태다. 
 
쿠팡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역시 비슷한 기간 채소·정육 등 일부 상품들이 일시 품절됐다. 현대백화점의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도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주문마감을 오후 4시로 앞당겼다. 쓱닷컴도 평소보다 예약 배송 마감이 빨라졌다. 지난달 31일 오후 3시 현재 쓱닷컴 배송 페이지의 당일과 다음날 오후 4시 배송은 마감됐다. 지금 결제해도 다음 날 오후 4시 넘어야 제품을 받아보는 셈이다. 지역에 따라 배송이 2~3일 후로 지연된 곳도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에서 직원이 신선식품 등을 새벽배송 전용 배송 박스에 담는 모습.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에서 직원이 신선식품 등을 새벽배송 전용 배송 박스에 담는 모습. 사진 현대백화점

워킹맘 신 모(38) 씨는 “남편이 재택근무를 시작한 데다, 아이들이 학원에도 못 가 4인분의 삼시 세끼 식사에 간식까지 다 집에서 해야 한다”며 “마켓컬리·쿠팡에서 10만 원어치 장을 봐도 이틀을 못 버티고, 주 2~3회 온라인으로 식품을 주문해도 매번 냉장고가 텅텅 비어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두 번의 배송 지연은 참아줄 수 있지만, 이런 일이 잦아지면 앞으로 식구들 삼시세끼를 어떻게 챙겨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재확산에 식품·생필품 매출 급증  

마켓컬리, 지난 2주간 매출 증가한 품목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마켓컬리, 지난 2주간 매출 증가한 품목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 주말 온라인 물류 대란이 발생한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강화로 식품·생필품 주문이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주(8월 17~30일)간 마켓컬리 배송량은 직전 2주(8월 3~16일)와 비교해도 24% 증가했다. 견과류와 차·커피류의 매출은 각각 56%, 32% 증가했고, 간편식과 냉동식품, 채소 등의 매출도 14~17% 늘었다. 마켓컬리의 전체 주문 중 서울·수도권에 제공되는 샛별배송이 80~90%가량임을 고려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강화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문량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쓱배송은 새벽배송 기준으로 지난 주말(8월 29~30일) 매출이 지난달 같은 주말(7월 25~26일) 대비 30% 증가했다. 현대식품관 투홈도 지난 주말 매출이 전 주말 대비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이전에도 비대면 쇼핑은 이미 사상 최고를 기록 중이었다. 중소기업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터넷 쇼핑과 홈쇼핑, 배달판매 등 무점포소매 규모는 46조210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4% 증가한 규모다. 
무점포 소매 판매액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무점포 소매 판매액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온라인 배송 차질에 소비자들이 직접 장보기에 나서자 지난 주말 대형마트도 북적였다. 이마트의 지난 주말(8월 28~29일) 매출은 그 전 주말과 비교해 증가했다. 특히 라면, 통조림, 소스 오일류 등 가공식품류 판매는 22% 늘었다. 수산물과 과일은 9~10%, 육류, 채소류는 6~8%씩 매출이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되기 전인 7월 말과 비교하면 지난 주말 채소 매출 증가율이 36%에 달할 정도로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박 모(74) 씨는 "당분간 바깥 출입을 자제할 예정이라 물이나 라면, 채소류 등 필수 식자재를 평소보다 좀 더 넉넉히 샀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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