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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보장, 연 3%+α 수익…일단 던져보고 슬쩍 손질, 관제펀드 악몽?

중앙선데이 2020.08.29 00:02 701호 8면 지면보기

뉴딜펀드 시작부터 삐걱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시중에 넘쳐나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실물경제로 흘러야 할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본다. 지난 5일 발표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구상안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160조원 규모의 ‘한국판(K) 뉴딜’ 사업 재원 중 약 10%를 민간 공모방식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정은 ‘국민 재테크’ 상품이라며 연일 뉴딜펀드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5일 제시한 ‘원금보장’과 ‘수익률’에 대해선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애초 ‘설계’한 대로 ‘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장의 반응에 따라 설계 변경을 거듭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용두사미로 끝난 관제펀드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정, 부동산 겨냥 뉴딜펀드 띄우지만
한국판 뉴딜 재원 마련용 구상
안전·수익성 보장 위해 무리수

법 위반 지적에 “원금보장 추구”
수익률 논란엔 세제 혜택 거론

전문가 “정부가 불완전 판매 꼴”
뉴딜위 “정부 투자 사업에 달려”

민자 사업 ‘선순위 채권’에 투자
 
뉴딜펀드는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 등 K뉴딜 사업에 투자하는 민간 펀드다. K뉴딜 중 민자(민간자본)로 추진하는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기본 운용 방식이다. 한 인터넷 기업이 5000억원 규모 데이터센터를 조성한다고 가정하면, 사업자와 공공(정책금융기관 등)이 10~15%씩을 부담하고 나머지 70% 자금은 뉴딜펀드로 조달하는 것이다. 당정은 뉴딜펀드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다. 시중에서 떠돌고 있는 유동 자금을 K뉴딜로 유인해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고, 민간에서 사업비를 조달해 정부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5일 공개한 뉴딜펀드 밑그림에선 ‘원금보장’이 문제가 됐다.
 
당정은 뉴딜펀드의 원금보장을 내세우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당정이 제시한 원금보장 방안은 민자 사업의 ‘선순위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선순위 채권이란 다른 채권보다 우선 변제 받을 권리가 있는 채권으로, 설령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선순위 채권자는 기업이 가진 자산을 정리해 우선적으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작다. 여당의 구상은 민자 사업을 추진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때 투자금의 70%는 선순위 채권으로 발행하고, 15~20%는 후순위 채권, 나머지 15%는 초기 출자금으로 조달한다는 것이다. 뉴딜펀드는 이 중 선순위 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3~10년 만기의 채권형 펀드로 상품을 내놓겠단 구상이다. 연기금과 퇴직연금 등 기관도 선순위 채권에 일부 투자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런데 관련법에선 투자 상품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원금보장’을 약속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현행법 위반 논란이 일자 당정은 며칠 만에 ‘원금보장 추구’로 말을 바꿨다. 관련 제도 등을 바꿔서 최대한 원금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투자사업당 5000억원 한도의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 보증이다. 정부에 의한 해지 땐 정부가 원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당초 목표 수익률로 제시한 ‘연 3%+α’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민자로 추진되는 인프라 사업은 민간이 자본을 투입해 인프라를 건설하면, 완공 후 인프라의 소유권을 정부가 가져가고 민간 사업자는 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수요가 많은 수도권 도시철도나 고속도로, 다리 등의 시설은 높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K뉴딜 사업은 데이터센터, 그린 리모델링, 수소충전소 등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 대부분이어서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러다 보니 당정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 부활까지 검토하고 있다. MRG는 인천공항철도 등 인프라 건설용 민자 조달을 위해 추진했다가 2009년 재정 부담으로 폐지한 제도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MRG 사업 투자자 수익 보전을 위해 나간 재정이 7조4109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3382억원을 지출했다. MRG 부활은 국민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일정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얘기다. 논란이 일자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20일 “뉴딜펀드가 직접적으로 확정적이고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물러섰다.
  
퇴직연금 활용 계획도 쉽진 않을 듯
 
수익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당정은 세제 혜택을 줘서 수익을 최대한 보전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하고 있다. 여당 의원 48명은 최근 뉴딜펀드 투자금 3억원까지는 수익에 5% 세율을 적용하고, 3억원 초과 투자금은 분리과세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현재 펀드 배당소득세가 15.4%(지방세 포함)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혜택이어서 특혜 논란까지 일고 있다. 여권 내에서도 “수익률과 재무구조 등 펀드 자체의 경쟁력 분석 없이 혜택부터 늘어놓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퇴직연금을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난항이 예상돼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원금에 손실이 나면 회사 자체 자금으로 메워야 한다. 정부와 여당의 퇴직연금 활용을 위해 최근 꺼내든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카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디폴트 옵션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가입자가 일정 기간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사업자가 알아서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제도다.  
 
노후자금 성격이 강한 퇴직연금을 수익성만 따져 정부 정책에 동원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좋은 상품이면 가입자 의견을 들어보고 편입시키면 간단한 일이지 규정을 뜯어고치면서까지 퇴직연금을 동원할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출시 전부터 여러 논란을 낳으면서 결국 과거 관제펀드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엔 이미 최소 5%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민간 인프라펀드가 적지 않다. 이들 펀드와 경쟁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수익과 원금보장(추구)을 내세워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이 자칫 ‘유사수신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여당  K-뉴딜위원회 디지털뉴딜분과위원장인 이광재 의원실은 “뉴딜펀드를 구체화하는 단계이고, 정부가 어떤 사업에 투자하느냐 등에 따라 (원금보장 여부와 수익률 등이)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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