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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막겠다더니 과태료 '찔끔' 상향…"고액 과징금 부과해야"

중앙일보 2020.08.31 15:42
보이스피싱 관련 이미지. 과기정통부가 대포폰 관련 보이스피싱 범죄 방지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연합뉴스]

보이스피싱 관련 이미지. 과기정통부가 대포폰 관련 보이스피싱 범죄 방지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연합뉴스]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치밀해지면서 피해규모가 크게 늘자 정부가 제재에 나섰다.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대포폰을 통한 보이스피싱 범죄 방지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했다.  
 

대포폰 관리의무 미이행 통신사업자…과태료 5000만원 

개정안에 따르면 통신사업자가 발신번호 변경 서비스를 제공할 때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최대 5000만원을 내야한다. 기존에는 과태료 상한이 3000만원이었는데 상향됐다. 최근 휴대전화 발신번호를 관공서나 금융기관으로 조작한 뒤 공무원·은행원 등을 사칭하는 방식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크게 늘어난데 따른 조치다. 
 
대포폰의 요건은 '사기 등 불법 행위에 이용할 목적이 있었던 경우'로 변경됐다. 원래는 '자금의 제공·융통이 있었던 경우'에 한정됐었다. 또 관계 행정기관 장이 요청할 경우 대포폰 전화번호에 대한 이용중지를 명령할 수도 있다.  
최근 발신번호 변경 서비스를 악용해 관공서·금융기관 번호로 발신번호를 조작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었다. [사진 pixabay]

최근 발신번호 변경 서비스를 악용해 관공서·금융기관 번호로 발신번호를 조작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었다. [사진 pixabay]

 

보이스피싱 피해액 지난해 6720억원…매년 증가세 

이같은 법 개정안이 마련된 것은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7년 2431억원, 2018년 4440억원, 2019년 6720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 사칭 피해 규모가 2017년 622억원(25.6%)에서 2018년 1346억원(30.3%)으로 대폭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 조치에 대해 "실효성 없는 솜방망이 제재"라고 지적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대포폰을 사용한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가장 강력하게 제재해야 할 곳이 통신사업자"라면서 "이들에게 고작 과태료 5000만원을 물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제재에 불과한 과태료를 과징금으로 변경하고, 액수도 대폭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사업자에 과징금·영업정지 등 처벌 강화해야" 

법무법인 효성의 신병재 변호사는 "발신번호 변경 서비스 자체를 없애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상대방 전화기에 정부기관·금융기관의 번호가 뜨도록 조작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발신번호 조작행위에 대해 통신사업자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영업정지나 영업취소까지 가능하게 법을 개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 비해 통신사에 대한 제재가 가볍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 대포통장 개설을 막기 위해 인터넷은행의 고객 심사 기준을 강화됐다. 대포통장을 빌려주거나 돈을 받은 경우 징역 5년에 처하고 범죄수익을 환수한다. 보이스피싱 피해 입증책임도 금융회사가 진다. 피해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을 배상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의 주요 축이 대포통장에서 대포폰으로 넘어간 지 오래"라면서 "대포폰을 통해 피해를 막기 위해 통신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셔터스톡]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의 주요 축이 대포통장에서 대포폰으로 넘어간 지 오래"라면서 "대포폰을 통해 피해를 막기 위해 통신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셔터스톡]

 
반면 대포폰은 여전히 타인 명의 휴대전화에 유심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알뜰폰이나 선불폰의 경우 비대면으로 개통되는 만큼 본인 확인에 취약하고 명의도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배상훈 교수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축이 대포통장에서 대포폰으로 넘어간 지가 오래전인데, 여전히 통신사업자에 대한 제재가 너무 약하다"면서 "정부가 통신사에게 열흘이나 한 달 간격으로 대포폰으로 의심되는 번호를 점검하게 하고, 해당 번호를 삭제토록 하는 식의 능동적인 행위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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