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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백천·김태훈·김혜영…마이크 앞에 앉은 빌보드 키즈

중앙일보 2020.09.01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달 31일 여의도 K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난 팝컬럼니스트 김태훈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31일 여의도 K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난 팝컬럼니스트 김태훈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제 문화계도 50대가 주역일까.
 

KBS 제2라디오 진행자 교체

최근 이뤄진 KBS 제2라디오(해피FM) 개편 방향은 “중장년층 맞춤형 채널”이다. 지난달 31일부터 마이크를 잡는 진행자 라인업도 이 세대에 맞춰졌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김태훈의 프리웨이’·오전 7~9시), 가수 주현미(‘주현미의 러브레터’·오전 9~11시), 가수 겸 MC 임백천(‘임백천의 백뮤직’·정오~오후 2시), 방송인 김혜영(‘김혜영과 함께’·오후 2~4시) 등으로 평균 나이 57.5세. 1980년대부터 활동했거나 당시 20대를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쟁시간대 타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30~40대를 내세웠다.
 
1990년대 후반 ‘386’으로 통칭되는 하나의 세력으로 등장한 60년대생들이 486·586을 거치며 정치·사회·문화 담론의 주도층이 된 게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방송 타깃층을 20·30세대로 두는 게 미디어 세계의 불문율이란 점에서, 50대를 겨냥한 이번 채널 개편을 두고 386세대의 힘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예능 PD는 “90년대 유명했던 중장년층 연예인들이 끌고 가는 SBS 예능 ‘불타는 청춘’ 같은 프로그램은 이전 세대에선 볼 수 없었던 콘셉트”라며 “이 세대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서 이들의 관심거리와 궁금함은 문화적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BS 제2라디오 개편에서 ‘김태훈의 프리웨이’ 진행을 맡은 김태훈(51)씨를 지난달 31일 첫 방송 직후 만났다. 그는 자신을 “민주화운동을 이끈 87세대와 X세대의 중간쯤 있는 89학번이자, 빌보드 키즈”라고 소개했다.
 
중장년을 위한 팝을 들려주는 방송이라는 구성이 독특한데.
“40대 중반에서 50대에 걸친 세대가 ‘빌보드 키즈’다. 소위 ‘80년대 빌보드’ 음반을 들으면서 젊음을 보낸 세대다. 나도 KBS 라디오 ‘황인용의 영팝스’를 들으며 자랐고, 그 영향으로 음반회사를 거쳐 팝 칼럼니스트가 됐다. 당시 젊음을 위로하던 미디어는 라디오가 유일했고, 여전히 라디오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음악을 중심에 놓고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층 역시 40대 중반~50대라고 생각한다.”
 
이 세대의 특징은 뭐라고 보나.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 중 하나다. 80년대 경제부흥의 성과가 있고, 교복자율화·맞벌이 부부라는 게 나왔고, 경제적 풍족과 문화적 취향이라는 게 가능한 세대였다. 한편으론 20대부터 무언가를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세대다. 낮잠만 자도 죄의식을 느낄 정도로 평생을 전력투구한 세대다. 은퇴가 다가오는 지금, 어떤 면에선 매우 지쳐있기도 하다.”
 
각 방면에서 386 세대가 장기집권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방송가는 냉정하다. ‘의리’로 누굴 끌어주거나 맞춰주는 곳은 아니다. 과거엔 문화계에서 10·20대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돈을 쓰는 게 40·50대다. 트로트 열풍도 마찬가지다. 다만 X세대를 비롯해 지금의 40대는 20·30대와 50대 사이에서 끼인 측면도 있다.”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루 리드(Lou Reed)의 ‘퍼펙트 데이(Perfect Day)’다. 노래 가사는 동물원에 가서 먹이를 주고, 공원에서 음료수도 마시고 왔는데 완벽한 날이라는 내용이다. 중장년층에게 ‘여전히 건투를 빈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세대가 어떻게 보든 자신이 볼 때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면 된 거다. 이제 젊은 세대에게 사회 권력을 넘기고 조금 편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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