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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비자 경험에 지갑 연다, 브랜드 체크 여섯 질문

중앙일보 2020.08.29 06:00

인형을 위한 헤어 살롱 아세요? 그 회사에서 구매한 인형을 가져가면 스타일리스트가 인형 머리에 파마나 스타일링을 해줘요. 흔히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AS 서비스를, 수익을 낼 수 있는 경험으로 전환한 거죠.

지난 25일 브랜드 생존법을 묻기 위해 만난 브랜드 경험 전문가 신원학 ㈜와이앤하우(WHY&HOW)대표는 대뜸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의 인형 브랜드 ‘아메리칸 걸’에 관한 이야기다. 이곳은 인형 회사지만, 인형만 팔지 않는다. 인형을 꾸미고, 인형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판매한다. 매장에 위치한 헤어 살롱도 그중 하나. 매장 안에 레스토랑도 있어, 인형과 함께 생일파티를 할 수 있는 이벤트 상품도 판다. 생일파티에서 아이들은 인형과 같은 테이블에 앉고, 인형을 위한 메뉴를 주문하면 종업원이 모형으로 된 음식을 서빙한다.  
 
신 대표는 “이제 마케팅, 광고 혹은 서비스 개편으로 물건을 팔 수 있었던 ‘서비스 경제’를 지나, 그 브랜드를 진정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경험 경제’ 시대”라며, “경험 경제에서는 이처럼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고객이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약 10년간 ‘브랜드 경험’ 전략을 전파하며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신라, LG 전자 등 국내 굴지 기업의 브랜드 경험 개선을 돕고 있는 그에게 경험 경제의 시대 브랜드의 생존법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브랜드 경험 전문가 신원학 (주)와이앤하우(WHY&HOW) 대표. [사진 폴인]

브랜드 경험 전문가 신원학 (주)와이앤하우(WHY&HOW) 대표. [사진 폴인]

 
‘브랜드 경험’이 무엇인가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개성이 고객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브랜드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을 텐데, 그걸 고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예를 들어 아메리칸 걸은 “우리는 멋진 인형을 만듭니다”라고 말하기보다 “소녀들이 자기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쓸 수 있게 돕는다”고 말해요. 그걸 위해 인형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스토리와 커뮤니티를 만들고 다양한 경험을 주는 거죠.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 하나를 개선하는 게 아니군요.  
맞아요. 많은 분이 브랜드 경험이라고 하면 로고나 패키지 디자인, 공간 설계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을 먼저 생각하시지만, 그렇지 않아요. 철학을 세우고 그걸 전반적인 경험으로 구현하려면 조직 내부까지 바뀌어야 하죠. 기업의 부서로 따지면 디자인, 홍보, 브랜드 관리의 영역을 넘어 인사까지 해당돼요.  
 
조금 추상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실제 컨설팅하셨던 사례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진행했던 호텔 관련 프로젝트 중에서 사례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당시 호텔에 스파, 풀장, 인피니티풀이 같이 있는 물놀이 공간이 있었어요. 이 공간에 ‘낮과 밤이 다른 새로운 물놀이 공간’이라는 컨셉을 입혀 낮, 밤에 각각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고객별로 이용 가이드를 만들었죠. 예를 들어 밤에는 풀 파티, 낮에는 향기 있는 스파 프로그램 등을 넣고요. 엄마랑 딸이 왔을 때, 연인이 왔을 때 등 고객 타입별로 어디부터 어떻게 이용하면 될지를 담은 안내 가이드를 만들었어요. 이 가이드를 언제, 누가 나눠주느냐, 풀 파티에는 어떤 직원이, 향기 있는 스파에는 어떤 직원이 필요한지까지도 세세하게 정했죠. 직원 성격이 따뜻한지, 활발한지, 목소리 톤이 높은지 낮은지 정하고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스파 열쇠를 건넬 때 해야 하는 멘트’ 같은 것도 정하고요. 마치 연극 무대 연출하는 것처럼요. ‘낮과 밤이 다른 새로운 물놀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컨셉부터 고객에 전달되는 호스피탈리티까지 세세하게 신경 써야 브랜드 경험이 제대로 전달됩니다.
 
왜 지금 브랜드 경험이 중요한가요?
이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제품, 서비스의 품질도 비슷비슷하다 보니 이제 소비자는 ‘나한테 맞는 것’을 찾게 됐어요. 남들과 똑같이 일반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원하지 않죠. 더 특별한 것, 나만 경험할 수 있는 걸 원해요. 또 내 가치와 소신에 따라 소비하려 하고요. 그러다 보니 ‘진정성’이 중요해져요. 예를 들어 밖으로는 환경을 소중하게 한다면서,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밝혀지면 그 브랜드는 바로 평판과 신뢰를 잃죠. 이런 소비자에게 지속해서 선택을 받으려면 브랜드의 철학과 개성을 더 드러내야 하고, 철학부터 실제 고객 접점까지 모두 일관성이 있어야 해요.  
 
브랜드 경험이 좋은 브랜드는 어떤 게 있나요?  
파타고니아를 사례를 들고 싶어요. 사실 이 브랜드가 완벽하고 세세하게 브랜드 경험을 잘 설계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철학과 비전이 단단하고, 그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조직구성원으로 있다 보니 기업의 메시지와 의사결정 과정이 일관돼요. 특히 이곳은 브랜드의 미션과 매출이 충돌할 때 미션을 선택할 정도죠.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이라는 미션을 갖고 매출의 1%를 환경 운동에 지원하는데, 실제로 직원들이 환경 운동에 참석할 때도 그걸 근무한 것으로 인정해준다고 합니다. 이런 일관된 진정성이 소비자에게도 전달되죠.  
"지구가 목적, 사업이 수단"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파타고니아. 이곳은 매년 매출액의 1%를 세계 환경운동에 지원하고 직원이 환경 운동에 참석한 시간을 근무로 인정한다. 이같은 일관된 미션이 독자들의 사랑을 이끌어낸다. [사진 파타고니아]

"지구가 목적, 사업이 수단"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파타고니아. 이곳은 매년 매출액의 1%를 세계 환경운동에 지원하고 직원이 환경 운동에 참석한 시간을 근무로 인정한다. 이같은 일관된 미션이 독자들의 사랑을 이끌어낸다. [사진 파타고니아]

 
왜 브랜드 경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셨나요?
일종의 사명감이 있어요. 직장생활을 할 때 내부 CS 경영 혁신과 직원 교육을 담당했는데, 항상 갈증이 있었어요. 저는 브랜드 전체의 방향성에 따라 마케팅이든 영업이든 현장의 서비스든 조직 내부에 일관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전략적 고민이 없어 답답했죠. 여러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진정한 고객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로는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고요.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창업했어요. 그즈음 미국의 한 고객 경험 워크숍에 참가했다가 브랜드 경험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죠. ‘고객의 요구는 너무 다양해서 관리하기 어렵지만, 브랜드는 관리할 수 있다’는 관점이었어요. 큰 통찰이어서 국내에 도입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은데요, 처음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거나 개선하려 한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제가 사용하는 ‘헥사 모델’을 소개할게요.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고 점검하는 데 필요한 6가지 질문이에요. 〈서비스 경영의 9가지 불변의 법칙〉에 등장하는 네 가지 구성 요소를 제가 조금 변형한 겁니다. 첫째, “어떻게 과감한 차별화를 만들어낼 것인가?” 둘째, “개성은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셋째, “무엇으로 명성을 쌓을 것인가?” 넷째, “지속 가능하기 위해 지역 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다섯째, “디지털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여섯째, “직원과 이런 고민이 공유되어 있는가?” 여기 답하다 보면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신 대표는 지식콘텐츠 플랫폼 폴인 fol:in에서 9월 10일부터 11월 12일까지 격주로 열리는 〈컨셉부터 호스피탈리티까지, 브랜드 경험을 바꾼 최강자들〉에서 브랜드 경험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와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한다. 해당 행사는 디지털 리포트로 기록돼 10월 8일부터 폴인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폴인은〈 컨셉부터 호스피탈리티까지, 브랜드 경험을 바꾼 최강자들 〉이라는 주제로 공부 모임을 연다. 브랜드 경험 전문가 신원학 대표가 주도하는 스터디에선 브랜드 경험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사진 폴인]

폴인은〈 컨셉부터 호스피탈리티까지, 브랜드 경험을 바꾼 최강자들 〉이라는 주제로 공부 모임을 연다. 브랜드 경험 전문가 신원학 대표가 주도하는 스터디에선 브랜드 경험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사진 폴인]

  
노희선 에디터 noh.hees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