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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로 걷은 세금, 국민부담률 6년새 23.1→27.3%

중앙일보 2020.08.28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늘어나는 세금과 4대 보험료 등으로 인해 국민부담률이 지난해 처음으로 27%를 넘어섰다. 2014년부터 6년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늘린 정부가 증세와 건강보험료 인상 등에 나서며 국민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GDP서 국민이 낸 세금·연금 비중
선진국 비해 증가속도 2배 빨라
조세부담률도 사상 첫 20% 진입

27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0년 조세수첩’ 내용을 보면 지난해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7.3%로 잠정 집계됐다. 2018년(26.7%)보다 0.6%포인트 올랐다.
 
늘어나는 세금, 국민부담률 첫 27% 돌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늘어나는 세금, 국민부담률 첫 27% 돌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민부담률은 한 해 동안 국민이 낸 세금(국세와 지방세 합산)과 사회보장기여금(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료) 총액을 그해 명목 국내총생산(GDP)로 나눈 것이다. 한 나라의 국민이 정부에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 경제 규모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국민부담률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0년 22.4%에서 2011년 23.2%로 올라섰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에는 23.7%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23.1%로 살짝 떨어졌지만 그때뿐이었다. 2014년 23.4%, 2015년 23.7%, 2016년 24.7%로 꾸준히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상승 속도가 더 빨라졌다. 2017년 25.4%에서 2018년 26.7%로 해마다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는 27%선을 넘었다. 6년 연속 신기록 경신 중이다.
 
국민부담률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늘어난 세금이다. 지난해 국세와 지방세를 합한 총조세 수입(383조9000억원)은 사상 최대를 찍었다. GDP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 조세부담률도 지난해 20.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세부담률이 20%대에 올라선 것도 처음이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재정 지출을 꾸준히 늘렸다. 써야 할 돈이 늘어나니 증세 정책도 당연히 뒤따랐다. 보건·복지제도 확대에 따라 건강보험료 인상 등도 시행했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018년 기준 34.0%, 주요 7개국(G7) 평균은 35.5%다. 정부와 여당도 이런 점만 강조하며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다. 국민부담률의 상승 속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빨라도 너무 빠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4.0%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의 상승 폭은 평균 2.2%포인트, G7 국가는 평균 2.3%포인트였다. 지난 10년 동안 주요 선진국과 견줘 한국의 국민부담률 상승 속도가 배 가까이 빨랐다. 현재의 복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도 인구 고령화 등으로 국민부담률이 저절로 오르는데 복지를 더 늘리고 있으니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예전과 비교해 둔화하는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납부해야 할 세금과 각종 연금·보험료가 급하게 늘어나는 증가하는 흐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국은 중부담·중복지에서 고부담·고복지로 가는 과도기”라며 “높은 수준의 복지 정책을 펼치려면 국민부담률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의 경우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합의가 덜 돼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체감하는 복지 수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는데 세금과 각종 연금·보험료 부담만 빠르게 늘어나는 데 대한 국민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복지 수요 증가에 따른 재정 지출 확대 기조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슬쩍 넘어갈 것이 아니라 정부가 증세 등 국민부담률을 높이는 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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