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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박형순 금지법…정부, 새로운 희생양 찾아”

중앙일보 2020.08.31 18:42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중앙포토]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중앙포토]

현직 부장판사가 이른바 ‘박형순 금지법’을 발의한 여권을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태규(53‧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3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법률의 미운 판사 이름 붙이기’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앞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염병 예방법상 집회 제한이 내려진 지역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법원이 감염병 예방 조치와 관련한 집행정지 사건을 다룰 때 전문가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박형순 금지법’을 발의했다. 박형순 재판장은 8‧15 광화문 집회에 대한 금지를 한 서울시의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한 법관이다.  
 
김 부장판사는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헌법 조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의원이 발의한 집회금지 법률안은 입법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국회에서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럼에도 무리한 입법을 한 이유로 ‘판사 겁주기’를 시도한다고 했다. 이러한 입법 시도를 통해 판사가 위축되고, 불편해하리라는 것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바이러스 확산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목당한 여러 무리의 사람들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 그 국민을 대표하는 권력자나 정치인, 공무원들이 책임을 통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민 탓을 하고 새로운 희생양만을 찾는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태규 부장판사의 글.
법률에 미운 판사 이름 붙이기

 
1. 국회에서 방역과 관련한 법률의 이름에 2020년 8월 15일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재판장의 이름을 붙이겠다는 시도가 있다.

 
이러한 시도가 나온 배경을 생각해 보았다. 이전에도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유치원생 사고, 대구 지하철역 대형 화재사고, 연평해전, 천안함 등등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고, 메르스, 사스 등 전염병이 돈 적이 많이 있었다.  
 
그런 경우 대개는 여론이 나빠지니 대통령이나 총리가 국정의 책임자로 사과를 하기는 하지만, 현재와 같이 그 사고의 원인유발자에 대하여 과민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현재는 전염병 확산의 방지에 기울이는 노력보다 오히려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을 찾는데 더 애를 쓰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우리 고대국가 시대에는 나라에 기근이나 가뭄, 홍수 등의 천재지변을 만나게 되면 왕이나 신지에게 그 책임을 물어 처형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지만 현대 국가에서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그 원인에 이렇게 매달리는 이유는 혹시 전 정권이 사고와 전염병 등으로 정권의 기반이 흔들린 탓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

 
2. 우리 국민은 현명하다. 건국 이후에 수많은 고난을 이겨온 DNA가 저절로 내장된 탓인지 위난에 특히 잘 대처한다. 정부에서 이번 광화문 집회를 이유로 외출 자제를 요청하자 바로 ‘집콕’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변 백화점이나 대형 음식점을 보아도 그렇고, 언론에서 비쳐주는 모습을 보아도 그렇다. 국민 모두 스스로 세상과 담을 쌓기로 자연스럽게 마음을 정한 것처럼 보인다. 국민이 얼마나 정부의 시책을 잘 따르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국민들을 상대로 온갖 무서운 말들을 한다. ‘모임 숫자를 제한한다.’, ‘단호히 대처한다.’, ‘구상권을 행사한다’, ‘공권력을 보여 준다’ 등등 그 언급되는 수사를 보면 곧 구속이나 벌금, 과태료 등의 위협으로 눈치를 보며 마음을 졸여야 할 듯하다.  
 
물론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든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외국에서 일어나는 사례들을 보면, 적어도 우리 국민에게는 그런 무서운 말들을 아껴도 되지 않나 생각된다.

 
바이러스 확산의 주된 원인 제공자도 자꾸 늘어난다. 처음에는 신천지 교회, 대구, 경북 시민으로 출발하더니, 이태원 클럽으로, 그리고 몇몇 다른 대상을 거쳐 광화문 집회로, 특정 교회로, 급기야는 특정 종교로 발전한다. 몇 달 전 국민의 영웅이던 의사들이 이제 공공의 적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겠다. 이런 와중에 곁들여서 어느 판사가 부록으로 뭇매를 맞는 모습이다. 이런 추세로 전염병 사태가 올해를 넘기며 장기화된다면 좀 과장해서 국민의 절반쯤이 바이러스의 원인 제공자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방역을 위해 노력하는데, 뭔가 방해가 된다 싶으니 화가 날 수 있다. 그렇지만 확산의 원인이 되거나 방해가 된다 여겨지는 사람들을 비난하는데 필요 이상으로 반응한다는 느낌이다. 국민도 보고 듣는 것이 있는데 그들을 믿어보는 것이, 그래서 겁을 주기보다는 손을 내밀고 함께 노력하자고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바이러스 확산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목당한 여러 무리의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이 사태가 종료되기 전까지 지목당할지 모르는 어떤 무리의 사람들, 그들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그 국민을 대표하는 권력자나 정치인, 공무원들이 책임을 통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전문가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정부가 초기에 외국인의 입국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국민이 정부의 시책과 지시에 잘 따르는 것은 정부나 정치권이 온갖 공권력을 행사하겠다고 겁박해서도 아니고, 다음에 내가 바이러스 전파자로 지목당할까 봐 겁이 나서 침묵하는 것도 아니다. 위기를 감지한 국민이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하여 정부를 믿고, 함께 노력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국민을 두고 정부는 국민 탓을 하고 새로운 희생양만을 찾는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 2020년 8월 15일 광화문집회에 대하여 집회금지를 한 서울시의 처분에 대하여 집행정지결정을 한 법관의 이름을 가져다 붙인 박형순 금지법 발의에 대하여 보자. 언론을 통해 본 이 법률안의 요지는 “감염병법 상 교통차단 또는 집회 제한이 내려진 지역이나 재난안전관리법상 재난지역 내에서의 집회나 시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법원의 허가 결정을 통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동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헌법에서 집회결사에 대해서는 허가를 인정하지 않는데 이 헌법조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1972년 헌법 제18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한받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법률에 의한 제한을 전제로 한 자유의 보장에 그쳤던 것을 헌법 개정을 통해 개선한 것이고, 이 역시 우리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의 하나이다.

 
미국연방헌법은 더 엄격해서 수정헌법 제1조는 “연방의회는 국교를 수립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연방의회는 언론, 출판의 자유나 평온하게 집회할 권리 및 고충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or the right of the people peaceably to assemble, and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nces)”고 규정하고 있다.

 
짧은 지식이기는 하지만 개인적 견해로는 위의 집회금지 법률안은 위헌이다. 그래서 입법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국회에서 수로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고려 없이 엄정하게 판단한다면 위헌으로 판단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입법이 되어서 안되고, 되더라도 위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법률안을 왜 국회의원들이 발안하였을까 고민해 보았다.  
 
요즘 흔한 속된 표현으로 ‘어그로 끌려고 ... ?’, 그래서 대중적 관심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원들의 내심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또 대의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의 의식수준을 그 정도로 폄훼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낮추어 보는 것일 수 있어 제외하고 싶다.

 
다른 것은 법원에 대한 견제인데 권력분립의 원리가 작동하는 국가에서 국회가 법률을 통해 법원을 견제하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견제도 헌법의 질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도 헌법질서 안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그 입법행위도 헌법질서를 존중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어짜피 헌법재판소도 있고 하니 위헌 시비가 있더라도 일단 만들면 된다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그런 것이라면 굳이 국회의원에게 높은 품성과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면서 그들을 선거를 통해 선출할 필요가 없다. 헌법재판소가 있다고 시정배나 무뢰배에게 입법을 맡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남는 의심은 무리하게 판사 이름을 넣어 위헌적인 입법을 시도함으로써 판사 겁주기를 시도한다는 생각이다. 발의한 국회의원의 속내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판사가 이러한 입법시도를 통해 위축되고, 불편해하리라는 것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내가 미우니 화풀이를 하는구나.’, ‘나를 겁주려고 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행정법원의 판사님들이 어떠한 심정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많은 판사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확인되는 듯하다. 결코 이런 입법발의에 대해 잘하셨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4. 국회의원들의 법관에 대한 비판 중에 ‘판새(판사 새O)’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나도 동료 선후배들에게 판새라는 소리를 듣지 말자고 호소하는 글을 쓴 적은 있지만, 국회의원을 향해 ‘국개’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그리고 대한민국 법관 누구도 공개적으로 말이나 글을 통해 그러한 표현을 쓸 거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가지는 위상을 생각해보고, 대한민국 안에서 국회의원이 가지는 위상을 생각해보면 쉽게 상상하기 힘든 용어사용이다. 그런데 판새라는 말은 그렇게 쉽게 나오는 모양이다.

 
5. 더 무서운 공격은 법관으로 하여금 ‘법리와 논거를 떠나라’고 주문하고, ‘헌법의 이름으로’ 판단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다. 그러면 법원이 굳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판단하게 되어 있는 판사를 두고 그것을 무시라는 것은 ‘너는 애초 크게 의미가 없는 존재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매번 여론이나 살피고 정치 풍향계 흘러가는 대로 판단하면 된다는 말이다. 법원에 정치지도원 몇 명 파견해서 판사들에게 판결의 방향을 정해주면 업무가 좀 더 편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의 의사를 살피는 것은 행정부를 담당한 정권과 국회 등 정치인들의 몫이다. 민심이라는 것은 대양의 파도와 같아서 잔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거대하게 몰아치면서 모든 것을 삼킨다. 국민은 수시로 예고 없이 변하는 파도를 잘 읽으라고 명령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요동치는 삶만 계속되어서는 국민도 매일매일이 불안하기 때문에 법원에게 파고를 조절하고 예상 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알려달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법원이 융통성이 없으면 구체적 타당성을 놓칠 수 있지만, 정치로만 만사를 결정하면 국민은 항상 정권이나 정치적 세력의 판도에만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6.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결정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 일어난 것처럼 언론에 비추어지는데 이것도 잘못이다. 행정청이 내리는 행정처분이라는 것이 일정한 시기를 지나고 나면 비록 행정객체인 국민이 행정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이미 행정처분은 목적을 달성해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행정법원은 대개 집행정지 결정을 한다. 참고로 내가 행정부 재판장 2년을 하면서 신청된 집행정지를 기각한 기억은 별로 없다. 오히려 이번에 서울행정법원에 신청된 10건 중 기각되거나 각하된 8건이 이례적일 수 있다. 물론 그 사건들에 대해서도 법관의 고민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7. 이례적으로 8월 17일을 공휴일로 만들고,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쿠폰을 나누어줄 계획을 세웠는데, 법원은 그런 정부의 태도와 달리 코로나가 확산될 것을 예측해서 사람들의 행동을 묶어두는 사고를 하였어야 한다고 주문하면, 법관의 미래에 대한 예지력을 너무 과신한 것이다.

 
8. 법관들에 대해 상스러운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하여 적어도 행정법원의 법관들에게는 유감을 표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입법시도는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더 이상 바이러스 전파자나 확산자를 찾아 지목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이 잠재적으로 유사범죄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걷어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성숙한 우리 국민을 믿고 함께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앞세우기를 정말 희망한다.  
 
법률에 미운 판사 이름 하나 더 붙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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