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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3%대 지분으로 기업 지배 ‘여전’…일감 몰아주기 ‘사각지대’ 늘어

중앙일보 2020.08.31 16:45
총수(오너) 일가가 3%대 적은 지분으로 대기업 집단(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이 여전했다. 3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총수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전체 지분율이 평균 3.6%라고 발표했다. 총수가 있는 55개 대기업 집단이 지난 5월 1일 공시한 내용을 취합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 뉴스1

공정위 분석에 따르면 총수 자신(1.7%)과 일가 친족(1.9%)을 합쳐 4%도 안 되는 지분으로 대기업 집단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은 지난해(3.9%)보다 0.3%포인트 더 줄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했다. 상위 10개 기업 집단의 총수 일가 평균 지분율은 2.5%였다.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늘긴 했다. 하지만 2000년대 3%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IMM인베스트먼트(0.2%), SK(0.5%), 현대중공업(0.5%), 금호아시아나(0.6%), 하림(0.8%) 등의 총수 일가 지분율이 특히 낮았다.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규제를 피해 가는 계열사는 늘어나는 중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총수 일가 보유 지분율이 30%(상장사 기준)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20~30% 사이거나 규제 대상 계열사의 자회사라면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런 ‘사각지대’ 기업 수는 지난해 376개에서 올해 388개로 증가했다. 51개 기업 집단의 전체 2114개 계열사 가운데 18.4%에 이른다. 효성(32개), 호반건설(19개), GS(18개), 태영(18개), 넷마블(18개) 등 대기업 집단에서 이런 경우가 특히 많았다. 공익법인이나 해외 계열사를 통한 우회 출자도 늘었다. 공익법인 출자 계열사는 지난해 124개에서 128개로, 해외 계열사 출자 국내 계열사는 47개에서 51개로 각각 증가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2014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시행 이후 보유 주식을 팔아 지분율을 30% 아래로 낮춘다거나, 사업 부문을 떼어 자회사로 만드는 등 ‘풍선 효과’로 사각지대 기업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각지대 기업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추가로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며, 법안이 통과되면 이에 대한 제재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순환 출자 고리 수는 현대 4개, SM 5개, 태광 2개, KG 10개 등 4개 대기업 집단에서 21개로 조사됐다. 순환 출자는 ‘A기업→B기업→C기업→A기업’ 식으로 지분 구조가 얽혀있는 걸 말한다. 매우 적은 지분으로도 여러 기업을 소유ㆍ지배할 수 있어 공정거래법상 새로 순환 출자 고리를 만드는 건 금지돼 있다. 대신 기존에 순환 출자 구조를 갖고 있던 기업 집단이 공정위 감시 대상(공시 대상 기업 집단)으로 새로 편입됐을 때는 제재를 받지 않는다.  
 
순환 출자 고리 수는 정부 규제 영향으로 2017년(188개) 이후 2018년 41개, 2019년 14개로 꾸준히 줄었다. 올해 21개로 늘어난 것은, 10개 순환 출자 고리가 있는 KG가 공시 대상 기업 집단에 새로 포함된 영향이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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