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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향수도 가능한 슬기로운 리필 생활

중앙일보 2020.08.30 09:17
리필(refill)은 내용물을 모두 소진한 후 용기에 내용물을 다시 채운다는 뜻이다. 특히 주방·세탁 세제 등 생활용품 부문에서 리필이 일반적이다. 처음 리필 형태의 생활용품이 등장했을 때는 주로 경제적 선택의 의미가 컸다. 플라스틱 용기 값을 빼고 비닐로 포장된 내용물만 구매하면 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환경적 선택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리필은 가장 쉽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보다 다양한 형태의 리필 방식이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必환경 라이프 ? 생활 속 ‘리필’

알맹이만 담아가세요, 리필 바

지난 5월 19일 문을 연 ‘올가홀푸드’ 방이점에는 세제 전용 리필 스테이션이 있다. 올가홀푸드 방이점은 환경부와 업무협약을 맺은 녹색특화매장으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 매장으로 꾸며졌다.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 포장법을 도입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리필 스테이션’이다. 액체 형태의 세탁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용기 없이 내용물만 파는 형태로, 소비자가 용기를 가져와 채워 가면 된다. 저울이 설치돼 있어 가져온 용기에 세제를 담은 후, 용기 무게를 뺀 세제 무게를 달아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액체 타입의 세탁 세제와 섬유유연제의 내용물만 구매할 수 있는 '올가홀푸드'의 리필 스테이션. 사진 올가폴푸드

액체 타입의 세탁 세제와 섬유유연제의 내용물만 구매할 수 있는 '올가홀푸드'의 리필 스테이션. 사진 올가폴푸드

 
매일 쓰는 샤워젤을 리필할 수 있는 매장도 있다. 영국 뷰티 브랜드 ‘더바디샵’ 강남대로점에는 여섯 가지 향의 샤워젤을 알루미늄 통에 담아갈 수 있는 ‘리필 바’가 있다. 브랜드측에 따르면 샤워젤 리필 바가 있는 더바디샵 매장은 세계에서 세 번째다. 더바디샵은 매년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친환경 철학을 실천하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샤워젤 리필바 역시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의 일환이다. 리필바에는 ‘한 번으로는 부족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4000원에 250mL 용량의 알루미늄 공병을 판매하는데, 이 공병을 한 번만 채우는 것은 부족하다는 의미다. 리필 바를 처음 방문하는 소비자는 공병을 구매한 후 여섯 종류의 샤워젤 중 하나를 선택해 채우면 된다. 리필 바의 샤워젤은 기존 250mL 용기에 든 제품 기준 약 20% 할인가로 제공된다.  
처음 한 번만 알루미늄 용기를 구매하면 이후 계속해서 샤워젤을 리필해 구매할 수 있다. 사진 더 바디샵

처음 한 번만 알루미늄 용기를 구매하면 이후 계속해서 샤워젤을 리필해 구매할 수 있다. 사진 더 바디샵

 

리필이 브랜드 정체성  

세심하게 고안된 리필용 용기가 돋보이는 이니스프리의 '리스테이' 라인. 사진 이니스프리

세심하게 고안된 리필용 용기가 돋보이는 이니스프리의 '리스테이' 라인. 사진 이니스프리

뷰티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지난 6월 29일 출시한 새로운 라인 ‘리스테이’는 오직 리필 상품으로만 구성됐다.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리필 팩에 핸드워시‧샴푸‧컨디셔너‧바디 클렌저‧바디로션이 들어있다. 원하는 용기에 덜어 사용해도 되고, 따로 판매하는 전용 디스펜서인 ‘리스펜서’를 구매해 담아 사용해도 된다. 언뜻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리스펜서는 코코넛 껍질과 무기질 포뮬러를 섞어 일반 용기보다 플라스틱을 약 30% 적게 사용한 용기다. 흥미로운 건 따로 만든 리스펜서가 리필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지녔다는 점이다. 3단 분리가 가능한 펌핑형 용기로 입구 쪽이 넓어 내용물을 채우거나 세척할 때 편리하다.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질리지 않는 무난한 형태로 여러 번 재사용하기에 적당하다.  
투명한 비닐 팩에 들어있는 리필 제품을 재생 플라스틱 용기에 다시 담아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아로마티카

투명한 비닐 팩에 들어있는 리필 제품을 재생 플라스틱 용기에 다시 담아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아로마티카

 
국내 뷰티 브랜드 ‘아로마티카’ 역시 적극적으로 ‘리필’을 장려하는 회사다. 2004년 브랜드를 론칭한 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2016년부터 리필제품을 함께 출시했다. 샴푸 2종과 클렌저 1종의 리필제품을 출시한 후, 현재는 샴푸‧컨디셔너‧보디워시 등 9종까지 확대한 상태다. 초기 리필 팩은 페트(PET)와 나일론,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등이 혼합된 소재에 폴리프로필렌(PP) 뚜껑을 결합한 형태였다. 이후 여러 겹 압축한 비닐이 아닌 비교적 적은 비닐이 들어간 투명 리필 팩으로 변경했고, 오는 10월에는 재활용 종이 파우치로 변경할 계획이다. 플라스틱 뚜껑도 없앤다. 아로마티카는 본품 플라스틱 용기도 재생 플라스틱 용기(PCR)를 사용한다. 현재 아로마티카에서 본품 대비 리필제품의 구매 비율은 초기 7:3에서 5:5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독일의 니베아 일부 매장에는 샤워젤 리필 자판기가 있다. 다 쓴 용기를 기계에 넣으면 세척 후 내용물을 채워준다. 충전 후에는 기계에서 바코드를 출력해 계산하면 된다. 사진 니베아

독일의 니베아 일부 매장에는 샤워젤 리필 자판기가 있다. 다 쓴 용기를 기계에 넣으면 세척 후 내용물을 채워준다. 충전 후에는 기계에서 바코드를 출력해 계산하면 된다. 사진 니베아

 

향수도 리필이 되네

내용물을 모두 비운 후에도 버리기 아까울 만큼 용기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제품이 향수다. 향수 브랜드 ‘르 라보’는 다 쓴 향수를 리필해주는 몇 안 되는 브랜드다. 르 라보의 모든 50mL, 100mL 향수는 다 사용한 후 동일한 향수로 리필 구매가 가능하다. 단, 향수 제조가 가능한 퍼퓸 랩을 구비한 부티크 매장에서만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서울 이태원과 가로수길에 부티크 매장이 있다. 다 쓴 르 라보 향수병을 가지고 매장에 방문하면 사용하던 향수를 다시 채운 뒤 상단 스프레이 부분과 라벨을 새로 교체할 수 있다. 리필할 경우 정가에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르 라보 부티크 매장에선 향수 리필 구매가 가능하다. 사진 르 라보

르 라보 부티크 매장에선 향수 리필 구매가 가능하다. 사진 르 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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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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