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진웅 육탄전’ 감찰 검사도, 김경수 수사 검사도 사의

중앙일보 2020.09.01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현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된 검사들이 속속 검찰을 떠나고 있다. 31일 검찰 등에 따르면 8월 27일 단행된 중간간부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사실상 좌천된 정진기(사법연수원 27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한동훈 검사장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독직폭행 의혹과 관련해 정진웅(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을 감찰해 왔다.
 

인사서 사실상 좌천 정진기 부장
“내가 당해 싫은 일, 남에게 하지 마라”

조국일가 공판팀, 3명 인사에 비상
직제개편안 비판 검사도 옷 벗어

고검 감찰부는 폭행 논란이 벌어진 당일 한 검사장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뒤 즉각 감찰에 착수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통보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진상 규명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정진웅 부장 등 채널A 사건 수사팀은 출석 요청에 불응하면서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좌천된 정진기 부장과 달리 정진웅 부장은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영전했다.
 
인사 전후 퇴직한 주요 검찰 간부

인사 전후 퇴직한 주요 검찰 간부

정진기 부장은 31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검찰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홀로 벗어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자는 ‘恕(서·오로지 남을 나와 같이 여기는 마음)’를 강조하면서 ‘施諸己而不願 亦勿施於人(시제기이불원 역물시어인)’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이 여기면서 내가 당해서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편파 인사를 했다고 비판받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친정권 성향의 법무·검찰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드루킹 특검팀’에 참여해 김경수 경남지사와 고(故) 노회찬 의원 등을 수사했던 장성훈(31기) 안산지청 부장검사도 사의를 표명했다. 장 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고양지청 인권감독관으로 발령이 났다. ‘화웨이코리아’ 영업비밀 유출 의혹 사건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등을 수사했던 그는 촉망받는 수사 검사였다.
 
그러나 2018년 드루킹 특검 파견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특검팀 고위 관계자는 “여권 실세를 수사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많은 검사가 파견을 고사했지만 장 부장은 달랐고, 소신껏 수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자금 추적을 담당해 고 노회찬 의원과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포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후 서울북부지검 공판부장을 시작으로 요직이라 보기 어려운 자리들만 배정받았다. 한 동료 검사는 “서울, 지방을 막론하고 수사만 할 수 있었다면 검찰에 남았을 것”이라며 “인권감독관으로 발령나 수사에서도 빠지게 되면서 사의를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을 비판했던 김우석(31기) 정읍지청장,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의 허위사실 유포 의혹과 관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수사했던 이재승(30기)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도 옷을 벗기로 했다. 지난해 대검 감찰1과장으로 윤 총장을 보좌했던 신승희(30기) 인천지검 형사2부장도 울산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발령받은 뒤 사의를 표했다.
 
한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이어 재판 업무까지 맡고 있는 검찰 공판팀도 강백신(34기) 부부장 검사가 통영지청으로 발령나는 등 총 9명 중 3명이 이탈하게 돼 비상이 걸렸다. 이 때문에 팀장인 고형곤(31기) 대구지검 반부패부장(전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이 최근 이성윤 중앙지검장에게 “대검으로 발령난 장준호 검사와 나머지 팀원들은 서울에 남아 공판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인·김민상·김수민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