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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대통령의 작심발언과 밀의 자유론

중앙일보 2020.08.27 20:51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방역 노력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방역 노력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자유론..절대자유도 남의 자유를 침해하면 제한받는다
개신교계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

 
 

 
1.
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화가 엄청 났더군요.  
오늘(27일) 코로나 재확산 사태와 관련해 개신교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상기된 얼굴에 미소가 싹 사라졌더군요. 발언도 평소답지 않게 강했습니다.
‘(일부 교회가)국민들에게 사과라도 해야할텐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나라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들의 삶도 무너지고 있다.’
물론 모든 교회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특별히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의 도발에 분통이 터진 것 같습니다.  
 
2.
대통령의 작심발언은 충분히 할만한 얘기입니다.  
전광훈 목사와 관련해선 교계에서도 별 이론이 없어 보입니다. 보수 개신교단의 대표격인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도 이미 지난 18일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행보는 심히 유감이고 사랑제일교회의 정치집단화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청와대 모임에 참석한 한교총 김태영 회장은 분명히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전광훈 목사에 대한 비판엔 동의하지만 대통령의 요청엔 순응할 수 없다는 것이죠. 김회장은 “방역에 협조하겠지만 교회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교회 문을 닫고 예배를 비대면, 온라인으로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회장은 또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면 “종교단체를 영업장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발언(어떤 종교적 자유도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다)에 대한 반론이자 불쾌감의 표현입니다. 보수교단도 작심발언을 준비했네요.
 
3.
자유에 대한 기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하면 19세기 이래 존 스튜어트 밀(J.S.Mill)의 자유론(On Liberty)이 교과서입니다. 이에 비춰보자면 대통령의 말이 옳습니다.  
밀은 ‘개인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자유주의 대표이론가입니다. 그런데 이런 절대자유도 제한받아야 합니다. 자유를 제한하는 단 한가지 조건은 ‘가해 원칙’(Harm Principle)입니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엔 제한되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제한은 정부에서 합니다.  
어느 경우나 해당될 수 있는 최소한의 상호존중입니다. 성경의 가르침‘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누가복음 6:31)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대면예배라는 형식이 우리사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 아니라 ‘예배의 형식을 바꿔달라’는 요구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정도 위기에서 그 정도 제한은 정당해 보입니다.  
 
4.
대통령도 자유론을 읽어봐야 합니다. 이미 읽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밀이 자유론을 쓴 이유는 개인의 자유가 제도적으로 침해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절박함이었습니다. 150년전 영국은 민주주의에 가장 앞선 나라였지만 ‘다수에 의한 횡포’(Tyranny of Majority)가 심각했나 봅니다. 다수가 권력을 잡았다고 소수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된다는 얘기죠.  
이기주의적인 다수의 횡포를 막기위한 장치로 강조한 것이  대의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입니다. 국민이든, 시민이든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가 아닌 간접민주주의입니다. 기본적으로 정부를 이끌어가는 것은 전문성 있고 도덕적인 정치인들입니다. 그래야 성숙된 민주주의가 가능합니다.
 
5.
남에게 바뀌라고 하는 것은 권력이고, 내가 바뀌는 것은 혁신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자유를 위해‘예배형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할 권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국민이 준 정당한 권한이기에 소신껏 행사하면 됩니다.  
그런데 대통령 스스로는 국민의 자유를 지키고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요. 소수의 자유는 보호되고 있는가요. 정부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가지고 있나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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