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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읽는 코로나시대 “사람들이 자신을 돌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2020.09.01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자신의 저서 『Videocracy』를 든 케빈 알로카 유튜브 문화· 트렌드 총괄. [사진 유튜브]

자신의 저서 『Videocracy』를 든 케빈 알로카 유튜브 문화· 트렌드 총괄. [사진 유튜브]

2005년 미국의 전자결제 플랫폼 ‘페이팔’에서 일하던 스티브 첸이 친구들과 파티 영상을 쉽게 공유할 방법을 궁리할 때만 해도 웹 브라우저에 동영상을 바로 올리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첸이 친구들과 만든 동영상 공유 사이트는 15년이 지난 지금 매달 20억 명이 찾아오는 세계 최대 동영상 허브가 됐다. 1분마다 500시간짜리 동영상이 새로 올라오고, 매일 소비자 시간을 10억 시간 빨아들이는 곳, 유튜브다.
 

케빈 알로카 유튜브 문화·트렌드 총괄
전 세계인 동시에 ‘외출 금지’ 상황
요리, 집·운동 영상 조회 2~3배 늘어
한국서도 ‘달고나커피·차박’ 열풍
틱톡과 경쟁이 플랫폼 발전에 도움

최근 10년간 유튜브가 시대의 문화로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본 이를 만났다. 케빈 알로카(Kevin Allocca·37) 유튜브 문화·트렌드 총괄. 지난 25일 구글 화상회의(구글미트)로 만난 알로카 총괄은 미국 뉴욕의 집에서 유튜브 월드를 탐색하고 있었다. 인기 동영상을 추적해 사회 현상과 트렌드를 꿰는 일이다. 그는 2018년 낸 저서  『유튜브 컬처(Videocracy)』에서 “만약 외계인이 지구를 알고 싶어 한다면 구글을 보여주겠지만, 인간을 알고 싶어 한다면 유튜브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 패러다임이 바뀐 지금, 알로카 총괄이 포착한 ‘변화’는 뭘까.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영상은 뭔가.
“전 세계인이 같은 시간에 같은 사건을 겪고 있다. 그 결과 여러 국가의 유튜브에서 유사한 패턴이 발견됐는데 ‘나’를 돌보는 영상들의 부상이다. 지난 3~4월 ‘요가’ ‘집·운동’ ‘요리’ 키워드가 들어간 영상 조회 수는 지난해 평균보다 각각 100%, 350% 늘었다. 또 콘서트 등 행사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라이브 스트리밍’도 급증했다.”
 
한국에서 눈에 띄는 트렌드는.
“한국에서 시작된 ‘달고나 커피’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제목에 ‘dalgona’가 들어간 영상의 평균 조회 수는 5000% 이상 증가했다. 최근엔 한국에서 ‘차박(자동차 캠핑)’ 영상이 급부상하고 있다.”
 
유튜브 트렌드를 10년째 추적해왔다. 주요 변화는.
“셀럽의 탄생, 장르의 다양화, 배움의 장으로 진화. 이 세 가지다. 초기 유튜브에선 짧고 웃기고 아주 개인적인 단발성 영상(바이럴 영상)이 인기였다. 이후 유튜브를 정의하는 주체가 크리에이터로 바뀌었다. 이들은 거대한 시청자층을 몰고 다니는 셀러브리티(유명인·셀럽)로 떠올랐다. 단순히 노래나 연기, 유머에 능해서가 아니다. 팬들과 유대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구축하고, 화면으로 소통하는 독특한 재능을 갖고 있어서다. ‘유튜브 시대’에 걸맞은 능력이라고나 할까.”
 
‘장르의 다양화’란 게 뭔가.
“인기 동영상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규모도 커졌다. 전통 매체가 품지 못한, 특별한 취향을 가진 시청자층이 유튜브로 몰렸다. 예컨대 ASMR(청각이나 시각적 자극에 쾌감을 느끼는 경험), K팝 관련 영상, 엘리베이터 소개 영상(특정 건물의 엘리베이터 내부와 탑승 과정 등을 찍은 영상) 등이 그렇다. 개인화된 취향의 시대, 비주류의 시대가 된 것이다.”
 
유튜브에서 사람들은 뭘 배우려 하나.
“과거엔 바이럴 영상, 뮤직비디오 등 특정 비디오 클립을 보러 유튜브를 찾았다면 이젠 자신의 관심사, 새로운 장르·취미·기술을 탐색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온다.”
 
한국의 유튜브 트렌드를 분석한다면.
“한국은 일찍이 ‘유튜브 감각’에 눈 뜬 나라다. 내가 유튜브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빅뱅의 뮤직비디오에 충격받았다. 미국 전통 매체에선 볼 수 없는 화려한 영상미에 매료됐다. 이후 수년간 한국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게이머들의 실시간 대전 등도 흥미로웠다. 한국의 문화산업은 기술을 활용해 팬을 끌어모으는 역량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기술로 팬을 모은다는 게 무슨 뜻인가.
“‘블랙핑크’(유튜브 구독자 4480만 명, 세계 가수 중 4위) 등 K팝 가수들은 신곡을 낼 때 뮤직비디오 외에도 퍼포먼스 영상, 안무 영상, 예능 시리즈 등 엄청난 양의 다른 콘텐트를 함께 내지 않나. 가수가 지향하는 가치를 전달해 팬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영리한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BTS’(구독자 3530만 명)가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사실, 소녀시대가 미국 시장에서 부상할 때만 해도 (노래 외 다양한 콘텐트를 내놓는 방식은) 이례적이었다. 저스틴 비버 등 모든 (미국 주류) 가수들이 (K팝처럼 하는걸) 성공 지침으로 삼을 정도다.”
 
유튜브의 부작용도 많다. ‘위험한’ 점은 무엇인가.
“예상치 못한 것들의 확산이다. 누구나 쉽게 영상을 올릴 수 있다는 건 ‘양날의 검’이다. 흥미로운 공간인 동시에 (구글에겐) 위협과 도전이 된다. 플랫폼 기업은 개인의 잘못된 행동이나 혐오성 메시지의 확산을 막을 책임이 있다. 특히 유튜브 정책을 명확하게 위반한 게 아니더라도,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는 콘텐트는 영상 노출을 줄여 확산을 막고 있다. 유튜브에서 혐오가 설 자리는 없다.”
 
숏폼 플랫폼 ‘틱톡’에 전 세계 10대가 열광한다. 유튜브는 노후한 플랫폼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숏폼과의) 경쟁이 생태계의 발전을 돕고 있다고 본다. 내 경험상 유튜브는 여전히 모든 유형의 크리에이터와 디지털 표현의 출발점(home)이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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