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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시켰나, 짬뽕 시켰나…이런 것도 신용정보가 될까

중앙일보 2020.09.01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짜장면(左), 짬뽕(右)

짜장면(左), 짬뽕(右)

내가 주문한 배달음식이 짜장면인지, 짬뽕인지가 신용정보에 해당할까.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두고 정보 제공범위를 둘러싼 관련 업계의 논쟁이 불붙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정보주체(소비자) 동의하에 금융권에 흩어져 있는 개인 신용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끌어모아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올해 초 데이터 3법(신용정보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60여 개 업체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 신청을 받아 내년 초를 목표로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범위 논란
전자상거래업체서 받는 정보에
시간·금액 외 주문내역도 포함

온라인쇼핑협 “신용과 무관, 못 줘”
금융 쪽은 “맞춤서비스 위해 필요”

논란을 부른 건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제공해야 하는 ‘신용정보’의 범위였다. 8월 초 공포된 신용정보법 시행령에 따르면 신용정보 범위엔 전자상거래 업체의 ‘주문내역’ 정보가 포함된다. 가령 A은행이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고객이 동의하면 11번가·이베이·배달의민족 등에서 고객이 ‘언제’ ‘얼마’를 결제했는지 뿐만 아니라 ‘어떤 상품’을 ‘몇 개’ 구매했는지에 관한 정보까지 A은행이 받게 된다.
 
전자상거래 업계는 거세게 반발한다. “주문내역은 신용정보가 아니다”라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떤 브랜드 상품을 몇 개 구매했는지까지 제공하라는 건데, 쉽게 말해 ‘짜장면을 먹었느냐, 짬뽕을 먹었느냐’가 신용정보라는 얘기”라며 “이는 고객의 신용과 무관한 정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주문내역 정보는 신용정보가 아니므로 시행령을 즉각 재개정하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주문내역 정보는 신용정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실제 현행 신용정보법상 신용정보 개념에는 ‘신용정보주체의 거래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제2조)’가 포함된다. 여기엔 ‘상법상 상행위에 따른 상거래의 종류·기간·내용·조건 등에 관한 정보’도 해당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자금융업체에 기록된 쇼핑정보도 신용정보에 해당한다. 이 개념은 (이번 법 개정으로)바뀐 게 아니라 원래부터 적용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주문내역 정보는 금융권에서 지속적으로 개방을 요구해 온 데이터다. 마이데이터 사업 자체가 금융뿐 아니라 비금융분야의 신용정보까지 결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지라는 것이 금융권 주장이다. 한 금융사 고위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향후 의료·보건 같은 비금융분야로 확대될 텐데, 그때도 ‘금융정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반대할 건가”라며 “서비스 확대를 위해 서로 가진 정보를 최대한 열어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카드사의 정보제공범위를 놓고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카드사가 더 많은 정보를 개방하는 방향으로 결론 났다.
 
업계에선 일부 전자상거래 업체가 정보제공을 피하기 위해 분사를 감행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제공되는 정보는 ‘전자금융업자’의 신용정보이다. IT기업 등이 보유한 일반 개인정보는 해당되지 않는다. 전자금융업체를 계열사로 둔 일부 빅테크 업체는 본사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11번가·이베이·SSG닷컴 등 대다수 전자상거래 업체는 간편결제 사업을 하기 위해 본사가 직접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한 반면, 네이버·쿠팡 같은 일부 업체는 전자금융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를 따로 만들었다. 한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했다는 이유만으로 방대한 고객 정보를 다 내놓느니 차라리 분사하는 게 낫다는 업체들도 있다”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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