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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엄마가 100만원 결제? 딸에게 문자 간다

중앙일보 2020.08.31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글씨 크기를 키우고 고령층이 주로 쓰는 기능을 담은 금융앱 가상 이미지. [중앙포토]

글씨 크기를 키우고 고령층이 주로 쓰는 기능을 담은 금융앱 가상 이미지. [중앙포토]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는 80대 노모의 신용카드에서 100만원이 결제되자 딸의 스마트폰에 알림 메시지가 뜬다. 금액은 물론 결제가 이뤄진 위치, 해당 상점의 업태까지 나와 있다. 집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결제가 된 점을 수상히 여긴 딸은 바로 카드사에 승인 취소신청을 했다.
 

금융위 ‘고령층 친화 금융안’ 발표
사기방지 카드, 모바일 앱 만들고
간병비 맡아주는 ‘치매신탁’ 출시
보험가입 상한 65→70세 올리고
노인에 불완전 판매땐 가중 처벌

앞으로 이처럼 고령층이 고액을 결제하면 가족 등에게 결제 사실을 알려주는 ‘고령자 전용 카드’가 출시된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 사기를 막자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이런 내용이 담긴 ‘고령 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디지털 금융의 확산으로 고령층의 금융 소외 현상이 심화하는 데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처럼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불완전판매가 잇따르면서다.
 
고령층, 복잡한 온라인 거래 잘못하고

고령층, 복잡한 온라인 거래 잘못하고

이에 따르면 우선 고령층에 불리한 금융거래 환경이 개선된다. 온라인 상품을 중심으로 금리나 수수료 혜택이 제공되고 있으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는 ‘5% 특판적금’이 있는데도, 고령층은 은행을 직접 방문해 1%대 적금을 든다. 신용대출만 하더라도 70대 이상의 연체율은 2.3%로 주요 연령대 중 가장 낮지만, 평균 금리는 13%로 가장 비싼 이자를 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온라인 특판 상품을 만들면 이와 비슷한 혜택을 보장하는 고령층 전용 대면 거래 상품을 출시하도록 장려하기로 했다. 또 신규 상품 개발 시 연령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고령층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고령자 전용 모바일 금융 앱도 출시한다. 큰 글씨와 쉬운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고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 위주로 메뉴를 구성한다. 65세 이상의 온라인 이체·출금 거래비중은 2016년 28.9%에서 올해 3월 말 69.9%로 늘었다. 하지만 예금(7%)과 신용대출(12.4%)은 여전히 이용 빈도가 낮다. 금융위는 금융사별 앱 홍보·제공 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연체율은 낮은데, 이자는 더 내

연체율은 낮은데, 이자는 더 내

고령층 전용 금융상품도 많아진다. 우선 치매 환자 등 자산관리가 어려운 고령자를 위해 전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후견지원신탁(치매신탁)을 활성화한다. 건강할 때 미리 금전을 맡겨 두면 신탁사가 이를 관리·운용해주고, 이후 치매 등으로 후견이 필요한 경우 신탁사가 병원비·간병비·생활비 등에 대한 비용처리를 맡아주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효과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도록 수탁재산의 범위를 소극재산(채무) 및 담보권 등으로 확대하고, 치매신탁 전문 특화 신탁사가 탄생할 수 있게끔 할 계획이다.
 
또 인구 고령화에 맞춰  보험 가입 가능 연령 상한을 지금보다 5세 정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현행 65세 전후인 상해보험 등의 가입연령이 70세 안팎으로 연장될 전망이다. 교통안전교육을 미리 수료한 고령층에 대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자동차보험, 주택연금 가입자가 가입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치매보험 등도 제공을 늘릴 계획이다.
 
고령층을 노린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는 철퇴가 내려진다. 해당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중하고, 제재 수위 감면을 제한한다. 가족·간병인 등 지인에 의한 재산 편취 등이 의심되는 금융 거래를 발견하면 거래 처리를 지연하고, 금융감독원·경찰 등 관계 당국에 신고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된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고령자 전용폰에 ‘보이스피싱 방지 앱’을 미리 설치해 출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도 높인다. 국내 은행 지점 수는 2013년 6월 말 7689개에서 지난해 말 6711개로 줄었다. 은행 점포 폐쇄 여부를 결정하는 ‘지점폐쇄 영향평가’에는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객관성을 높이다. 점포 폐쇄가 결정되면 3개월 전에 고객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동·무인점포를 활성화하고 전국 2655개의 점포가 있는 우체국 등과의 창구업무 제휴를 강화토록 한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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