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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10일내 공개됐었는데…'시무7조' 15일에 늑장공개 논란

중앙일보 2020.08.28 15:48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상소문 형식의 국민청원 게시글, 이른바 ‘시무 7조’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해당 글이 접수 이후 공개되기까지 15일이 소요된 탓에 청와대가 일부러 공개를 늦췄다는 의심을 받아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시무7조' 청원. 28일 오후 1시20분 현재 25만명 이상이 해당 청원에 동의하면서, 청와대의 공식 답변 대상으로 지정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시무7조' 청원. 28일 오후 1시20분 현재 25만명 이상이 해당 청원에 동의하면서, 청와대의 공식 답변 대상으로 지정됐다.

‘진인(塵人) 조은산이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해당 청원 글은 지난 12일 접수됐다. 그러나 직후 비공개 처리돼 15일 뒤인 27일에야 공개로 전환됐다. 28일 오후 3시 기준 26만명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20만명 동의)을 채웠다.  
 
쟁점은 비공개로 처리된 기간(15일)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3월 31일부터 100명의 사전 동의를 받은 국민청원에 대해서만 공개하는 방식으로 게시판 운영 규칙을 바꿨다. 욕설과 비속어,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적 표현, 명예훼손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청원 시스템 ‘위더피플’이 역시 150명이 사전 동의해야 공개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인터넷 등에서 고의은폐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비공개 기간이 15일로 긴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고려 시대 문신 최승로가 성종에게 보낸 ‘시무 28조’에 빗대 “실패한 정책을 그보다 더한 우책으로 덮어 백성들을 우롱하니 그 꼴이 가히 점입가경”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게 불편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탄핵 소추안 부결 소식을 들은 뒤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탄핵 소추안 부결 소식을 들은 뒤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실제 ‘시무 7조’가 접수 이후 공개까지 걸린 기간(15일)은 다른 청원에 비해 긴 편이다. 1월 24일 사전동의를 받기 시작해 2월 3일 공개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해임 청원’은 접수에서 공개까지 10일이 걸렸다. ‘8ㆍ15 광화문 시위를 허가한 판사의 해임 청원’(5일), ‘코로나 19 대책 및 문재인 대통령 하야 추천’(4일) 등 다른 청원은 공개까지 걸린 시간이 더 짧다. ‘국회 선진화법 위반 한국당 의원들의 전원 처벌’, ‘마스크 판매에 대한 제안’, ‘성추행 의혹 교사 해임’ 등은 접수 하루 만에 공개됐다.  
 
청와대는 ‘시무 7조’가 언제 100명의 사전 동의를 얻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전 요건을 갖추더라도 명예훼손이나 욕설 등에 대한 일부 내용은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긴 글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걸렸던 것 같다”며 “특히 해당 청원이 사회적 관심을 받으면서 공개 결정이 그나마 신속히 결정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무 7조 청원이 27일 공개되면서 앞으로 1달인 9월 26일 청원 만료 때까지 찬성 의견을 받은 뒤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사안도 있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성의 있는 답변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무 7조’ 청원은 부동산 관련 정부 인사를 비판한 대목에서 절묘한 운율로 ‘이행시’를 만든 것이 새삼 알려지며 28일 재차 화제가 되고 있다. “‘현’ 시세 11%가 올랐다는 ‘미’ 친 소리를 지껄이고…”, “‘해’ 괴한 말로 백성들의 기세에 ‘찬’ 물을 끼얹고…”, “‘미’ 천한 백성들의 ‘애’ 간장을 태우고 있사온데…” 등의 표현으로, 문장의 앞글자를 조합하면 각각 ‘(김)현미, (이)해찬, (추)미애’가 된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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