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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에 도전할 사람 없다, 리커창 '권력투쟁설' 허구 증거5

중앙일보 2020.08.31 09:00
지난 20일 리커창(사진 가운데) 중국 총리가 홍수 피해를 입은 충칭을 시찰하고 있다. 리 총리는 장화를 신은 채 흙탕물 속에서 수재민의 의견을 직접 청취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0일 리커창(사진 가운데) 중국 총리가 홍수 피해를 입은 충칭을 시찰하고 있다. 리 총리는 장화를 신은 채 흙탕물 속에서 수재민의 의견을 직접 청취했다. [신화=연합뉴스]

“문을 걸어 잠근 채 발전할 수 없다. 농경시대로 돌아가는 꼴이다.”

홍콩 평론가 “시-리 갈등설” 심층 분석
중국 정치의 권력투쟁은 곧 무력투쟁
시진핑 주석에 도전 세력은 이미 없어
리커창 행보는 퇴직 후 책임론 회피용
백성·외국은 중국 정치에 영향 못 끼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지난 5월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 발언입니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내세우는 경제의 ‘국내 대순환론’과 정반대 논리입니다. 리 총리가 장화를 신고 충칭(重慶)의 진흙탕 수재 현장을 시찰한 뉴스는 며칠이 지나서야 단신처럼 보도됐습니다. 말쑥하게 안후이(安徽)성을 시찰한 시 주석 모습이 연일 관영 매체를 도배한 것과 대조를 이뤘습니다.
그러자 ‘시진핑-리커창 권력투쟁(習李鬪爭)’설이 중화권 매체를 시작으로 국내 언론에도 연일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홍콩 시사 평론가 류루이사오(劉銳紹)는 “‘시-리 권력투쟁설’은 허구”라고 주장합니다. 도리어 역할 분담일 수도 있다고 반박합니다. 다음은 류 평론가의 지난 26일 자 홍콩 명보 칼럼 ‘시-리 투쟁의 허와 실’입니다. 중국 정치를 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합니다.
 
지난 19일 안후이성 마안산시를 시찰 중인 시진핑 주석이 양쯔강의 수해 현황에 대한 보고를 듣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9일 안후이성 마안산시를 시찰 중인 시진핑 주석이 양쯔강의 수해 현황에 대한 보고를 듣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
최근 중국 관영 매체에서 리커창 총리의 수해 지역 시찰을 거의 보도하지 않는 등 중국 정치판의 여러 징후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불화설’ 혹은 ‘권력 투쟁설’ 소문이 분분하다. 필자가 보기에 거짓은 아니지만, 허구에 가깝다.
 
2.‘권력 투쟁’의 근본인 ‘다툼’이 없다
중국 정치에서는 3가지가 있어야 비로소 ‘권력 투쟁’이 된다. 첫째, 두 진영의 힘이 막상막하여야 한다. 힘이 비슷해 상대에게 실질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어야 비로소 힘을 겨룰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싸울 필요가 없다. 힘이 더 강한 쪽이 쉽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어서다. 둘째, 두 진영 혹은 여러 주체가 서로를 공격해야 한다. 싸움의 불씨가 있어야 행동이 벌어진다. 즉, 한쪽이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다른 쪽이 수비하는 것은 싸움이 아니다. 단순 ‘공방전’이다. 셋째, ‘무력’과 ‘무력’이 충돌해야 싸움이 된다. ‘붓(文力)’과 ‘총(武力)’은 싸움이 불가능하다. 물론 결과가 나빠도 중국은 줄곧 ‘무력’을 해법으로 삼았다.
이런 각도에서 중국의 ‘권력 투쟁’을 보자. 마오쩌둥(毛澤東)과 류사오치(劉少奇)는 ‘권력투쟁’이 아니다. 진압이다. 마오쩌둥과 린뱌오(林彪)의 다툼이 권력투쟁이다. ‘사인방(四人幫)’과 덩샤오핑(鄧小平)·예젠잉(葉劍英) 등 군부 수뇌의 모순은 군대를 가진 쪽이 일방적으로 해결했다. 천안문 사태 직전을 보자. 겉으로는 보수파 리펑(李鵬)과 개혁파 자오쯔양(趙紫陽)의 다툼만 보였다. 사실은 군사위원회 주석 덩샤오핑 한마디면 끝났다. 자오쯔양은 반격할 힘이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군대 동원 과정이다. 녜룽전(聶榮臻)·쉬샹첸(徐向前)·장아이핑(張愛萍) 등 당시 군 실세가 덩샤오핑의 무력 진압을 반대했다. 덩은 지방 군구 병력으로 베이징 수도 사단을 바꿔야 했다. 동란을 힘으로 진압해야 진정한 ‘권력 투쟁’이 됐다.
이런 지나간 역사에 비춰보면 ‘시-리 투쟁’에서 이런 3대 요소가 없다. 소문이 허구인 이유다. 시진핑과 리커창 둘의 힘 차이는 절대적이다. 현재 시진핑 권력에 도전할 사람은 없다. 군권은 누구도 갖고 있지 못하다. ‘시-리 투쟁설’의 근거를 다시 보자. 리커창 총리의 수재 시찰 보도가 극히 적다는 것 외에 모두 겉으로 보이는 일부 현상밖에 없다. 예를 들어 중국판 GPS인 ‘베이더우’ (北斗·북두칠성) 시스템 개통식 보도에서 시진핑의 기립박수는 5초였지만 리커창은 0초였다. 시진핑과 리커창의 경제정책이 오랫동안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리커노믹스’(리커창 총리의 경제정책)는 단명했다. 리커창이 제시한 ‘V자형’ 경제는 ‘권위 있는 경제계 인사’의 ‘L자형’ 이론에 묻혔다. 최근 리커창의 ‘노점경제’는 보도가 금지됐다.
 
지난 28~29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제 7회 티베트공작회의에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오른쪽 두번째) 등 중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차례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리커창 총리가 회의 사회를 보면서 시진핑-리커창 갈등설을 불식시켰다. [CC-TV 캡처]

지난 28~29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제 7회 티베트공작회의에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오른쪽 두번째) 등 중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차례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리커창 총리가 회의 사회를 보면서 시진핑-리커창 갈등설을 불식시켰다. [CC-TV 캡처]

3.자기 보호 급급한 리커창
중국 정치는 불투명하다. 어떤 단서도 놓쳐선 안 된다. 앞의 근거는 정책 차이에 불과하다. 시 주석은 결정을 내리는 데 ‘권력투쟁’이 전혀 필요 없다. 따라서 이런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
(1) 만일 관영 매체가 일부러 리커창 총리를 폄훼할 필요가 없다. 관영 매체의 이런 수법이 ‘중국식 치욕’을 연상시키지만, 이 역시 정치적 서비스에 불과하다. 집권자에게 잘 보이려는 전형적인 방법의 하나다. 우습게도 효과는 정반대다. 관영 매체 외 다른 채널로 퍼진 리커창 총리의 수재 시찰 사진에는 장화를 신고 진흙탕 속을 걸어 다니며 수재민들을 위로했다. 리 총리에게 감동하였다는 댓글이 쏟아진다. 시진핑 주석은 구두를 신고 빛나는 모습으로 시찰한다. 리커창 총리와 강렬한 대비를 이뤘다.
(2) 경제 정책상 불협화음은 흔하며 자연스러운 일이다. ‘권력투쟁’ 요소가 없다. 수뇌부가 모순을 처리하는 방식의 개선이다. 투명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외부의 상상과 정반대다.
(3) 여러 징후를 종합하면 리커창 총리는 공격이 아닌 방어를 하고 있다. 최소한의 자기 보호다. 즉, 총리 재임 동안 큰 사고를 막아 퇴임 후 책임 추궁을 막는 것이 목표다. 리커창은 정부 홈페이지의 소식란을 통해 구체적인 동정을 자주 보도한다. 신화사 뉴스를 정부 사이트에 옮길 때도 ‘리커창 총리 OO회의 주재’ 같은 무미건조한 제목 대신 총리의 구체적 지시를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바꾼다. 그 밖에도 국무원은 리커창 총리가 조장을 맡은 ‘코로나 19 사태 연합 대응 플랫폼’ (疫情聯防聯控平台)에 성과를 공표한다. 심지어는 코로나와 관련 없는 여름과 가을 식량 관련 지시사항 등까지 올린다. 국무원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관영 매체에 전혀 보도되지 않아 리커창 총리의 성과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추후 리커창 총리가 맞을 수 있는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4.관심은 필요, 선동은 금물
현재 시진핑에게 도전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시-리 권력투쟁설’은 어디서 나올까? 바깥에선 알 길이 없다. 소문만 무성한 이유다. 리커창 진영에서 고의로 흘려 동정심을 얻으려는 설, 시진핑 진영에서 좌표를 찍어 시 주석의 핵심 지위를 더욱 강화해 경제 부진을 덮으려는 관심 돌리기 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 국내 갈등을 부추기려는 외부 세력 조작설도 나온다. 해외 언론이 독자 눈길을 끌기 위한 ‘심심풀이 땅콩’이라는 풀이까지 나온다.
때문에 이런 루머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지만, 결코 흥분은 금물이다. 더욱이 이를 사실인 양 계속 소문을 퍼트리면 의도된 혼란과 미궁에 빠질 것이다. 중국 ‘내부 투쟁’의 조력자가 돼선 안 된다. 사실 역사에 비추어 봐도 중국 내부의 ‘왕좌의 게임’과 권력 투쟁에 외부 세력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내부자가 아니면 개입할 방법이 없다. 반대로 중국 내부의 권력 투쟁은 중국 전역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국제적으로도 파급을 미친다. 이는 중국에 아직 현대식 권력 교체 시스템, 내부 모순을 원만하게 처리할 정책 결정 시스템이 없어서다. 또한 중국의 주류 사회가 모두 인정하는 권력 균형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에 자중지란이 빈번한 이유다.
 
5.가랑비에 옷 젖을 수도
중국 일반 백성 입장에서 보자. 수뇌부의 ‘왕좌의 게임’에 개입할 방법은 전무하다. 권력 다툼과 관련된 소문이나 뉴스는 보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뿐이다. 즉 누가 누구랑 싸우던 “싸움은 안 돼”라는 식이다. 중국 정부는 입만 열면 ‘단결’을 외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식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한다. 아픈 경험 때문이다. ‘반(反) 우파 투쟁’에서 ‘문화대혁명’까지 뼈저린 교훈은 중국 역사에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홍콩도 마찬가지였다. ‘권력 투쟁’만 몰두하면 어떻게 국가 건설에 힘을 모을 것인가. ‘권력투쟁’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더욱 자제해야 한다. 공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쉽게 ‘권력투쟁’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일반 백성의 외침은 영원히 중국 수뇌부의 암투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중국 정치의 비극이다.
정리 사공관숙 중국연구소 연구원=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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