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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읽기] 애플의 새로운 무기

중앙일보 2020.09.01 00:07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실리콘밸리에서 전통의 강자인 애플은 사업 영역을 바꿀 때마다 상대하는 맞수도 계속 바꾸어 왔다. 과거에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놓고 마이크로소프트에 도전했지만, 21세기 들어 시장의 중심이 모바일 기기로 옮겨가면서 상대는 안드로이드를 운영하는 구글로 바뀌었다. 이런 싸움은 궁극적으로 같은 시장에서 동종의 제품, 혹은 서비스로 다른 기업과 하는 ‘경쟁’이다.
 
하지만 최근 애플은 조금 다른 싸움을 하고 있다. 모바일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면서 사용자의 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동안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의 모바일 기기에 깔린 앱들이 사용자를 추적하는 것을 쉽게 허용해 왔다면 앞으로는 사용자가 일일이 허용하지 않는 한 추적하지 못하는, 옵트인(opt-in)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이 변화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우선시하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한 것인 동시에, 광고가 주 수익원인 페이스북과 구글의 돈줄을 압박하는 조처로 해석된다. 이 두 기업은 스마트폰을 통해 얻은 사용자의 정보를 가져다가 분석해서 가장 효과적인 광고 대상을 찾아내어 돈을 벌어왔는데, 사용자들이 정보를 주지 않기로 할 경우 효과가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 페이스북은 이번 조처에 즉각 반발했다. 애플과는 모바일에서 사실상 공생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 크게 느껴졌을 거다.
 
애플이 그간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모바일 생태계 전체의 수익을 높여 파이를 키우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모바일로 완전히 이동한 지금,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과 경쟁 기업 견제라는 실리적 효과를 다 가진 이 무기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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