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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편당 100원 수익? 토종 OTT 살자고 우린 죽으란 소리”

중앙일보 2020.08.30 13:00
 
지난 26일 오후 서울시내 한 영화관 상영관 입구 바닥에 거리두기 스티커가 붙어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개봉 공식이 깨지고 안방 관람이 늘면서 OTT 업계와 영화업계 간의 해묵은 지적재산권(IP)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서울시내 한 영화관 상영관 입구 바닥에 거리두기 스티커가 붙어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개봉 공식이 깨지고 안방 관람이 늘면서 OTT 업계와 영화업계 간의 해묵은 지적재산권(IP)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콘텐트는 OTT라는 매장을 화려하게 채워주는 진열품이 아니다. 개별 생명력을 가진 작품들을 도매 급으로 취급해 ‘헐값’으로 생색내는 현재의 토종 OTT 서비스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

영화업계 "국내 OTT 정산 방식 불합리"
일부선 콘텐트 공급 중단까지 초강수
망 사업자 키우며 콘텐트 투자 없어
"이러다 공짜 음원 꼴날라" 위기감


 
영화업계가 급변하는 디지털 생태계 속에서 ‘콘텐트 제값 받기’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 공식이 깨지고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콘텐트에 대한 적정한 투자‧지불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불만이다. 영화업계로선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거의 ‘공짜’로 전락한 디지털 음원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비친다.  
 
먼저 깃발을 치켜든 이들은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이하 ‘수배협’). 그린나래미디어‧누리픽쳐스‧더쿱 등 국내 수입‧배급사 14곳이 소속된 수배협은 최근 수익정산방식 및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왓챠와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에 콘텐트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월정액 무제한 감상 모델의 OTT에선 영화 저작권료가 기존 IPTV보다 저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예컨대 IPTV에서 영화 1편 결제시 저작권료 비중이 1500원이라면 OTT에선 그게 100원 내외에 불과하단 거다. 이들의 보이콧 대상에서 빠진 넷플릭스의 경우 콘텐트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국내에 서비스하기 때문에 이들 수입‧배급사와 직접 상관이 없다.  
 
이렇게 되자 영화 콘텐트가 서비스의 핵심인 왓챠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왓챠는 수배협이 요구하는 ‘영화를 위한 개별 과금 시스템’은 신산업인 OTT의 구독모델 자체를 포기하란 거라며 반박문을 냈다. “극장과 IPTV에서 이미 소비된 구작들만 OTT로 넘어오기 때문에” 월정액 정산이 헐값 후려치기가 아니라 추가 수익 창출이라는 논리도 폈다. 수배협에 속한 14개 업체가 공급을 중단한 영화 편수는 400편 가량으로 왓챠 전체 콘텐트 8만여 편의 일부에 해당한다.
영화관 이용 줄고, OTT 이용 늘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영화관 이용 줄고, OTT 이용 늘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업계에선 수배협과 왓챠의 갈등은 그간 내재된 영화 쪽 불만이 표면화한 것이라고 본다. 영화계는 그간 극장 개봉 후 일정한 기간(홀드백)을 거쳐 IPTV에 공급해왔다. 신작과 구작 가격 차이는 있지만 IPTV는 TVOD(건별 결제 방식)가 일반적이다. 반면 OTT에선 SVOD(정액형 구독 방식)가 기본이다. 왓챠 같은 경우 구독자가 해당 콘텐트를 얼마나 봤는지 소비 시간을 따져서 콘텐트 업자들에게 정산해준다. 이 경우 영화는 드라마‧예능 등 TV 시리즈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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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한국영화디지털유통협회 대표는 “OTT에선 영화가 따로 구분되지 않고 다른 영상물들과 균등하게 매대에 널려 있다. 애초에 무료 전파 공급용으로 생산된 방송물과 극장용 영화를 나란히 두고 소비 시간만 따지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와 국내 OTT의 차이도 지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란 말이 상징하듯 넷플릭스는 애초 영화 콘텐트를 수급할 때 계약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의 목돈으로 판권을 구매하는 방식을 취한다. 김 대표는 “넷플릭스는 콘텐트를 자기 소유로 만들지만 한국은 구독형인데도 수익 정산을 한다. 공급 편수가 늘어날수록 각 영화의 점유율(수익)은 떨어지는 구조인데 누가 반기겠느냐”고 되물었다.
 
수배협이 콘텐트 공급을 끊을 정도로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해가 다르게 판도가 변하는 디지털 시장에서 이참에 ‘게임의 규칙’을 제대로 정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디지털 온라인 시장의 매출 규모는 5093억원. OTT 영화부문 서비스 매출에선 SVOD의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67.4% 커져 TVOD 성장세(15.3%)를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올해는 더 할 것으로 보인다.
 
OTT별 통합순이용자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OTT별 통합순이용자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문제는 한국에서 OTT를 주도하는 업체들이 현재 IPTV를 하고 있는 망 사업자들이란 것. 왓챠를 제외하고 웨이브(지상파3사-SKT)나 티빙(CJ ENM), 시즌(KT)이 모두 자사 통신망(케이블)의 파워를 활용해서 개발시킨 OTT 모델들이다. 
 
이성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콘텐츠산업경제연구센터 연구원은 “미국은 디즈니나 HBO가 어마어마한 콘텐트 아카이브를 가지고 플랫폼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망’을 갖고 있는 IPTV 사업자의 파워가 훨씬 크다. 결국 이들이 월정액 모델로 갈 때 영화의 부가가치를 얼마나 쳐줄 것인가 갈등이 진행 중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SK브로드밴드가 론칭한 영화 월정액 서비스 '오션(OCEAN)' 역시 콘텐트 제공업자들에게 SVOD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TVOD를 넣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업계로선 10여년 다툰 끝에 안정된 IPTV 중심의 2차 판권 시장이 흐트러질 위기란 얘기다.  
 
독립영화계의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정부가 글로벌 OTT 5~6개를 키우자면서 정작 콘텐트 투자에 대한 의지는 안보인다”면서 “플랫폼 경쟁력은 결국 콘텐트에서 나오는데 이렇게 덤핑하듯이 다루는 게 영화업계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양환 콘텐트진흥원 정책본부장도 “글로벌 OTT가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 토종 OTT 키우잔 얘기는 많지만 콘텐트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건지, 지적재산권(IP)이나 수익 배분에 대한 근본 논의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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