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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부당 내부거래, 320억 과징금

중앙일보 2020.08.28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박삼구

박삼구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부당 내부 거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20억원을 부과한다고 27일 발표했다. 그룹 재건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총수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을 부당지원했다는 것이다.
 

금호고속 자금 마련에 계열사 이용
기내식 독점권 넘겨 1600억 조달
공정위 “박삼구·법인 검찰에 고발”
금호 “공정위가 무리한 고발 진행”

공정위는 박삼구(사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당시 경영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는 2010년 이후 경영 위기에 빠지며 주요 계열사가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됐다. 이후 박 전 회장은 계열사 인수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 2015년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설립했다.
 
금호고속은 주요 계열사를 다시 인수하기 위해 1조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했다. 당시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전략경영실은 추가 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 업체와 계열사·협력업체 등을 이용한 자금조달 방안을 설계했고, 계열사가 이에 따르도록 했다.
 
이를 위해 금호아시아나는 스위스 게이트그룹이 금호고속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사업권을 넘기는 ‘일괄 거래’를 추진해 성사됐다. 게이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30년 기내식 독점 사업권과 함께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 사채(BW) 1600억원 어치를 인수했다.
 
공정위는 이때 금호고속이 BW를 발행하면서 무이자(금리 0%)에 만기 최장 20년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받았다고 판단했다. 금호아시아나는 게이트그룹과 기내식·BW 일괄 계약을 협상하면서 배임 등 ‘법률 리스크’를 이유로 본 계약 대신 부속계약 형태로 관련 조건을 달았다.
 
공정위는 “금호고속이 BW를 발행할 수 있도록 아시아나항공이 독점 기내식 거래를 통해 사실상 이를 보증·담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금호고속 BW의 신주인수권 행사가격(15만원)은 당시 비상장주식 거래 시가 및 전환사채·상환전환우선주 행사가격(10만원)보다 높았다. 신주인수권 행사 가능성이 작았다는 얘기다. 일괄 거래가 아니었다면 게이트그룹이 BW를 인수할 이유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당시 정상 금리(연 3.77~3.82%)를 감안할 때 무이자 BW 발행으로 금호고속이 금리 차이에 해당하는 162억원의 이익을 봤다는 게 공정위의 계산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권과 BW 인수를 맞바꾸는 일괄 거래식 자금 조달이 늦어지면서 금호고속의 사정이 어려워지자 금호아시아나 9개 계열사는 금호고속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했다. 공정위는 전략경영실 지시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등 9개 계열사가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담보 없이 연 1.5~4.5%의 저금리로 빌려줬다고 파악했다.
 
공정위는 계열사의 금호고속 지원으로 박삼구 전 회장 등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이 돌아갔다고 판단했다. 금리 차익(약 169억원)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최소 77억원)과 결산 배당금(2억5000만원) 등을 총수 일가가 챙겼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는 “금호고속이 그룹 핵심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총수 2세로의 경영권 승계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박삼구 전 회장이 BW 관련 문건에 자필로 서명했을 뿐 아니라 거래 중요사항에 대해 지속적인 보고를 받은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자금 대차 거래와 기내식·BW 거래가 정상 거래임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공정위가 이런 결정을 해 당혹스럽다”며 “공정위가 무리한 고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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