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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소송전 ‘갈 데까지 가보자’

중앙일보 2020.09.01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배터리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사실상 배상금 협상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에서 끝까지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수조-수천억 배상금 이견 못 좁혀
최고경영진 뜻 반영해 협상 중단
ITC 최종결정 전 극적 합의할 수도

3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각사 법무팀과 법무법인을 통해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두 회사 최고 경영진의 뜻이 반영됐다. 두 회사는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 결정이 나온 이후 합의를 시도해왔다.
 
LG화학·SK이노베이션?소송 주요?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LG화학·SK이노베이션?소송 주요?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LG화학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LG화학 일부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핵심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는 게 LG화학의 주장이었다. ITC는 지난 2월 “(LG화학의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훼손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ITC는 다음 달 5일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ITC의 예비 결정 이후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 합의를 제안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진정한 사과와 합리적인 배상액을 제시하지 않으면 합의는 어렵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향후 5년 내 200조원까지 성장할 시장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원하는 배상액은 수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합의금은) 조 단위로 갈 수 없다”며 강경한 자세로 돌아섰다.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대 배상액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의 어떤 영업비밀을 어떻게 침해해 실제 사업에 적용했는지 증거가 밝혀지지 않았다. 무턱대고 조 단위의 합의금을 내는 건 주주들에 대한 배임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상반기 누적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0년 상반기 누적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만일 SK이노베이션이 ITC에 이어 델라웨어주 연방법원 소송에서도 패하면 원칙적으로 배터리 부품과 소재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가동도 제한을 받는다.
 
LG화학은 조만간 또 다른 특허 침해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ITC에 제소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수조원 대의 합의금을 내느니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게 낫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의 없이 델라웨어주 연방법원(2심제)에서 소송을 이어갈 경우 1심 판결에는 2~3년, 최종심 판결까지는 추가로 1~2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ITC의 최종 결정 전 ‘극적인 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SK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통해 “배터리 산업 및 양사의 발전을 위해 협력을 희망한다”고 협상의 여지를 두기도 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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